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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될 때 이길 수 있다는 당신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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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될 때 이길 수 있다는 당신의 말처럼"

[기고] 필리핀에서 기륭 노동자에게 보내는 메시지

벌써 단식이 시작된 지 80일이 넘었습니다. 김소연 분회장님을 생각하면 지금 나의 삶이 너무 부끄러워지지만 또 하루를 아무렇지도 않게 보냅니다. 그렇게 단식 하시는 곳에 한번 찾아가보지도 못하고 오늘까지 왔습니다. 진작 갔더라면 이렇게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았을까요? 아니,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제 자신에게 있어 기륭문제가 절실하게 다가오지 않았던 것이었겠죠. 어차피 마음 불편한 것, 차라리 외면하고 싶었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클수록 자꾸만 회피하고 싶어지는 이상한 제 자신이 너무나 미웠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9월이 되었습니다. 9월 3일은 지난해 국제민주연대와 민주노총이 필리핀의 악질 한국기업 필스전의 본사인 일경 앞에서 규탄집회를 연지 1주년이 되는 날이더군요. (☞ 관련 기사: "파업하면 해고하고, 납치하고…제 버릇 어디가나" · "비즈니스 프렌들리? 국제 망신 당할라" ) 지난 1년 동안 회사와 정부는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고, 당시 납치사건의 피해자인 노멜리타 씨는 당시 사건의 트라우마로 인해 병원에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 비정규직의 투쟁만큼이나 어려운 투쟁을 계속해야 하는 필리핀 한국기업 노동자들의 투쟁도 이렇듯 힘들고 기약이 없는 것 같습니다.

작년 일경 앞 투쟁을 기록한 동영상의 맨 마지막에는 김소연 분회장님이 지금보다는 훨씬 건강한 모습으로 나와 왜 한국의 노동자들과 필리핀의 노동자들이 연대해서 싸워야 하는지를 말씀하시는 인터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전체 노동자들이 하나가 되었을 때 이길 수 있을 것이고 그 투쟁에 저희(기륭)노동자들도 함께 하겠다"라는 말씀이 새삼스럽게 다가옵니다. 자본이 싼임금을 찾아 중국과 필리핀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시대에 한국과 필리핀에서 그러한 한국자본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의 연대를 몸소 보여주신 김소연 분회장님을 비롯한 기륭을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습은 다시 보아도 감동적입니다.
▲ 지난해 9월 3일 일경 앞 집회에 참석한 기륭분회 김소연 분회장. ⓒ국제민주연대

필리핀 한국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원하는 필리핀 노동자 지원센터에 기륭 노동자들의 단식투쟁소식을 알렸습니다. 먼 한국 땅에서 만났었던 투쟁하는 한국 노동자들의 연대의 마음을 깊이 간직하고 있는 노동자 지원센터에서 연대 편지가 왔습니다. 전달해 드립니다.
기륭전자 동지들에게 보내는 연대 메시지

모든 기륭 동지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담아 동지의 인사를 보냅니다.

우리는 기륭자본과 미국의 시리우스사가 동지들에게 하고 있는 행위들에 대해 매우 슬프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비록 우리는 떨어져 있지만 우리들 역시 기륭 동지들의 투쟁과 함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단식투쟁은 반드시 기륭자본과 한국정부, 시리우스사를 움직이리라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단식투쟁은 여러분들의 건강을 매우 해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들이 양심이 있다면 그들은 여러분들의 단식투쟁에 감명받거나 괴로워할 것입니다.

우리들은 기륭 노동자들의 자본과 노동자들을 곤경에 빠트리고 있는 한국정부에 맞선 용감한 투쟁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여러분들의 투쟁은 우리들의 투쟁을 강화시키고 영감을 불러일으켜온 한국 노동자들의 지난 투쟁의 역사를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또한 여러분들이 지난 일경(필스전 본사)앞 집회에 우리들과 함께 연대하고 투쟁한 것에 대하여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륭과 시리우스가 노동부, 검찰, ILO가 불법 해고와 불법 파견에 대해 내렸던 권고들을 받아들이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는 계속 이곳 필리핀에서 기륭동지들의 투쟁과 함께한다고 생각하며 노조탄압과 정치 살해에 맞서 투쟁하겠습니다. 우리의 연대 메시지가 우리가 동지들의 투쟁으로 인해 감명받고 힘이 되었던 것처럼 동지들의 투쟁에도 힘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투쟁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필스전과 청원패션 노동자들을 대신해

노동자 지원센터 사무국장 세실

세실의 말처럼 필리핀 노동자들의 연대인사가 기륭 동지들에게 큰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기륭과 필스전의 투쟁이 세계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의 불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추석이 오기 전에 꼭 찾아뵙겠습니다. 그리고 찾아 뵐 때에는 더 많은 아시아 각국 노동자들의 연대의 마음을 모아 찾아뵙겠습니다. 비정규직 투쟁은 우리 모두의 투쟁입니다. 그리고 해외한국기업 노동자들의 투쟁도 우리의 투쟁이라 생각합니다. 작년부터 시작된 한국 비정규직 동지들과 필리핀 한국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은 탄압받고 외면 받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부터 반성하고 열심히 연대하겠습니다. 우리 꼭 함께 승리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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