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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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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재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65>


고개를 넘다 바라보니 안개꽃 같은 별들이
모두 제 있을 곳에 떠 있다
숲 사이를 지나다 바라보니 그 별들이 어느새
추위에 떨고 있는 나무들 사이로 내려와
나무들의 빈 자리를 따뜻하게 메우고 있다
우리 가는 길 앞을 거친 모습으로 막고 서 있는
검푸른 산맥 사이를 지날 때면 그 위에 편안히 누워
두려움 속에서도 늘 여유를 잃지 말라 한다
별은 길 없는 하늘 가운데에서도
모두들 제 갈 길을 소리없이 찾아가면서
우리가 고개를 넘을 때마다 우리보다 먼저
고갯마루에 별 여러 형제를 보내 기다리게 하거나
빈 들판 끝까지도 일일이 젊은 별들을 보내
이 세상이 다만 황량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지상에선 꽃들이 하늘에선 별들이
살면서 제 모습을 잃지 않으며
외롭고 비어 있는 것들의 곁으로 가
그곳까지 아름답게 바꾸어놓고 있다
별이 있어서 고개를 넘는 밤
별이 있어서 마음을 잃지 않는 밤.

* 캄캄한 저 하늘에 별이 없다면 밤은 얼마나 두려울까요? 황량한 들판에 꽃들이 없다면 들판은 얼마나 삭막할까요? 외롭고 두려운 것들 옆에는 별처럼 빛나는 것이 있습니다. 황량하고 삭막한 것들 옆에는 꽃처럼 아름다운 것들이 있습니다. 별과 꽃들은 오래 전부터 거기가 자기 자리인 것처럼 있습니다.

그 별들은 우리에게 "두려움 속에서도 늘 여유를 잃지 말라"고 말합니다. 별들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여도 다 자기 자리, 자기 궤도를 질서 있게 돌듯이 우리도 소리 없이 자기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지상에선 꽃들이 하늘에선 별들이 / 살면서 제 모습을 잃지 않으며 / 외롭고 비어 있는 것들의 곁으로 가 / 그곳까지 아름답게 바꾸어놓고 있"습니다. 우리도 외롭고 두렵다고만 하지 말고 내가 찾아가야 할 빈 곳이 어디인지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찾아가 아름답게 바꾸어 놓아야 할 곳이 어디인지 그곳으로 걸음을 옮길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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