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정책이 금리인상이다.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리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양측 모두 현 정부 경제정책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2분기 성장률 4.8%…소비는 최악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08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따르면 2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8%,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4.8% 증가했다. 작년 동기 대비 GDP 성장률은 1분기 5.8%에서 2분기 1%포인트나 급락했다. 이는 한은의 당초 예상에도 못 미치는 결과다.
주요 원인은 민간소비 부진과 건설업 위축으로 보인다. 2분기 민간소비는 전분기에 비해 0.1% 감소했다. 지난 2004년 2분기 이후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건설업 성장률도 전기 대비 -2.4%를 기록해 2001년 4분기 이후 최악이다.
경기 위축 상황은 단순히 2분기에만 나타난 것이 아니다. 5월 경기동행지수는 전월에 비해 0.2 하락한 100.3을 기록했다. 지난 1월을 정점으로 4개월 연속 하락한 수치다. 경기 선행지수도 소비자기대지수 하락과 부진한 기계수주 등의 원인으로 0.5%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연속 하락세다.
여기에 6월 취업자는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7만 명 증가하는 데 그쳐 5개월 연속 1% 이하의 증가율을 보였다. 60.5%인 현재의 고용률을 유지하려면 최소한 20만 명 이상이 새 일자리를 얻어야 한다. 지금 상황으로는 선진국에 비해 훨씬 못 미치는 고용률의 '현상유지' 마저도 어렵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올해 실물경기는 사실상 지난 1월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의견이 금융기관 곳곳에서 제기된다.
폭등하는 물가, 원인은 비용충격
물가 폭등세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4일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120.99달러다. 최근 안정세를 보인다고 하지만 올해 1월 2일 가격(89.29달러)과 비교하면 35% 이상 오른 수치다. 작년 1월을 기준으로 하면 무려 250% 가까이 상승한 가격이다.
원자재가 상승에 환율인상도 기름을 부었다. 지난 2004~2006년 사이에도 원자재 가격은 두 자리 수의 상승률을 보였지만 2006년 하반기 환율 하락으로 지난해의 경우 6.7%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러나 올해 초 정부의 무리한 환율인상 정책으로 물가 상승 압력은 더 커졌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금리인상책 비판 및 하반기 경제 회복을 위한 제언' 보고서에서 "물가상승의 근본 원인은 총수요 증가가 아니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충격"이라고 밝혔다.
물가상승 추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생산자물가 상승률(10.5%)이 소비자물가 상승률(5.5%)을 추월한 상황이라 시차를 두고 지속적으로 물가 인상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 23일 한은 경제동향 간담회에서도 참석자들은 유가 상승이 멈추더라도 물가상승 여파는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금리 인상,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물가 인상과 경기 하강 압력이 동시에 가해지는 상황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카드가 금리인상이다. 물가 상승 압력이 너무 높기 때문에 이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가 지난 10일 열린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이 본질적으로 부여받은 임무가 뭐냐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라고 한 말이 이를 시사한다. 다음 달 열릴 금통위에서는 한은이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한은의 본연의 임무를 생각할 때, 더 이상 물가인상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경기 위축 우려도 있지만 지금은 올려야 할 때다. 한은법 6조에 한은은 물가안정을 이루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딱 박혀 있다"며 "물가상승 6% 예상마저 나오는 상황인데 물가안정을 위한 기관이 금리를 올리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물가 상승을 이대로 방관한 채 경기 부양에만 초점이 맞춰진다면 사회적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 교수는 "인위적 경기부양이 얼마나 효과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경제주체들의 물가상승 기대가 어느 정도 올라갈 것이다"며 "이는 결국 노동자들의 명목임금 인상요구와 물가상승, 생산주체의 원가인상 요구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이끌어내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계에서도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임금 개선 욕구로 노사갈등이 커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김유선 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 노조의 상대적으로 낮은 조직률과 협상력 때문에 올해는 노사갈등이 우려보다 덜했지만 내년은 달라질 수 있다.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의 물가 상승 추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져 실질임금 보존욕구가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성급한 금리인상은 오히려 장기적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경훈 새사연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논리는 물가상승→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대→임금인상→물가상승의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해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의 메커니즘은 경기 상승 국면에서 전형적인 수요 인플레이션을 차단하기 위한 긴축통화정책이기 때문에 현재 한국 상황에는 적절하지 않은 처방"이라고 말했다.
여 연구원은 특히 지난 2001년 유럽연합(EU)의 계량분석을 예로 들며 금리인상에 따른 물가 완화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신 실물경제 침체 가능성만 높아진다는 것이다.
여 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 1%포인트를 인상할 경우 GDP는 2년 후에 0.4% 감소하는 반면 기대됐던 물가는 4년이 지나서야 0.4% 감소했다. 금리인상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잘못…"경제팀 교체해야"
이처럼 금리인상을 놓고 입장이 갈리지만, 현재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정부는 침체되는 경기를 되살린다는 명목 하에 유례없는 대규모 감세 정책과 함께 건설 규제 완화, 산은 등 공기업 매각 등 경기부양 정책을 차례차례 내놓고 있다.
전 교수는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바로 국민들이 비판하는 '강부자식 정책'"이라며 "이와 같은 재정정책이 과연 서민 경제를 살려낼 수 있는 정책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재정정책의 포커스는 어디까지나 경기 충격에 취약한 어려운 계층에 맞춰져야 한다"며 "재정부는 외환정책, 금융감독 정책, 재정정책 등을 골고루 펴 제한적인 경기부양에 만족하고 한은은 물가안정을 위해 나서는 게 맞다"고 말했다.
여경훈 연구원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게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린 현 경제팀 교체"라며 "이와 함께 정부는 공언한 대로 하반기 공공요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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