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MB 귀에는 건설업자 아우성만 들리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MB 귀에는 건설업자 아우성만 들리나"

[기자의 눈] 물가인상을 거품으로 막고 보자는 이상한 정부

한국은행은 고물가를 우려하고 있다. 다음 달 열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는 결국 금리 인상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지난 10일 열린 금통위에서 이성태 한은 총재의 발언이 이를 시사한다.

"상당 기간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고 그 여진이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 아직 나타나진 않았지만 임금상승 압력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는 바닥으로 떨어진 지지도를 걱정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주요 지지기반인 강남 부동산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은 불안감을 부채질한다. 정부가 주요한 부동산 시장 규제 정책을 몽땅 풀어버린 것이 바로 이런 지지자들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묻지마 규제완화'는 '친시장 정부'를 공언했던 이 정부에 아무런 경제 운용 철학이 없음을 입증한다. 정부의 정책은 가뜩이나 오른 물가로 서민들이 고통 받는 상황에서 부동산 거품을 사실상 조장하는 것이다. 정부 귀에는 그저 건설업자의 죽는 소리, 강남 사람들의 볼멘 아우성만 들리는 듯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최근 언론이 일제히 '부동산 시장 죽는다'는 소리를 내자 부랴부랴 규제 풀기에 나설 '용기'가 어떻게 나왔겠는가.

MB 정부, 분양가 상한제 사실상 백지화

일단 국토해양부가 전날 발표한 부동산 시장 대응 방안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국토부는 앞으로 민간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재건축 규제 완화에도 속도를 낸다. 드러나는 정책의 목표는 공급 확대다.

분양가 상한제 완화의 구체안은 민간업체가 땅을 사들여 아파트를 지을 때 감정가 대신 매입가를 기준으로 택지비를 결정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현재 분양값 상한제의 택지비 기준은 감정가다. 이 제도 결정으로 사실상 지난 2006년 말 적용돼 부동산 거품 꺼뜨리기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분양값 상한제는 사실상 폐지된 셈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감정가보다 비싼 값에 땅을 매입한 건설업체는 아파트 공급 시 원가에 매입가를 반영할 수 있게 된다. 정부 말대로 건설업체의 부담을 줄일 수는 있다. 대신 분양가 인상 요인은 또 하나 늘어나게 됐다.

이미 정부는 지난 7일 원자재 인상분을 반영한다는 목적으로 단품슬라이딩제를 아파트 시장에 도입했다. 이에 따라 해마다 두 번이었던 기본형 건축비 조정이 네 번으로 늘어난다. 주상복합에 한해 가산비 인상 결정, 소비자 만족도 우수 업체의 경우 건축비 1% 분양가 추가 결정 등도 같은 이유를 가진다. 아파트 분양값을 올려 건설업체 배를 불려주겠다는 목적이다.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급 확대를 위해 또 하나의 뇌관을 건드렸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추진이다. 세부 정책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조항도 풀린다. 소형주택·임대주택 건설 의무비율도 완화할 방침을 보이고 있다. 누가 퇴출될지는 뻔하다. 지금 서울에서 시행되는 뉴타운 사업만으로도 지역 거주민의 80%가 살 곳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이미 거주자들이 자체적으로 비인가 조합을 만들어 재개발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은마아파트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모 건설사가 만든 재개발 조감도가 붙어 있는 상태다. 재개발 붐이 다시 일어난다면 겨우 안정세를 보이던 부동산 시장이 강남권을 중심으로 다시 불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건설경기가 죽어간다는 소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강남 부동산 위기론'이 연일 신문지면을 장식하자 규제 완화 보따리를 풀었다. 서민경제 대책은 언제 나올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진은 오는 12월 입주 예정인 판교신도시 건설 현장. ⓒ연합뉴스

투자처 찾지 못한 80조 원이 부동산 시장으로 다시 몰린다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한은의 실질임금 지키기는 공염불이 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이 조금만 꿈틀대는 기미를 보인다면 현재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자금은 다시 이곳으로 쏠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10일 현재 초단기자금 운용처인 머니마켓펀드(MMF)에 몰린 돈은 80조 원에 육박한다. 이 돈은 언제든 다른 투자처를 찾아 이동할 수 있다.

가장 걱정되는 점은 안 그래도 고물가로 힘겨운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이 완전히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노무현 정권 때 집값 상승의 주원인은 각종 규제를 피해 주변시세보다 20~30% 가량 높게 재개발 분양가를 정한 건설업체의 분양가 높이기였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 정책은 다시 그 때로 돌아가자는 것과 다름 아니다. 이대로 가다간 건설경기와 강남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애꿎은 서민만 다시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원인은 물가 급등이 제공했다. 이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 논란이 일었다. 한은은 물가 인상에 따른 노동자의 실질임금 하락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대출 규모가 큰 가계와 중소기업 등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건설업자의 죽는 소리가 정부를 자극한다. 그래서 정부는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를 결정했다. 중간 과정을 생략하면 '물가 인상-부동산 규제 완화'로 이어지는 고리다. 물가 인상을 물가 인상으로 막기다. 거품이 꺼질 것 같으니 인위적으로 거품을 만들어 '거 봐라. 부동산 시장은 안 죽지 않았나'하고 말할 근거를 찾는 정책이다.

한나라당이라고 얼마나 다를까. "강북에 중대형 평수 공급 없이 소형 평수 주택 공급만 많아져 봐야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 해결책이 아니다." "강북권은 뉴타운이나 재개발을 통해, 강남권은 규제 완화를 통해 발전시켜야 한다." 지난 5월 6일 서울시와 한나라당의 당정협의 자리에서 쏟아진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이다. (관련 기사 :한나라당 "강북도, 강남도 집값 올리자")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