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초 파업돌입으로 촉발된 풀무원 노사갈등이 26일 파업 1백13일째가 되도록 해결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노조가 대부분의 요구안을 철회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노조원에 대한 징계·해고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풀무원노조를 비롯 지역 시민단체와 민주노총은 대대적인 '풀무원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으나, 풀무원 사측은 눈도 끔쩍하지 않다.
풀무원은 이같은 최악의 노사관계외에도 '가짜 유기농제품' 파문에 휩싸이면서 소비자들의 거센 분노를 사고 있어,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자초하는 분위기다.
***풀무원노조, 파업장기화로 극심한 생활고**
풀무원노조(춘천, 의령공장)는 지난 7월 6일 전격 파업에 돌입했다. 사측은 이에 맞서 8월23일 직장폐쇄로 맞섰다. 파업돌입 113일째인 풀무원노조는 장기파업으로 기진맥진한 상태다.
노조는 당초 ▲주5일 40시간 근무 도입 ▲단일호봉제 실시 ▲건강검진비 및 교육비 지원 등을 요구했다. 당시 이들의 요구는 날로 번창하고 있는 (주)풀무원의 양호한 경영상태에 비해 형편없는 저임금에다가 일요일에도 쉬지 못할 정도로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풀무원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안할 때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는 게 일반적 평가였다.
하지만 사측의 철저한 외면으로 교섭이 진척이 없고 파업사태가 장기화, 생활이 피폐화하면서 노조는 대부분의 요구안을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춘천공장 노조 한 관계자는 26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넉달 가까이 파업이 지속되면서 대부분의 노조원들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타결을 위해 대부분의 요구사항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일요일 휴무없이 장시간 노동에도 10년 근속자가 기본급 85만원 수준, 10년차 1급 남성기술자가 기본급 월88만원에 불과하지만, 월급으로 그달그달 생계를 이어가는 노조원들에게 있어 3개월간의 월급 미지급은 극심한 재정난을 초래하고 있는 셈이다.
또다른 노조관계자는 "투쟁기금은 노조와 민주노총 단위에서 1개 만원씩 칫솔을 판매하면서 조달하고 있지만, 노조원 개개인들의 재정상태는 최악"이라며 "대부분 예금 통장을 해약했고, 어떤 노조원과 가족들은 생활비를 벌기위해 야간 대리운전 등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대부분 요구안 철회 불구하고 사측 '백기항복' 요구**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백기항복'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사측이 징계, 해고, 고소고발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태식 조직부장은 "노조의 마지막 요구는 징계, 해고, 고소고발은 취하하라는 것"이라며 "사측이 이를 취하하지 않으면, 앞으로 풀무원 노동자들은 사측이 시키면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는 노예신세로 전락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추석 전에 최대한 타결을 해보려고 갖은 노력을 해보았지만, 사측은 요지부동이었다"며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노조에 따르면 징계대상자는 노조 간부가 중심인 11~12명, 고소고발은 16건에 이르고 있다.
***시민단체-민주노총, '풀무원제품 불매운동' 돌입**
이처럼 풀무원 노사갈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중재에 나섰던 지역 시민단체와 노동단체들 중심으로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강원지역과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풀무원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이들은 그동안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중재노력을 했으나, 사측의 고압적 태도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자 '풀무원 제품 불매운동'이라는 마지막 압박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불매운동 선언문을 통해 "노조가 거듭 양보안을 제시했음에도 사측은 개악된 단협안을 고수함으로써 노조를 무력화하고 있다"며 "장기파업이 해결되기 전까지 풀무원 전 제품에 대한 불매투쟁을 전개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불매운동과 함께 전국의 대형 할인매장과 백화점 등에서 불매 1인시위를 결의하기도 했다.
민주노총도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전 조직적 차원에서 풀무원 제품 불매운동을 선포했다. 민주노총은 "국내 굴지의 식품대기업으로 알려진 '청정기업, 생명존중 기업 풀무원'에서 3개월여 동안 벌어지고 있는 전근대적 노사관과 경영관, 그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파업사태에 분노한다"며 "사측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며, 압박하기 위해 풀무원 전 제품에 대한 무기한 불매투쟁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의 불매운동은) 일부 시민단체의 불매운동과 질적으로 다르다"며 "18개 연맹, 15개 지역본부에서 일제히 실시, 70만 조합원들이 불매운동에 참여한다"고 경고했다.
이러던 와중에 이들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25일 '풀무원 가짜 유기농' 사태가 발발하면서 범국민적 분노가 폭발한 것을 계기로, 풀무원의 비도덕성을 집중적으로 홍보한다는 계획이어서 향후 풀무원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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