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 유기농 업체를 자임해온 풀무원이 국민들을 '쇼크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풀무원이 팔아온 유기농 녹즙이 비료와 농약을 써서 재배한 일반 신선초를 섞어 만든 것이며, 유기농 재배지에서 생산된 채소도 농약을 쳐 생산한 것이라는 폭로가 나왔기 때문이다.
***"비료와 농약 쓴 채소로 만든 '유기농 녹즙'"**
KBS는 25일 "풀무원이 팔아온 유기농 녹즙이 비료와 농약을 써서 재배한 일반 채소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한 농민의 양심고백으로 뒤늦게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KBS 보도에 따르면, 농약과 비료를 전혀 쓰지 않는다는 유기농 신선초 재배지는 8개월 전인 지난 2월에야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미 3년 전부터 지난 2월 유기농 재배지가 만들어지기까지 근 3년간 농약과 비료를 쓴 일반 신선초가 유기농 녹즙회사로 공급됐다. 유기농 신선초에 일반 신선초를 섞어서 파는 악덕상혼을 발휘한 것이다.
풀무원은 유기농 인증을 받지도 않은 채소를 유기농 채소로 포장해 파는 '부도덕한 방법'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들어서야 유기농 인증을 받은 채소가 그 이전부터 풀무원으로 납품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풀무원은 이밖에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채소를 유기농 채소로 재포장해 납품하기도 했다.
이렇게 납품된 것이 확인된 물량만 1백50g짜리 녹즙 20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었다.
***"유기농 재배지에서 생산된 채소도 가짜"**
더 충격적인 것은 풀무원이 자랑한 '유기농 재배지'에서 생산된 채소도 가짜라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풀무원에 유기농 야채를 공급했던 농부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비료를 안 칠 수가 없다"며 "(여름에는) 농약을 뿌려야지 정상적으로는 유기농을 100% 못한다"고 고백했다.
이런 KBS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 풀무원은 "재배지에 와서 계속 지켜보지 않는 한 농약과 비료를 치는 사실을 알 수 없다"고 책임을 농민들에게 떠넘기면서, "유기농 인증서만 믿었다"고 주장했다. 풀무원은 또 "농약을 친 다음 상당 기간이 지나면 농약 검출이 어려워 적발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주장이다.
***"중국 재배지는 별 문제 없다"**
하지만 이런 풀무원의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다. 풀무원은 이미 지난 8월에도 중국에서 유기농으로 재배된 콩을 수입해 국내에서 '유기농 두부'로 대대적으로 선전해 한 환경단체로부터 '허위·과장 광고'로 지적된 바 있다.
이 때 <프레시안>이 풀무원측에 중국에서 재배되는 유기농 콩이 제대로 재배됐는지 확인을 요구하자, 풀무원은 "중국 현장에 정기적으로 제대로 재배되고 있는지 확인을 하고 있다"며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유기농 인증을 받아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었다.
풀무원 주장대로라면 눈앞의 국내 유기농 재배지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으면서, 이국만리인 중국의 유기농 재배지가 "별 문제 없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풀무원, 이건 사기죄다"**
KBS의 보도 이후 소비자들의 풀무원에 대한 실망과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아지고 있다.
현재 풀무원 게시판에는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한 소비자는 게시판에 "유기농이라 버젓이 적어놓고 농약에, 비료에, 이건 사기죄에 속한다"라며 풀무원의 부도덕성을 질타했다.
다른 소비자는 "저는 풀무원을 믿습니다. 국내 식품 회사중 풀무원 제품은 명품이라고 자부하면서 먹어왔습니다. 부디 우리의 자부심에 먹칠을 하는 일은 없길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풀무원이라는 이름은 원료값을 아껴서 만들어진 게 아니니까요"라고 말해, 이번 사태가 풀무원의 창시자이자 우리 사회의 몇 안되는 원로중 한분인 '원경선 옹'의 상처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안타까운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풀무원 "유기재배중인 원료 소량 납품한 적은 있으나 농약은 안쳐"**
이처럼 비난이 쇄도하자 풀무원은 자사 홈페이지에 '고객님들께 녹즙 관계 보도에 대해 해명드립니다'라는 글을 통해 서둘러 해명에 나섰다.
풀무원은 KBS 보도와 관련, "풀무원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친 일반농산물을 유기농 녹즙의 원료로 사용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10월17일 농민의 제보와 10월25일 방송보도에 따라 정확한 내용을 확인중에 있다"고 말했다.
풀무원은 그러나 이어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유기재배중인 원료가 2001년 소량 납품된 일이 확인된다"고 보도내용을 일부 시인한 뒤 "그러나 유기농 인증을 받기 위해 유기재배중인 경우에는 일체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만큼 따라서 이를 비료나 농약을 사용한 일반농산물로 보는 것은 사실의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풀무원은 또 유기농 재배지에서도 농약을 사용한다는 농민 폭로에 대해서도 "이는 유기농을 통해 한국의 어려운 농촌현실을 타개하려는 많은 유기농가에 대한 모독"이라고 반박하며 "풀무원에 유기농 원료를 납품하는 농가는 물론 많은 유기농가들이 100% 유기농을 실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풀무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양심선언을 한 농민에 대해 "농민의 증언 내용에 대해 사실을 확인중에 있다"며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친환경농업육성법 위반사항으로 처벌을 받게 돼 있다"고 협박성 경고를 하기도 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26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도 "유기농 인증을 받기 전에 토양 잔류 농약 검사를 실시하고, 매번 작물에 대한 잔류 농약 분석도 실시하는데 농약을 뿌려 왔다는 것은 사실과 다를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하며, "아주 중요한 사안이라 철저한 진상 규명을 거친 후 사실관계를 밝히겠다"고 밝혔다.
***'웰빙' 바람에 찬물 끼얹을듯**
이번 풀무원 파동은 자칫하면 몇달전 냉동만두업체를 무더기 도산위기로 몰아넣었던 '만두파동'과 마찬가지로 '웰빙' 바람을 타고 급성장하고 있는 유기농 산업 전반에 대한 소비자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유관업체들을 전전긍긍케 하고 있다.
그동안 대형할인매장 등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전국의 유기농 농산물 생산능력을 볼 때 어떻게 이렇게 많은 유기농 농산물이 공급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말이 나돌아왔을 정도로, 세간에는 유기농 농산물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해 왔다.
한편 KBS 보도가 나오면서 26일 증시에서 풀무원 주가는 종합지수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전 하한가로 폭락해, 이번 보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풀무원은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맞게 될 것임을 분명히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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