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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공황' 상태…촛불 집회는 "포르노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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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공황' 상태…촛불 집회는 "포르노 영화관"?

대통령 향해 "국민과 싸우라"…누리꾼에겐 '전쟁' 선언

대통령에게 민주 국가의 주인인 국민과 맞서라고 명령한다. 아이 손을 잡고 거리로 나온 부모는 아이에게 포르노를 장려하는 파렴치한으로 내몬다. 광고주 불매 운동을 벌이는 누리꾼과는 법리 싸움을 선언한다.

이른바 '촛불 정국'에 대한 보수 언론을 비롯한 보수 세력의 대응이 도를 넘었다. 해묵은 색깔론이 통하지 않자 시민을 범법자로 몰고 대통령에게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한다. 절박한 위기감이 느껴진다.

이성 잃은 보수 언론

<조선일보>는 싸움을 택했다. 자신의 길에 대통령도 동참하기를 권하고 있다.

촛불 집회 규모가 커지자 슬쩍 보도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가 통하지 않자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독기는 더 강해졌다. 대신 논리는 더 흐려졌다.

16일 <조선일보>의 김대중 고문은 'MB 일생일대의 결단'이라는 제목의 김대중 칼럼에서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내려라"고 주문했다.

정치적 결단의 방향은 촛불을 따르라는 쪽이 아니다. "우회전 신호를 켜고 좌회전하는 '제2의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며 예의 색깔론을 환기시킨 후 "하는 일마다 시청 광장에 모인 반대자들이 자신에게 이렇게 하라, 하지 마라 하며 '명령'하는 수모를 당하며 사는 것은 대통령의 삶이 아니다"고 충고했다.

촛불에 맞서라는 주장이다. 촛불의 쇠고기 수입 문제 재협상, 대운하 반대, 민영화 반대 요구를 따르지 말라는 소리다.

김대중 고문에게는 불행한 일이지만, 좌파만의 목소리가 아니다. 절대 다수 국민이 촛불을 지지한다. 김대중 고문은 사실상 대통령에게 민심과 맞서라고 주문하고 있다.
▲조갑제닷컴의 메인 페이지. 한 가운데 '학생 데리고 나오는 부모, 교사들 처벌해야'란 글이 보인다. ⓒ프레시안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도 독기를 품었다.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독설을 날렸다.

그는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학생 데리고 나오는 부모, 교사들 처벌해야'라는 글에서 시위에 참여하는 어른을 파렴치한 범죄자로 묘사했다. 주장은 다음과 같다.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거의 매일 밤 벌어지는 촛불시위는 청소년들에게 특히 유해(有害)한 환경을 조성한다. 이 시위장에선 정치적 선동이 판을 친다. 온갖 거짓말과 욕설, 그리고 폭력과 음주, 행패가 난무한다. 청소년들이 보고 들어선 안 되는 내용들이다. (…) 이들 청소년을 이런 유해 환경으로 끌고 나온 세력이 있다. 교사들이 조직적으로 데리고 나온 경우, 부모들이 데리고 나온 경우이다. 청소년을 포르노 영화관이나 호스티스 있는 술집으로 데려간 격이다. 이런 교사와 부모는 청소년 보호법 정신을 위반한 셈이다."

시위 현장을 포르노 영화관에 비유하고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백만 국민이 매일 밤 야동(야한 동영상, 누리꾼들이 포르노를 설명하는 약어)을 생중계로 지켜보는 꼴이다. 시위 현장을 보도하는 방송사는 졸지에 포르노 영화 상영관으로 이름을 바꿔 달아야 할 형편이 됐다.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은 이날 칼럼 '촛불과 태양'에서 선동론을 다시 끄집어냈다. 촛불 집회에 나온 사람 중 '괴담'에 선동된 사람을 빼면 재협상 지지자 75%는 진실이 아닐 것이라는 주장을 펴며 "지도자는 촛불만 보지 말고 진실의 태양을 봐야 한다. 진실의 힘을 믿고 파도 앞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대한민국 정권 흔들기 남북공조세력들'에서 여전히 친북 세력이 촛불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적화통일론까지 들이대고 있다. 사설에는 변희재 실크로드CEO포럼 회장의 글을 실었다. 그의 주장은 "인터넷에서 '거짓의 촛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는 거대 포털사의 정보 취사 선택권 때문"이다.

다급한 조선일보, 누리꾼에 "맞서 싸우자"

'한물 간' 몇몇 극우 인사의 외침만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회사 차원에서 '전쟁'을 선포했다.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조선일보는 최근 활발히 일어나는 누리꾼들의 '조·중·동 폐간 운동'을 '사이버 테러'로 비유했다. 지난 12일에는 주부 회원이 중심인 요리 커뮤니티 '82쿡닷컴'에 공문을 보내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82쿡닷컴 측에 "최근 일부 누리꾼들이 특정 신문의 광고주 리스트를 게시하고 연락처를 명시한 뒤 집단적으로 대량 전화를 걸어 불매 운동을 빌미로 협박을 자행하고 홈페이지를 마비시키는 등 불법 사이버 테러 행위를 선동하고 있다"고 알렸다.

조선일보는 이 같은 불매 운동을 "전대미문의 테러"로 규정하고 '심각한 범죄'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지난 황우석 사태 때 문화방송(MBC)의 <PD수첩>에 대한 누리꾼의 광고 압박 운동과 일부 언론인에 대한 인신공격이 '일리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 조선일보다. 똑같은 현상에도 자신에 해가 되면 어김없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모양새다.

누리꾼은 기가 차다는 반응이다. 82쿡닷컴에는 분노한 누리꾼들의 가입이 줄을 잇고 있다. 한 누리꾼(작은 누리)은 "조선일보가 주부를 우습게 본다"며 "조선일보가 엄마들이 많이 모인 82쿡을 제일 먼저 건드린 건 그들이 무뇌아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여자들은, 특히 엄마들은 약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보수 언론이 경제적 위기를 심각하게 느낀다는 증거"

조선일보를 위시한 보수 진영이 이처럼 비이성적인 대응을 하는 까닭은 그만큼 위기감을 크게 느끼고 있음을 입증한다는 분석이다.

미디어공공성연대 전규찬 교수는 "보수 논리가 더 이상 먹혀들지 않자 '보수 우파의 위기다. 불법 세력의 선동이 강해진다'는 논리로 좌우 대립 구도를 만들어 위기를 탈출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그만큼 경제적으로 보수 언론이 위기에 처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경제 위기를 '보수 규합'이라는 정치적 메시지로 극복하려는 시도라는 말이다.

전 교수는 "보수 언론이 이명박 정부에도 큰 불만을 가진 듯하다. 자신들의 논조를 대변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며 불만과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며 "(보수 언론은) 국민의 힘이 표출될수록 더 큰 위기감을 느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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