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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요구는 '더 많은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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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촛불의 요구는 '더 많은 민주주의'

"지금 필요한 것은 광장의 토론"

"이번 촛불 집회에서 요구하는 것은 쇠고기 재협상 문제만이 아니다. 촛불은 진정한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다"

15일 오후 5시 시청 앞 광장에서 '제1회 촛불과 함께하는 광장토론회'가 열렸다. 50여일 가까운 기간 동안 이어진 '촛불 광장'에서 촛불의 의미를 짚어보기 위한 것. 황상익 서울의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는 1부 '촛불의 요구'와 2부 '촛불 운동의 평가와 앞으로의 발전 방향'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김종훈 본부장은 협상의 '달인'?

각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은 토론회에서 쇠고기 재협상, 의료 민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촛불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의 '쇠고기 재협상 문제에 정부가 나서고 있으니 이제 그만 촛불을 내려 놓으라'는 주장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빅싱표 국장은 정부의 쇠고기 협상 방침이 '꼼수'라고 비판했다. ⓒ프레시안

가장 먼저 발제자로 나선 사람은 국민건강수의사연대의 박상표 정책국장. 박 국장은 "정부가 계속해서 꼼수를 부리고 있지만 사실이 모두 드러나고 있다. 진상규명을 철저히 해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국장은 현재 미국으로 건너간 협상단에도 기대할 것이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TV에서 '달인 시리즈'가 유행하는데 협상만 하면 다 퍼주면서도 많이 얻어왔다고 주장하는 달인이 계시다"며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겨냥했다.

그는 "김종훈 선생은 '꼼수' 김종훈"이라며 "김종훈 대표가 미국 정부를 깜짝 놀라게 할 묘수가 있다고 얘기했는데 재협상 밖에 없다. 꼼수를 부리는 김 대표는 빨리 국내로 송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리한 민영화, 서민경제 위협할 것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서는 노무현 정권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태스크포스팀(TFT)장이었던 정태인 교수가 발제했다.

정 교수는 "정부가 국민의 공기업에 대한 불만을 이용해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무리한 민영화는 반드시 공공서비스 가격 인상과 교차보조금 폐지가 이어져 서민 경제를 위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수도·전기·물·가스·철도 등 공공재는 네트워크 산업, 즉 '망'산업"이라며 "국가를 하나의 망으로 연결하는 산업은 민영화할 경우 독점의 폐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영화 폐해의 사례로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는 사태를 들었다. 그는 "일본 철도가 잘 돼 있다고 하지만 이미 지선이 없어지고 있고 영국 브리티시 레일의 경우 내가 있는 동안에만 대형 사고가 두 번이나 일어났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특히 민영화와 함께 추진될 한·미 FTA의 폐해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FTA로 투자자국가제소권을 다국적 기업이 갖게 돼 우리는 민영화 폐해를 알게 되더라도 사실상 되돌릴 수 없게 된다. 민영화를 막아야 하고 한·미 FTA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대녀'로 유명해진 고려대 사회학과 김지윤 학생은 교육 문제를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학업 문제로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하지만 이 정부는 더 많은 경쟁을 강요한다"며 "대학에 학생선발 자율권을 부여한다는 주장은 곧 대학이 학생들을 수능성적 순으로 뽑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생의 현실 역시 다르지 않다는 게 그의 증언이었다. 그는 "대학등록금 1000만 원 시대가 된 지 오래다. 이 때문에 학업에 열중해야 할 학생이 학비를 벌기 위해 휴학을 밥 먹듯 한다"며 "이런 현실 때문에 지난 3월 대학생 1만여 명이 시청 앞 광장에 모여 이명박 정부를 규탄한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결국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가 '강부자', '고소영' 등 특권층을 위한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프레시안

이득보는 것은 결국 대재벌

성공회대 김서중 교수는 방송 민영화 조치가 사실상 '사영화'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민영화 뒤 방송의 공공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땡박뉴스'가 나오길 바랐으나 방송이 공공성을 지키기 한나라당에서 불만을 가지는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은 결국 경제 권력을 가진 대형 족벌언론이나 대재벌이 방송시장을 장악하길 바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는 곧 방송 통제로 이어지는 길"이라며 "방송사들을 모조리 민영화시켰다 그 폐해 때문에 다시 공영방송을 설립한 프랑스 우파정부의 실패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한반도 대운하와 의료 민영화 역시 소수 특권층을 위한 정책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소수 땅투기꾼이나 대재벌이 특권을 누릴 것이라는 얘기다.

생태지평연구소 박진섭 부소장은 "우리 현실과 맞지 않는 대운하 사업을 정부가 기를 쓰고 추진하려는 이유는 허구에 가깝다"며 미국 뉴올리언스의 피해를 예로 들며 대운하 사업의 맹점을 지적했다.

의료 민영화 사업은 정부의 말과 달리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종명 팀장은 "민영보험 활성화와 영리의료법인 추진은 결국 정면돌파가 아닌 우회를 통해 의료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증거"라며 "의료 민영화가 이어진다면 의료 산업의 공공성이 훼손되고 환자들은 의료 재벌의 돈벌이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촛불은 시민의 삶과 생존을 위한 도구

지난 45일 동안 39번 밝혀진 촛불은 결국 '더 큰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는 게 발제자의 진단이었다. 삶의 다양한 부분에서 정부의 독단적 정책 추진에 불안을 느낀 시민들이 생존을 위해 촛불을 들었다는 얘기다.
▲우석균 정책국장은 촛불 시위가 또 다른 '68혁명'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프레시안

한신대 김상곤 교수는 "조그마한 촛불이 횃불, 봉화로 커진 이유는 기본적으로 현 정부의 무능력과 오만 때문이며 대통령의 CEO 리더십 때문"이라며 "정부의 시대착오적 정책과 무능력이 국민 삶을 위협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촛불은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많은 헌법적 기본권을 원하고 있다"며 "더 많은 직접 민주주의적 제도가 자리잡기 위해 대통령에 대한 국민소환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나아가 프랑스 68혁명을 들며 현재 촛불 시위가 당시처럼 새로운 변화를 낳을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는 "프랑스의 68혁명은 교육뿐 아니라 노동·사회·문화 등 사회 전반적 분야에 큰 영향을 끼쳤다"며 "이 때문에 지금도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발제자로 나선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국장 역시 촛불 시위가 68혁명의 성격을 가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 국장은 "68혁명으로 프랑스는 국립대학의 평준화와 국립대학 등록금 전액 면제를 얻었다. 40년 전의 일이다"며 "조·중·동은 무상의료가 거짓말이라고 말하지만 오일 쇼크 직후 경제가 어려울 때 스페인과 그리스는 무상의료를 실시했다. 우리 국민도 이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말해 큰 호응을 받았다.

우 국장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광장토론회와 같은 더 많은 논의"라며 "이번 집회를 통해 1%가 아닌, 99% 시민을 위한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를 이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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