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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단체, "체첸 참극, 러시아의 잔혹한 점령정책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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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단체, "체첸 참극, 러시아의 잔혹한 점령정책때문"

"체첸점령, 풍부한 유전 지대 통제권 유지가 목적"

지난 3일 러시아 북오세티야공화국 베슬란의 참극은 전 세계를 경악케 했다. 하지만 진압 당사자인 러시아 정부는 '우발적'인 상황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반전단체 및 인권단체들은 "이번 참극의 근복적 원인은 러시아 정부의 체첸에 대한 잔혹한 점령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인권-반전단체, "인질 생명 안중에도 없는 러시아 정부, 또다른 악의 축"**

국제민주연대, 다함께, 인권실천시민연대 등 국내 18개 인권·반전단체들은 9일 오전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 정부의 진압작전을 규탄했다.

이들은 "아비규환의 공포 속에서 숨져간 아이들과 부모와 교사들, 그리고 이들의 유가족을 생각할 때, 이러한 대참사를 초래한 러시아 정부의 강경 진압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참사의 근본 원인으로 러시아 정부를 지목했다.

김대원 성공회 신부는 러시아 정부에 책임을 묻는 이유에 대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도 평화적 해결보다는 무력 진압을 감행했기 때문"이라며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이번 진압이 '우발적인 것'이었다지만, 이는 책임을 인질범에게 전가하기 위한 위선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러시아 정부는 처음부터 인질들의 생명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며 "1천5백여명의 인질들이 폭탄이 설치된 체육관에 갖혀 있었지만 러시아 정부는 협상에 제대로 나서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광일 다함께 회원은 이와관련 "국익을 위해 민간인의 생명을 하찮게 아는 것은 이라크에서 대량 학살을 자행하고 있는 미국과 다르지 않다"며 "이번 참극사태로 인해 러시아는 미국과 함께 또다른 테러리스트 국가이며 악의 축임이 증명됐다"고 비난했다.

***"체첸 참극 근본 원인, 체첸에 대한 잔혹한 점령정책"**

또한 이들은 이번 참극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참극을 불러온 근본 원인인 민족갈등이 해소되지 않았을 뿐더러 러시아 정부가 패권주의적·제국주의적 문제해결방식에 대해 반성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인식 다함께 운영위원은 "기나긴 세월 동안 체첸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이 없었더라면, 증오에 가득찬 러시안 정부의 강경대응이 없었더라면 과연 이번 참극이 일어났겠는가"라며 "이번 참극은 오랜 세월동안 체첸인을 인간으로 보지 않았던 러시아 정부의 오랜 사고방식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에 따르면 이번 인질극 사태의 뿌리는 러시아의 잔혹한 체첸 점령에 있고, 이는 풍부한 유전 지대이자 전략적 요충지인 카프카스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러시아가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지난 1994년과 1999년 두 차례에 걸쳐 체첸 대 침공을 감행, 수많은 체첸인들이 죽는 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1994년 1차 침공에서 약 10만명의 체첸인이 학살됐고, 희생자 다수인 민간인 중 40%가 아이들이었고, 2차 침공에서도 3만명이 넘는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정종권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체첸 반군의 폭력적 방식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먼저 그들의 과격 행동을 불러온 원인들에 대해 성찰이 필요하다"며 "이런 참극의 재발을 막는 방법은 국가이익을 위해서라면 무력 수단 동원을 당연시하는 패권 국가들에 대한 적극적인 규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이번 러시아 정부의 체첸반군 무력진압 참극은 테러리즘과 인권, 국가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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