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악의 인질사태 사망자가 어린이 1백55명을 포함, 최소 3백38명에 달하고 실종자도 2백60여명에 달해 전체 사망자 숫자가 최소한 5백명을 넘어설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정부의 '무차별적' 진압작전에 의문과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며, 실제로 유럽연합(EU)은 이번의 참혹한 인질사태의 전모가 공개돼야 한다고 러시아 정부를 압박했다.
***사망자 5백명 넘을듯, 러시아정부의 사망자 은폐 의혹 제기돼**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 3일 러시아 북오세티야에서 발생한 참혹한 인질사태로 5일(현지시간)까지 밝혀진 사망자수는 어린이 1백55명을 포함 3백38명에 이르는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여기에 실종자 숫자가 2백60명에 달하고 있으며, 부상자수도 4백28명에 달해 사망자 숫자는 최소한 5백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지역 시체보관소의 한 직원은 AFP 통신에 “현장에 있는 가장 큰 시체 공시소는 최소 3백94구의 시체를 안치해 놓은 상태”라고 밝혀, 러시아 당국이 의도적으로 사망자 숫자를 축소은폐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 교도(共同)통신도 이와 관련 “현지 행정 당국자는 이날 밤 희생자를 묻기 위해 4백80명분의 묘지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며 사망자수가 5백명이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자녀들을 잃은 북오세티야의 주민들은 러시아 당국의 무차별 진압을 비판하며, 특히 진압작전이 시작돼 무수한 부상자들이 실려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참 뒤에야 구급차들이 도착해 사망자 숫자가 늘어난 점을 한 예로 들어, 정부가 애당초 진압에만 관심이 있었지 인질들의 생명에는 관심이 없었던 게 아니냐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사상자 규모는 러시아 내에서의 단일 사건 가운데 최대 희생자 규모다. 지금까지 단일 사건으로 가장 큰 인명 피해를 입은 사건은 지난 2002년 10월 모스크바 극장 인질사건으로 당시 진압과정에서 1백29명이 사망했었다.
***푸틴 인질대응정책 도마위에. EU 강력비판**
이렇게 인질 희생자수가 급증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인질 대응 정책이 본격적으로 비판의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4일 인질범들을 비난하며 그러한 긴급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러시아의 접근법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일부 책임을 시인했으나, 이 정도 책임 시인으로 비난여론이 수그러들지는 의문이다.
특히 EU 의장국인 네덜란드의 벤 보트 외무장관은 이날 EU 외무장관들을 대표해 발표한 성명에서 “EU는 이런 비극이 어떻게 발생할 수 있었는지 관계당국으로부터 알고 싶다”며 인질사건 발생과 진압과정 등 전모 공개를 촉구, 러시아 정부를 압박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강력히 반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보트 장관의 발표는 무례하고 불쾌하며 공격적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러시아의 진입 작전이 옳은 결정이었는지 멀리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트 장관이 밝히자 “어린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최우선임을 모두 아는 상황에서 그런 말은 ‘모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었다.
이후 보트 장관은 자신의 발언이 오해를 산 것이라고 러시아 정부에 전화를 걸어 해명했으나, 영국 BBC 방송은 이와 관련 “EU와 러시아 간에는 체첸 갈등을 다루는 러시아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불일치가 있다”고 논평했다.
***사망자 첫 장례식 치러져. 슬픔과 충격에 휩싸여 **
한편 사건이 발생한 후 희생자 22명의 첫 장례식이 치러진 가운데 북오세티야의 베슬란은 슬픔에 온 도시가 잠겨있는 모습이라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특히나 사건이 발생한 북오세티야의 베슬란 주민수는 약 4만명에 불과한데 이번 사건으로 사망한 수는 주민의 1%나 차지하는 셈이어서 도시의 충격을 더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학교가 처음으로 공개된 뒤 많은 주민들이 학교를 방문 추도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시민들은 또 아직도 찾지 못한 가족과 친구들을 수소문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 부상자들은 충격으로 말을 못하고 있고 아이들 부상자가 많아 병원 당국은 부상자 사진을 찍어 공개, 실종자 확인을 돕고 있다.
러시아 전역은 이번 사건으로 6,7일 양일간 희생자를 추도하는 애도일로 정하고 주요 방송사는 오락 프로그램 방영을 중지했으며 각지에서도 추도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와 함께 러시아 국영 제1채널은 이번 인질사건으로 구속된 무장세력 단원의 모습을 처음으로 방영, 인터뷰 장면을 전했다. 검은색 머리의 카프카스계로 보이는 20대의 이 남자는 복면 모습의 특수부대 2명에 연행되고 있었는데 “살고 싶다. 여자나 아이는 1명도 죽이지 않았다. 알라 신에 맹세해도 좋다”고 애원했다.
현재까지 인질범 30명은 사살됐으며 이 남자를 포함 3명이 생포됐다. 이와 관련 러시아 NTV는 2명의 인질범 행방을 아직 확인하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아울러 인질범 가운데는 아랍출신이 10명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져 이슬람 테러 조직과의 연계가능성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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