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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서울시장' 이명박의 최종 성적표는?

위기의 '주식회사 대한민국 CEO' 이명박④

이명박 대통령을 당선시킨 일등 공신으로 손꼽히는 이유 중 하나는 서울시장 재임시 '화려한 성적표'다.

청계천을 복원하고 서울광장을 조성했으며, 뉴타운 개발을 시작하고, 버스 노선 개편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점 등이 근거다. 과감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 서울을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이런 업적은 성과를 중시하고 강한 추진력을 가진 이 대통령의 '불도저식' CEO 자질을 부각시키기 충분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 자리를 떠난 지 2년이 못 돼 그의 '치적'이 남긴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후임 오세훈 서울시장은 '설거지'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청계천에서 몰려난 노점상들은 다시 오세훈 시장과 맞서고 있다. 청계천의 '부실 개발'은 아직도 많은 시민단체가 지적하는 부분이고, 서울광장 역시 긍정적인 평가만큼이나 부정적 여론에 시달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의 '불도저식' 정책 운영이 오히려 실패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장 그의 지지율을 뚝뚝 잘라먹고 있는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 협정 과정에서도 국민들은 '민주적 절차와 투명성이 부족했다'는 데 불만을 가지고 있다.

청계천, 뉴타운, 서울광장, 버스노선 개편시장 시절 밀어붙인 사업들
▲ 이명박 대통령이 2005년 서울시장 당시 청계천 복원행사에서 관계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청계천 복원 사업은 이 대통령이 정치인으로 성공하는 길을 탄탄히 닦아 주었다.ⓒ서울시청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특유의 추진력을 선보였다.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듯, 청계천을 단 27개월 만에 복원시켰다. 뉴타운은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도 전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 서울 도심 풍경을 바꿔 나갔다.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 버스노선을 일괄 개편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들과 이해관계자들, 시민의 목소리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시의회와 시민, 각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수렴해 정책이 미칠 파급효과와 추진 과정에서 일어날 일들을 조율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사회학과)는 "이명박 대통령은 스스로 '지휘자형 CEO'임을 강조하지만 사실 '불도저 CEO'가 맞다"며 "귀와 눈을 막고 밀어붙이기에만 자질을 보였기 때문에 조언자보다 아부하는 사람만 늘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대표적인 사례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를 들었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지경에 이르러 '청와대 2중대'가 됐다는 의미다.

청계천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 자리에 올라서게 만든 일등 공신 사업이다. 지난 2005년 10월, 47년 만에 햇빛을 다시 본 청계천에서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근 채 환하게 웃는 서울시장의 이미지는 곧바로 '성공한' 대통령으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이런 청계천의 변화 모습을 홍보하기 위해서만 33억여 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복원 과정에서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서울시가 철저히 무시했던 점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다. 청계천 복원 과정에서 삶의 터전을 빼앗기게 된 노점상인 중 두 명이 자살했다. 청계천복원 시민위원회의 의견도 반영되지 못했다. 그 결과 청계천은 애초 지지자들의 바람이었던 '원형 그대로의 보존'과는 거리가 먼 콘크리트 시설 '개발'로 이어졌다.

뉴타운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정치적인 이유로 사업이 무리하게 진행된다는 비판이 처음부터 제기됐다.

당장 이 사업은 법적 근거도 없이 시장의 '정치적 공약'에 근거를 두고 시작됐다. 2차 뉴타운 지구가 선정된 지 한참이 지난 2005년 12월에 '도시재정비촉진을위한특별법'이 제정되고서야 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 산하 SH공사의 배경동 뉴타운사업본부장은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 뉴타운 사업이 "정치가 행정에 지나치게 개입해 도시행정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였다고 비판했다. '강남·북 균형 개발' 구호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시청광장의 경우 당초 공모를 통해 당선된 '빛의 광장'이 잔디 광장으로 변해버렸다. 이에 대해 당시 시민단체는 "영구적이지도 않은 잔디밭을 조성하기 위해 16억 원을 낭비했다"고 비판했다.

당시 서울시는 '서울광장 사용조례'를 만들어 행사 일주일 전까지 시의 사용허가를 받도록 했다. 서울시 조례상 여전히 광장에서 집회는 열지 못한다. '시민의 품으로 돌려준다'던 광장은 애초 취지를 잃어버렸다. 시청 관계자는 "집회 금지는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버스노선 개편도 초기 혼란이 만만찮았다. 당시 전문가들은 노선번호 체계 변경과 노선 변경은 순차적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으나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무시했다. 급작스런 노선 변경 과정에서 서울 시민은 당시 약 한 달가량 혼란을 호소했다. 주요 시민단체에 따르면 버스 수송분담률과 중앙버스전용차로 평균 시속은 당초 기대치에 훨씬 못 미쳤다.

"청계천에 돌덩이 말고 무슨 문화유산이 있냐고?"

'과정이야 어떻든 눈에 띄는 성과를 냈으니 괜찮지 않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때 만들어낸 성과는 후임 시장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절차 못지않게 결과도 좋지 않았다는 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청계천이다.

자연하천이어야 할 청계천은 현재 전기모터를 이용해 한강물이 공급되는 어항이나 다름없다. 발원지인 백운동천과 중학천(인왕산과 북악산에서 흘러나옴)이 여전히 청계천과 단절돼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하천 '복원'이 아니라 공기 단축을 위한 '개발'에 이 사업의 초점이 맞춰진 데 따른 부작용인 셈이다. 고(故) 박경리 선생이 처음 청계천 복원에 지지를 보내다 완성된 청계천을 보고 크게 화를 낸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설관리공단 청계천관리팀에 따르면 청계천으로 공급되는 수량은 하루 12만 톤가량이다. 이를 위해 시간당 약 3만1000 킬로와트의 전기가 소비된다. 금액으로는 하루 전기료 200여만 원 가량이다.
▲ 청계천은 서울 시민의 새로운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좁은 이동로와 차선은 시민의 편안함도, 교통체증 해소도 이루지 못했다. ⓒ프레시안

청계천의 생태계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의 이현정 환경정책팀장은 "하천의 너비와 수심, 유속 등이 단조로워 수생식물의 서식이 어렵다"고 밝혔다.

집중적으로 비가 내릴 때마다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개발된 청계천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이현정 팀장은 "강우량이 10분당 2㎜를 초과하면 청계천에 연결된 하수와 섞인 빗물이 월류하기 때문에 조속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물고기들의 '공동묘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쥐떼가 늘어나는 것도 하수구가 청계천에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현정 팀장은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에 따라 친환경적 변화가 일어났다고 주장하지만 현재 부착조류가 급격히 늘어나 부영양화(조류의 대량번식. 지나칠 경우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 가능성이 있다"며 "서울시에서는 청계천 복원 후 희귀생물이 늘어났다고 홍보하지만 대부분은 중랑천 합류부 등 원래 자연하천이 흐르던 곳에 집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개발 과정에서 처음 밑그림과는 달리 도로가 청계천 옆을 지나가게 돼, 보도는 상대적으로 좁아진 점도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많은 문화유산이 제대로 복원되지 못한 것도 문제다.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는 복원 구상부터 고려되지 않았다. 3867억 원의 혈세가 투입된 사업이 이제는 많은 골칫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홍성태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은 처음 청계천 복원에 반대하는 우리의 주장을 두고 '청계천에 돌덩이 말고 무슨 문화유물이 있나'고 말했다"며 "그를 형사고발한 이유도 천박한 상인의 자질 말고는 보이는 게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계천 개발과정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사후 처리도 논란거리로 남았다. 그곳에 터를 잡고 장사하던 노점상 수천 명은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에 따라 동대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동대문에 풍물시장을 만들어 노점상들이 안심하고 장사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말을 믿은 것이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이 들어서면서 이들은 다시 삶의 터전을 잃고 밀려날 상황에 처했다. 오 시장이 이곳에 디자인하우스를 짓겠다고 나서면서 이들에게 신설동으로 이동하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전을 반대하는 일부 상인들은 지금도 서울시와 맞서고 있다.

"뉴타운, 자연파괴형 재개발의 전형"
▲ 무리한 뉴타운 사업 추진은 끊임없이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5월 7일 12개 시민단체와 동작구민이 서울시청 앞에서 뉴타운 정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프레시안

뉴타운 사업의 결과는 더 참담하다. 개발지역 땅값은 하루가 다르게 뛰어 올랐다. 임대아파트 공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거주민 대부분이 살던 곳에서 밀려날 상황이다. 이대로 뉴타운 사업이 진행될 경우 거주민의 80% 정도가 살던 곳을 떠날 것이라는 예측치도 제시된 상황이다.

그 자리에는 파괴만 남았다. 서울시가 지정한 제1호 아름다운 마을인 한양주택은 강북뉴타운 사업으로 사라졌다. 많은 주민이 서울시에 등 떠밀려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

홍성태 교수는 "결과적으로 뉴타운 사업은 '자연파괴형 재개발'의 전형을 보여준 사업"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난개발 때문에 원주민은 밀려나고 투기꾼이 배를 불렸다"며 "파괴의 자리에는 획일화된 모습의 아파트만 들어섰다. 반문화적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뉴타운 사업은 오세훈 시장에게 강한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장 18대 총선에서 많은 한나라당 국회의원 당선자가 뉴타운 개발을 공약으로 내걸어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당선자들은 노골적으로 집값 올리기를 서울시에 요구하고 있다. (☞관련기사 : 한나라당 "강북도, 강남도 집값 올리자") 이미 부작용이 드러날 대로 드러난 사업을 서울시에서 추진한다면 정치적 부담은 모두 오 시장이 뒤집어쓸 판국이다.

결국 오세훈 시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뉴타운 사업 과정에서 오히려 집 없는 서민들의 주거난은 더욱 심해졌다"고 사업 실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업 역시 화려해진 모습만큼이나 심각한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대중교통체계 개편으로 서울시의 버스업계 지원금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시민의 혈세가 많이 투입된다는 얘기다. 반면 버스요금은 개편 전에 비해 20% 이상 올랐다. 시청광장의 경우도 잔디 때문에 유지비용이 필요 이상으로 투입되고 있다.

CEO의 추진력을 정치인이 가져야 할까?

현재 국민들의 거센 저항이 있긴 하지만, 대통령에 취임한 것만으로도 이명박 대통령은 성공한 정치인이다. 그의 성공 사례는 '또 하나의 신화'가 돼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당장 'CEO 마인드'가 행정가나 정치인이 갖춰야 할 새로운 자질로 대두됐다. 그의 뒤를 잇는 서울시장을 놓고 오세훈 시장, 이계안 전 의원,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이 모두 "나도 CEO처럼 하겠다"고 말했던 것이 증거다. 경기도지사 선거 과정에 과거 열린우리당이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을 내세운 이유도 그가 CEO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시장 재임 이후, '이명박'과 '청계천'은 동의어가 됐다. 수많은 정치인이 '청계천의 기적'을 얘기했다. 다른 지자체 선거에도 하천 복원 프로젝트가 유행처럼 번졌다. 실제 많은 지자체에서 하천 개발에 세금을 쏟아 부었다. 단체장의 임기 내 하천을 파는 것은 재선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 이런 성공 신화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다음에도 한반도 대운하론을 꺼내게 한 근본 이유가 됐다.
▲ 이명박 대통령의 추진력은 쇠고기 수입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그의 지지율 급락으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굳은 표정으로 대국민담화 발표를 위해 단상으로 오르고 있다.ⓒ뉴시스

그러나 그의 시장 재임 시절 대립한 이들은 "CEO란 단어만 들어도 몸서리가 처진다"고 말한다. 말이 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의 최준영 팀장은 "벽을 보고 선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문화연대는 청계천 복원, 서울광장 조성 과정에서 당시 이명박 시장과 끊임없이 대립했다.

최 팀장은 "행정가라면 추진력 못지않게 시민과 전문가 등의 의견을 경청하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다른 이의 의견을 들을 자세가 되지 않았다"며 "당시 시에서는 '시민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수천 회 가졌다'고 해명했지만 거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을 반대하는 이는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오세훈 시장이 이명박 대통령이 남긴 문제를 떠안게 된 원인은 그의 업적주의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단기간 내에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의견 조율 과정을 무시하다보니, 결국 일에 무리수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결과물에 대다수 시민은 호응하겠지만 부작용도 그만큼 커지기 마련이다.

최 팀장은 "솔직히 서울시장 임기 4년 동안 기획에서부터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업이 얼마나 있겠나"며 "이명박 대통령의 성과주의가 결국 성공으로 포장되면서 그를 흉내내는 사람이 늘어나게 됐는데, 그만큼 후임 단체장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홍성태 교수는 "대통령은 CEO가 아니고 나라도 주식회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CEO적 자질을 버리지 못한다면 앞으로 더 큰 난관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령 본인이 스스로를 기업 총수로 비유하는 모습에서 천박함이 묻어난다. 밀어붙이기식 추진력과 반론을 허용하지 않는 모습에서 박정희 시대의 개발독재 근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말하자면 독재적 CEO인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 아래서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농민이나 노동자 등 가장 약한 자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가 '불도저식' 근성을 버리지 않는 한 이들의 극단적인 대립과 투쟁을 불러올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말로만 '소통'을 외치지 말고 진정으로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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