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물가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수출입물가동향에 따르면, 수입물가는 전년동월대비 31.3% 올라 외환위기 때인 1998년 5월(31.9%) 이후 9년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출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마찬가지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진정되기 힘들 것이란 얘기다.
이처럼 수입물가가 급등한 것은 원유, 금속원자재 등 원자재 가격의 상승도 원인이지만 환율 상승도 큰 영향을 미쳤다. 경기부양을 위해 환율 상승을 수수방관해온 기획재정부의 정책이 물가불안을 부추긴 셈이다.
수입물가 올해 들어 계속 20% 이상 올라
지난 3월에도 수입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보다 28.0% 올라 9년 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었다. 지난해 11월 13.7%로 10%대로 상승한 뒤 올해 들어서는 1월 21.0%, 2월 22.2%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입물가가 이처럼 오른 것은 배럴당 120달러 선을 넘은 원유(전달 대비 7.5%)를 비롯해 액화천연가스(6.7%), 천연인산칼슘(24.4%), 무연탄(23.2%) 등 원자재 가격(6.1%) 상승의 영향이 가장 컸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58.5%나 올랐다. 1년 사이에 가격이 절반 이상 올랐다는 얘기다.
또 고철(전달 대비 23.6%) 등 중간재도 전월대비 3.1%, 전년동월대비 20.4% 올랐다. 국제유가의 상승 영향으로 경유, 나프타, 액화가스, 휘발유 등 석유제품도 전월대비 5.0% 올랐다.
환율 상승으로 10%p 상승 효과
환율 상승도 수입물가에 영향을 미쳤다. 환율변동효과가 제거된 계약통화기준(외화표시 수입가격)으로 수입물가는 전월대비 3.3%, 전년동월대비로는 21.9% 상승했다. 전년동월대비 수입물가가 환율상승 때문에 10%포인트 가까이 더 올랐다는 얘기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달러환율은 1050.60원을 기록했다.
수입물가의 급등은 제조업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정책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 최중경 재정부 제1차관은 환율급등에 대해 "수급을 반영해 시장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환율상승은 대기업 등의 수출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환율상승의 영향과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됨에 따라 수출물가 역시 전년동월대비 15.7%, 전월대비 2.4%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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