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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약 풀어 재벌 배 불려주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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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약 풀어 재벌 배 불려주려는 정부"

경제개혁연대, '독약증권 도입' 논의에 쓴소리

최근 기획재정부가 논의한 독약증권(포이즌 필) 도입 방안에 대해 경제개혁연대가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나섰다. 독약증권은 우리 기업지배구조 현실에서 '진짜 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15일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통해 "우리 경제 현실에서 독약증권을 도입하면 재벌 총수일가에 '난공불락의 안전지대'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약증권은 외부의 인수·합병(M&A) 위협에 처한 기업 경영진이나 대주주가 새 주식을 대량으로 발행해 기존 주주들에게만 시가보다 훨씬 싼 값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제도다. 그만큼 대주주 지분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인수자가 대상 기업의 주주들로부터 주식을 사들일 때 엄청난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에 결국 인수를 포기하게 만드는 경영권 방어수단의 하나다.
  
  기획재정부의 궁색한 변명…"일본은 없애는 추세"
  
  독약증권 도입 찬성측의 논리는 국내 기업이 경영권 보호를 위해 신주 발행과 자사주 매입 등에 들이는 과도한 비용을 경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약증권 등 경영권 안정책을 도입해야만 비용을 아끼고 기업 성장력을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노무현 정권 때만 해도 "적대적 M&A 방지안을 도입하면 활발한 외자 유치에 걸림돌이 된다"며 줄곧 독약증권 도입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던 기획재정부(옛 재정경제부)도 입장을 돌연 바꿨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지난 11일 "독약증권은 정책 효과가 강력하면서도 국제기준에 부합해 도입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 그는 "한국에 진출하는 외국인 대주주들에게 경영권을 어느 정도 보장해주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기획재정부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궁색한 변명'이라고 비난했다. 국내 상장기업 중 외국인이 지배대주주인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기획재정부는 좀 더 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시할 능력도 없나"고 비꼬았다.
  
  경제개혁연대는 독약증권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이 대표적인 도입 사례로 꼽는 일본의 경우도 시장 반응이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고 언급했다. 외국인 주주들의 공식적인 거부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니혼게이자신문>의 지난 11일 보도를 인용해 "미국 최대 공적연금인 캘퍼스(CalPERS, 캘리포니아주 공무원 퇴직연금)와 영국 최대 연금운용회사인 허미스(Hermes) 등 미국과 유럽의 기관투자가 6개사가 공동으로 투자대상인 일본의 상장기업 500여 개 사에 M&A 방어책 철회 등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외국 기관투자가들이 특정 국가의 기업지배구조를 문제 삼아 공동으로 입장을 내놓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러한 외국 기관투자가들의 이례적인 집단행동은 일본의 독약증권 도입에 대한 외국인 주주들의 거부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독약증권 도입은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영권 안정'이라는 기대효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은 물론, 기업 가치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말이다. 일본 노무라증권 보고서에 이런 내용이 담겼다.
  
  노무라증권은 이번 주 발간한 보고서에서 지난 2년간 포이즌필 조항을 삭제한 일본 기업은 12곳이었다고 밝혔다. 독약증권 제도가 주가를 해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독약증권 도입 이후 첫 120영업일간 기업 주가는 도쿄증권거래소의 토픽스지수를 약 4%포인트 밑돌았다. 반면 시세이도의 경우 독약증권 조항을 삭제한다고 발표한 이후 주가가 7% 올랐다.
  
  경제개혁연대 신희진 연구원은 "포이즌필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기업 스스로 이를 포기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재벌 총수를 위한 제도 아니냐
  
  경제개혁연대는 독약증권 도입 논의가 결국 재벌 총수를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배구조가 아직 불투명한데다 재벌 총수를 견제할 장치도 마땅찮은 상황에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신 연구원은 "주주대표소송 등 주주들의 경영권 견제장치가 많이 생겼지만 여전히 소송 제기 자체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크게 떨어지고 이사들의 주식 보유율이 낮은 상황을 감안하면 독약증권은 재벌총수의 기업 지배권만 더욱 강화시켜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국민은행 등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의 경우 경영권을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신 연구원은 이 같은 주장도 '현실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신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의 성격을 확인하지 않고 섣불리 말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며 "모든 외국인이 동일 이해집단이 아닌 만큼 한 무리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 기업의 경우 현실적으로 특정 외국인이 경영권을 인수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신 연구원은 말했다. 동종업계에서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기업이 있냐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현재 대주주인 이건희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의결권 있는 주식은 총 2333만여 주(지분율 15.84%)다. 삼성전자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한 최소 금액이 15일 종가기준(76만4000원)으로 17조 8300만원을 넘는다. 드러나지 않은 백기사와 주식 인수 과정에서의 주가 상승분을 감안하지 않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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