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공공기관장 물갈이…'MB 코드인사' 신호탄?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공공기관장 물갈이…'MB 코드인사' 신호탄?

증권선물거래소 압수수색에 공공기관장 일괄 사표 수리까지…

'MB식 코드 인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대대적인 공공기관장 물갈이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정부지분이 없는 증권선물거래소(KRX)에까지 정부 압력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출범 초기부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앞세워 문화계 코드 인사 행보를 이어가던 이번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이기 식'으로 일을 진행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검찰의 전격적인 거래소 압수수색…"또 낙하산이냐?"
▲ 이정환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은 취임 두 달 만에 자리를 위협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 처했다.ⓒ뉴시스

14일 오전 9시경,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봉욱 부장검사)는 증권선물거래소(거래소) 부산본사와 서울사무소를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때 맞춰 전날에는 해외 투자설명회(IR)에 나선 이정환 거래소 이사장이 행사 첫날 갑자기 귀국해 그 배경을 두고 의혹이 증폭됐다.

이사장의 귀국과 검찰의 압수수색 이유로는 거래소의 과도한 경비 지출이 거론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중 거래소에 대한 정례 종합검사에서 업무추진비 등의 일부 경비가 과도하게 지출된 사례를 적발했다. 거래소가 지난 2006년 1월부터 작년 9월 사이에 매주 1400만 원씩 총 10억 5000만 원을 골프 접대비 등으로 사용했음을 밝힌 것이다.

금감원은 이를 근거로 거래소 임원들의 중징계를 통보함과 동시에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물증확보 차원에서 압수수색을 전격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얼핏 보기에는 방만한 경영을 이어온 거래소에 대한 당연한 감독 수순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다르다. 거래소 이사장 자리에 정부 측근을 앉히기 위한 외압이 또 다시 시작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미 지난 3월, 거래소 신임 이사장 공모 과정에서도 이런 징후가 보였다. 당시 유력 후보로 이팔성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전 우리투자증권 사장)가 거론됐다. 이 대표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데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재직하던 시절부터 최측근으로 분류된 인물이다.

이 대표의 이런 경력 때문에 공모 당시 거래소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반대에 나섰다. 공공기관도 아닌 주식회사에 정부가 개입하려 한다는 것. 결국 이 대표는 후보추천위원회의 심사 과정 1차에서 탈락했다.

이번 검찰의 거래소 압수수색이 정부의 '2차 외압'이라는 설은 이 때문에 나온다.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이라서 이사장 공모 과정에는 정부가 백기를 들었지만, 이번만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조직이 어디 있나"며 "검찰이 문제 삼고 나선 시기가 6개월이나 지난 점도 우스운데, 하필 그 때가 이정환 이사장이 경영지원본부장 재임 시절이라는 점도 이사장의 꼬투리를 잡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공공기관 물갈이가 대대적으로 일어나는 시점임을 감안하면 '절묘한 시기'를 택한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정환 이사장이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일하던 당시 일을 검찰이 뒤늦게 조사하기 시작한 과정에 정부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법적으로 정부가 주식회사인 거래소 이사장의 사표를 받을 공식적인 방법이 없자 검찰을 이용해 외곽에서 압력을 가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검찰은 현재까지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공기관장 일괄 사표 수리…"스탈린식 정치"

지식경제부(지경부) 산하 24개 공공기관장의 사표가 금주 수리된다는 점도 일각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른바 'MB식 코드 인사'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탄이라는 얘기다. 앞서 업계 관계자가 말한 '절묘한 시기'가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임채민 지경부 제1차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임기 만료를 앞두거나 사의를 표명한 24개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 기관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이르면 다음주부터 공모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번 인사는 공기업 민영화를 앞두고 시작되는 수순으로 보인다. 인사 대상에 한국전력,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굵직한 공기업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은 이런 주장에 설득력을 가진다.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공공기관장 사퇴 압력의 최전선에 섰다.ⓒ뉴시스

공공기관장 물갈이는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강한 드라이브가 걸린 바 있다. 이미 정권 초기 유인촌 장관이 색깔론까지 펴며 문화계 인사의 사퇴를 종용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일각에서는 "전 정부를 비판하는 근거로 삼았던 '코드 인사'와 뭐가 다르나"는 비난이 흘러나온다. 특히 총선 낙선자를 위한 '자리만들기'라는 의혹도 그간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총선 직후 "노무현 정권에서 그 정권의 이념과 철학에 맞춰 임명된 사람들은 정권교체가 됐으므로 사의를 표하고 재신임을 묻는 게 옳은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부의 이런 일괄적인 재신임은 시대착오적이고 권위적인 발상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김영우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정치적인 이유로 공공기관 물갈이가 이뤄진다면 정권이 바뀐 다음에도 또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며 "'스탈린식 물갈이'가 이뤄지지 않도록 공공기관장 임명에 외부 독립성이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프랑스의 사례를 들며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프랑스에서도 과거 한 때 정권 교체에 따른 물갈이가 있었으나 폐해 때문에 지금은 기관장의 임기를 전적으로 보장해준다"며 "전 정권에서 공공기관장을 지낸 사람이라도 실적만 좋으면 더 좋은 공기업으로 이동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공기업 수장도 실적에 따라 임명하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성호 상명대 행정학과 교수도 "정부가 임기제의 근간을 공개적으로 훼손하고 있다"며 "설사 순수한 목적으로 이전 정부의 정치적 색깔 인사를 바로잡으려는 것이라 해도 나쁜 선례를 남기게 돼 지혜롭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물갈이 주요 대상이 된 공기업을 두고는 무리한 민영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차영 통합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밀어붙이기식 공기업 민영화는 서민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위험천만한 도박"이라며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같은 날 "지난 1차 공기업 민영화 실시로 인해 외환은행은 헐값에 불법으로 팔려 외국 투기자본의 먹튀 대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