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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잘한 것 한 가지, 뭔 줄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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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잘한 것 한 가지, 뭔 줄 아세요?"

[현장] 美 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터져나오는 말·말·말

"참 잘난 사람들 많아."

13일 저녁, 서울 청계천 소라광장 앞을 지나던 한 시민이 중얼거렸다. 그의 옆에는 지난 2일부터 계속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가 이날도 어김없이 열리고 있었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 모인 인원은 300여 명. 수만 명이 참가한 이전 집회에 비해 조촐한 규모였지만, 마이크 하나를 돌려가며 이어지는 자유 발언은 좀처럼 그칠 줄 몰랐다. 그의 말마따나 마이크를 잡는 이들마다 모두 연사가 됐다. '이런 자리는 생전 처음 서 본다'며 수줍게 인사를 한 뒤 곧 힘이 넘치는 목소리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현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해 환호성을 자아냈다.

마이크 앞에서만 달변이 나온 게 아니었다. 인터뷰를 청하며 만난 참가자들은 모두 "미국산 쇠고기 때문에 처음 촛불 집회라는 데 나왔다"면서도, '왜 나왔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현 정부의 문제점'을 세세히 짚어줬다. 핵심은 하나였다. 다름 아닌 '먹고 사는 문제로 장난을 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국민들 더 굴러떨어져서, 이제 땅파라고?"
▲ "사법처리? 하라고 해라. 몇 명 잡아넣고 겁줄 모양인데, 그거 가지고 굳이 겁 먹을 거 없다. 내가 특별히 죄지은 것도 아니고, 왜 생존권 갖고 장난치냐는 거고, 그럴거면 그만두라는 것이다." ⓒ프레시안

"머리 하나 채우려고 나왔다. 지난주, 지지난주 계속 왔다. 같이 안 나오면 혼자라도 나와야지. 한 명 한 명 모이다 보면 인원수가 늘어나는 것 아닌가. 우리가 특별하게 모이는 단체가 없지 않나. 인터넷이라는 게 실시간으로 정보가 교환되는 게 좋은 것 아닌가."


서울에 산다는 40대 중반의 김모 씨는 "원래 음식을 잘 먹는다"며 "그런데 이젠 골라먹어도 제대로 못 살 상황이 온 것이고, 먹는 것 자체에 두려운 사회가 솔직히 무슨 꼴이냐"라며 혀를 찼다.

직접 양초와 종이컵을 준비해 와 옆에 있던 참가자에게 건네주던 그는 "사법처리? 하라고 해라. 몇 명 잡아넣고 겁줄 모양인데, 그거 가지고 굳이 겁 먹을 거 없다. 내가 특별히 죄지은 것도 아니고, 왜 생존권 갖고 장난치냐는 거고, 그럴거면 그만두라는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거기다 또 공기업이니 병원을 민영화한다고 한다. 돈 없는 사람들은 병원도 가지 말라는 소리다. 대기업은 장사꾼이지 국민에게 복지를 주는 건 아니잖나. 복지가 엉망인 나라에서 이제 돈 없으면 굴러떨어지라는 거다. 내가 IMF 때 굴러떨어진 사람인데 더 굴러떨어지라는 건가? 이제 땅파라고?"

"암담하고, 잔인하고, 황당해요"

"요즘 인터넷 들어가면 보는 게 이거예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오게 됐어요. 학교 분위기? 암울해요. 광우병 얘기만 나오면 좀 우울해져요. 급식 얘기를 제일 많이 해요. (급식으로) 쇠고기 나오면 요즘에도 꺼려지죠. 왜 관심이 없겠어요. 일단 먹고 사는 일이 달린 건데…."

고3이라는 유모 학생과 윤모 학생은 "내일부터는 야자(야간 자율학습) 시작해서 못 오니까 오늘 왔다"고 말했다. 유 학생은 "내가 광우병 걸려서 죽는 건 걱정 안 되는데 친구나 가족이 걸려서 죽는게 싫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윤 학생은 "민영화, 대운하, 그것도 좀 아닌 것 같다. 영화 <식코> 동영상을 봤는데, 정말 잔인하다. 그게 곧 우리 미래라고 하면 정말 암담하다. 아직 살 날도 많은데…"라고 말했다. 유 학생은 "민영화 얘기도 많이 한다"며 "가수 팬까페나 사람 좀 많은 게시판에 가면 그런 얘기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혼자 촛불을 들고 있던 원모(고등학교 1학년) 학생도 "오늘 집회가 홍보가 잘 되지 않아 사람이 별로 안 나온 것 같다"며 "하지만 우리 친구들은 다 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미친 것 같다. 학생을 보고 '빨갱이'니 '정치적 선동가'니 한다. '놀이 시설이 부족해서 길거리에 나온다'는데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경찰을 보면서 느끼는 게 있어요. 단순히 경찰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거죠. 어른들이 문제예요. 어른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찍은 것부터가 잘못이예요. 지금도 0교시 수업을 하는 형편인데 영어 몰입 교육, 입시 자율화를 외치는 것을 보면… 누구나 알 수 있어요."

"잘한 것 한 가지. 국민들 정치에 관심 높인 것!"
▲ 참가자들은 오는 15일 예정대로 장관 고시를 하겠다고 밝힌 정부에 대한 울분을 토했다. ⓒ뉴시스

"지금 인터넷에 떠도는 얘기가 하나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잘한 게 딱 한 가지 있는데, 바로 국민의 정치 관심을 높였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도 그렇다. 그 전까지는 정치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우리의 권리를 찾아야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거창한 방식이 아니어도 국민의 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란히 촛불을 밝힌 진모(35) 씨와 김모(31) 씨는 서울 서초동에서 온 부부였다. 진 씨는 "혹시나 해서 나와봤는데 다행히 사람들이 모여 있어 문화제에 참가하게 됐다"며 "한 명만 촛불을 들었어도 옆을 지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의 대응은 딱 70년대 스타일"이라며 "지금이 독재정권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김 씨도 "국민을 옛날 새마을운동 때 정부말만 듣던 바보로 생각하는데 사실 정부는 2메가바이트 수준이지만 국민은 2테라바이트"라고 평했다.

늦게 도착해 촛불 없이 문화제를 지켜보던 박모(32) 씨는 자신을 강남에 있는 IT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요즘 회사들이 워크숍에 가는데, 다른 팀 얘기를 들어보면 이것 때문에 토론을 벌였다고 하더라"며 직장 내에서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 얘기를 많이 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 블로그에도 '이명박 탄핵 환영'이라고 써놓았다"며 "우리 어머니는 경제 하나 살리겠다고 하는 말 때문에 찍었는데 너무 후회가 되신다고 한다"고 전했다.

"공기업 민영화도 그렇고, 외국 나와서 굽신거리는 것도 그렇고… 또 자신을 대한민국 CEO라고 했다. 그렇지만 국가와 기업은 다르지 않나. 그런 마인드로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고, 또 회사라고 해서 이렇게까지 하지 않는다. 기업과 국가는 사회적 역할이 다르다. 이건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만 봐도 알 수 있는 건데…."

"참 환장하겄네"

어청수 경찰청장이 촛불문화제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관련자들을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힌 이날, 참가자들은 이름을 말하길 꺼리고, '이명박', '탄핵' 등의 단어를 쓰기 주저하면서도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노래 <헌법 제1조>는 문화제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번 합창으로 울려퍼졌다. 이날 가장 많은 박수와 환호성을 받은 한 발언자는 이들의 심정을 이렇게 대변해줬다.

"대학교 1학년이다. 일단 몇가지 말도 안되는 소리를 들어서 여기 나왔다. 중고등학생 여러분, 오빠나 선생님이 이명박 반대하라고 해서 여기 나왔나? 누가 '빨갱이' 전사를 보냈나? 여러분이 그렇게 깡통인가? 지금 대통령 뽑아준 게 국민 아닌가? 국민도 다 깡통인가?

그리고 이 주변에 있는 신문사들, 작년에 쇠고기 수입하다 뼈 나왔다고 제일 악을 써댄게 이들이었다. 그런데 이제 광우병 위험이 유언비어래요. 오늘 조선일보 식당에서는 '우리는 호주산 쇠고기만 쓰니까 안심하고 드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었다고 한다. 참 환장하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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