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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택시면허 완화'에 택시기사들 '흉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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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택시면허 완화'에 택시기사들 '흉흉'

"정부, 택시업자들 이익만 생각" "무슨 일이 나도 크게 날 분위기"

정부가 택시회사 차고에서 놀고 있는 '빈 택시'를 해소하기 위해 현재 1종 운전면허 소지자에게만 허용되는 택시운전 자격취득을 2종 운전면허 소지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데 대한 택시기사들의 불만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가뜩이나 불황과 택시공급 과다로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택시업자들의 이해만 대변하는 이같은 정책으로 인해 이들 택시까지 길거리로 쏟아져나올 경우 택시기사들의 수입이 격감할 것이라는 위기감에서다. 이에 벌써부터 택시기사들 사이에서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일 아니냐"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택시업계 민원 받아들여 택시운전자격 2종으로 낮추기로**

정부는 지난달 23일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기업애로 해소 대책회의'에서 택시업계의 건의를 수용, 2종 운전면허 소지자까지 택시운전 자격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결정은 이날 자리에서 택시업계가 "택시기사의 절대 부족으로 택시 30~35%가 결행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택시운전면허를 2종으로 낮춰줄 것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택시업계 요구를 수용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주무부서인 건설교통부와 경찰청 등이 '도로교통법'개정해 2종 보통면허자도 일정 교육과 운전능력검사 등 소정의 절차를 거치면 택시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기사들 분위기 '흉흉'**

이같은 정부 방침이 알려지면서 요즘 택시기사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중년의 개인 택시기사 A씨는 이와 관련, "정부가 얼마나 책상위에서 정책을 꼼지락거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그는 "서울에 개인과 회사 택시를 합해 택시가 7만4천대 가량 있는데 이 가운데 2만대가 과잉공급 상태라는 사실은 무더기 면허를 발급해준 서울시도 인정하는 사실"이라며 "이런 마당에 그나마 회사택시 가운데 30~35%, 약 7천~9천대가 길거리에 나오지 않고 있기에 그나마 현재 상황이라도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런 마당에 정부가 택시기사들이 죽던말던 간에 기사들만 고용해 차고에서 놀고 있는 택시를 길거리로 내보내 사납금 수입만 늘리려는 택시업자들 요구를 받아들여 2종 면허자들에게까지 택시를 몰게 할 경우 가뜩이나 파산직전인 기사들은 모두 죽으라는 소리밖에 안된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처럼 택시운전면허를 낮춰줄 경우 남편 월급만 갖고는 살기 힘들어 한달 1백만원 수입이라도 벌려는 여성주부 등이 택시업계로 몰려들면서 정작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남성 기사들은 실업자가 돼야 할 것"이라며 "과연 이해찬 총리는 이같은 현실이나 알면서 택시업자들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했는지 궁금할 뿐"이라고 개탄했다.

또다른 회사 택시기사 B씨도 "요즘 기사식당이나 회사 휴게실에 동료들이 모이면 택시운전면허 완화를 놓고 '정부가 우리보고 모두 죽으라는 소리가 아니냐'고 불만이 대단하다"며 "극심한 불황과 유가급등으로 나날이 손님이 격감해 한달 1백만원 벌이도 쉽지 않은 판에 정부가 돕지는 못할망정 이런 대책까지 밀어부친다면 무슨 일이 나도 크게 날 분위기"라고 흉흉한 분위기를 전했다.

***1종면허소지자, 서울 2백12만명, 택시 1대당 92명 꼴, 택시기사는 차고 넘쳐**

당연히 택시노동계도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전국민주택시노조 등 택시노동계는 이해찬 총리의 '택시운전면허 완화' 방침에 대해 한마디로 "한심하다"고 개탄하고 있다.

택시면허업무를 주관하고 있는 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서울의 1종 면허소지자가 2백12만명에 이르고 있다. 반면 법인 택시는 현재 2만3천대여서 택시 1대당 92명 꼴인셈이다. 다시 말해 택시 면허 소지자들은 차고 넘치는 셈이다. 여기다가 2종 보통면허소지자 2백63만명이 택시운전 허가를 받게 되면, 한정된 택시 수에 비해 택시 운전 가능인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현재 2백12만명에 달하는 1종 면허 소지자들이 왜 택시업을 떠나는가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택시로는 먹고살 수 없기 때문이다. 택시기사들은 스스로를 '도시의 막장인생'이라고 말할 정도다.

기우석 전국민주택시노조연맹 기획국장은 이와 관련 "택시기사가 부족한 것은 택시 면허의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열악한 근무조건과 불합리한 처우로 인해 택시기사들이 택시업을 떠나면서 촉발되었다"며 "택시 기사 부족을 면허 확대를 통해 해결할 일이 아니라, 근무여건 개선 및 불합리한 제도 개선이 선행되야 한다"고 주장한다.

택시노조에 따르면 법인 택시 운전자들은 전산업 월 평균 노동시간보다 60~80시간 이상을 더 일하고 있다. 매일같이 일반노동자보다 3시간 가량 장시간 노동을 하는 셈이다.

<표1, 2>

뿐만아니라 장시간 노동에 따른 보상도 거의 미미해, 일반 산업에서는 규정된 근무시간(8시간) 이외의 노동에 대해서는 연장근로수당, 특별근로수당이 주어지지만, 택시업의 독특한 근무구조는 이마저도 허락하지 않고 있다.

<표3>

장시간 노동과, 낮은 임금은 택시업의 독특한 상황이라고 차치하더라도 택시노동자는 업주들의 각종 불법적 행위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고, 이에 대한 당국의 관리감독도 매우 부실한 형편이다.

지난 98년부터 시행되는 택시운송수입금전액관리제에도 불구하고 월급제를 시행하는 업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소위 사납금제, 도급제, 지입제 등 택시업주들의 각종 편법·불법 영업행위는 택시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과 낮은 임금을 구조적으로 강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택시노동자들은 극심한 피로와 만성적 질병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이는 택시 이용객의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택시노조에 따르면 법인택시는 버스와 비교해도 사망자와 부상인원이 가장 많고, 교통사고건수도 매우 높다. 교통사고율은 개인택시보다도 10배에 달해 가장 위험한 교통수단으로 인식되는 형편이다. 전국 법인택시의 31%를 차지하는 서울시 소재 법인택시의 경우 사고율이 40%에 달해 개인택시보다 무려 18배에 달하고, 사고건수는 9배, 사망인원은 6배에 달할 정도다.

쉽게 말해, 택시노동자는 장시간노동·낮은임금·만성적 질병·높은사고율에 노출되어 있다. 속된 말로 고생은 죽도록 하고, 몸까지 상하는 대표적 3D 직종 중 하나인 셈이다.

***택시노조, "면허확대 방침은 택시업에 대한 몰이해의 소산"**

국무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택시기사면허 완화방침과 관련, "이번 면허확대 방안은 진입장벽을 낮추자는 취지로 마련되었다"며 "택시기사의 열악한 처우와 삶의 질 개선과는 별개의 사안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제도 운영에서 진입장벽을 낮춰 다양한 사람들이 택시업에 진입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줘야할 의무가 있고, 다만 택시기사를 하느냐 안 하느냐는 결국 본인의 선택문제일 뿐이다"고 덧붙였다.

기우석 민주택시연맹 기획국장은 이와관련 "면허 확대 방안이 실제화되면, 택시업은 그야말로 아르바이트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의 추진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가시화될 경우 대정부 저지투쟁을 불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조경식씨를 포함 2명의 택시노동자가 택시업주의 불법적인 전횡과 택시노동자의 비참한 현실을 고발하며 분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의 탁상행정과 사용자 편향의 정책으로 말미암아 택시노동자들이 또다시 길거리로 쏟아져나오는 사태가 발발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편 서울시는 이와 관련, 서울의 택시면허가 과잉공급 상태라고 판단해 앞으로 서울주변 신도시 등이 만들어질 때마다 서울 택시면허를 신도시로 이전시켜 서울의 택시 과잉공급문제를 해소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어, 앞으로 택시사태가 재연될 경우 정부와 서울시간에도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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