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성진·안경률·진수희·이군현 의원 등은 최근에 만나…이번에 4선 의원이 되는 안상수 원내대표 등을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점찍어 '영입'하자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한겨레>
▲"오는 24일로 예정된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재산공개를 앞두고…'일부 수석들은 절대농지를 갖고 있다더라' '어떤 수석은 재산 등록을 앞두고 100억원이 넘는 재산을 다른 가족 명의로 변경을 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설들이 무성(하다)"<조선일보>
▲"한나라당 후보로 4.9총선에 출마했다 낙선한 인사들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낙선자들은 총선 이후 최소한 6개월 동안은 정부·청와대 인사나 공기업 인사에서 기용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중앙일보>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별개의 사안들이다. 근데 묘하다. 이런 '사실'을 전하는 언론의 해설이 같다. 최근 여권에서 불거진 정무라인 교체논란과 맥이 닿아 있다고 한다.
▲<한겨레>는 공성진 의원 등의 움직임을 "이상득 국회 부의장에 대한 견제구"로 읽으면서 "청와대 정무라인이 대체로 이상득 부의장 사람이라는 점"을 적시했다.
▲<조선일보>는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재산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한나라당 안에서 최근 정무라인 교체 주장 등 청와대 쇄신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있는 점에 주목했다.
▲<중앙일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낙선자 배제 지시에 따라 한나라당 일각의 주장이 당분간 실현되기 어렵게 됐다고 전망했다. "청와대가 임명을 검토 중인 정무특임장관직 또는 앞으로 있을 청와대 개편 때 수석비서관직에 낙선자를 기용해 청와대의 정무기능을 보강해야 한다는 한나라당 일각의 주장"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는 것이다.
권력투쟁의 대의명분으로 등장한 '인사·정책 실패'
세 언론의 '사실 전달'과 '배경 분석'만 종합해도 여권의 최근 실상을 대충 엿볼 수 있다.
'한나라당 일각'은 정무라인 교체를 강하게 요구하는 반면에 청와대는 완강히 버틴다. '한나라당 일각'은 '우리편'을 세우고 '상대편'을 끌어내리려 하고 청와대는 인사권자의 '지시'를 내세워 이 움직임을 제압하려 한다. 전투장은 공식성상과 물밑에 걸쳐있고 전투방법은 공개 비판과 헐뜯기를 망라한다.
실상은 분명하다. 전형적인 권력투쟁이다. 요직을 차지하고 주도권을 쥐기 위한 투쟁이다.
이렇게 규정하니 짚을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친이 대 친박의 싸움이 아니다. 친이 내 이재오계 대 이상득계의 싸움이다. 그래서 궁금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떻게 거중조정할지가 궁금하다. <중앙일보> 보도만 놓고 보면 이상득계에 힘을 실어주는 것 같은데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친박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심사다. 친이 내의 균열을 기회로 여겨 틈을 더 벌리려 할지, 그렇다면 틈새전략이 무엇인지가 궁금하다. 이재오계 대 이상득계의 싸움으로 박근혜 전 대표의 최대 관심사인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이 뒷전으로 밀리게 된 데 대해서는 또 어떻게 나올지도 궁금하다.
하지만 다 부질없다. 투쟁은 제한적이다. '그들만의 리그'이자 '집안싸움'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에겐 주도권의 향배가 중요하겠지만 국민에겐 별로 중요하지 않다. 국민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 정무라인 교체 주장의 근거로 제시한 인사·정책 실패는 중요한 문제다. 그것이 국민 정서와 민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게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증상을 살핀 것에 불과하다. 국민에게 정작 중요한 문제는 처방이다. 인사·정책이 정무라인 교체로 개선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대통령이 '실패'를 자인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쉬워 보이지 않는다. 인사·정책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그 원인을 정무라인의 부실한 보좌에서 찾는 데는 선뜻 동의할 수 없다. 그러기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언행이 너무 돌출적이다.
어제의 발언이 좋은 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으로 민심이 들끓고 있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느긋하게 말했다. "질 좋은 고기를 들여와서 일반 시민들이 값싸고 좋은 고기 먹는 것"이라며 "소 키우시는 분들(에겐) 보상을 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장관 인사 파동 뒤에 흘러나온 말도 사례로 삼기에 충분하다. 여권에서 말하고 언론이 보도하기를 이명박 대통령은 아는 사람이 아니면 잘 쓰지 않는다고, 그래서 인재풀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근본원인은 정무 보좌라인에 있는 게 아니라 최고 정무직에 있다. 참모가 아니라 대통령이 근본원인이다.
그래서 쉽지가 않다. 대통령으로선 평소 사고와 스타일을 구현하는 것인데 이를 '실패'로 규정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그건 '도발'이자 '도전'이다.
* 이 글은 김종배의 뉴스블로그 '토씨(www.tosee.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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