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은 법과 원칙을 거스르는 면죄부 수사 중단하라
삼성 특검 2차 수사기한 만료 시점을 눈앞에 둔 지금 특검 수사는 면죄부 주기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특검은 삼성의 후계자인 이재용씨를 소환한 뒤 e삼성 사건에 대한 무더기 면죄부를 발부해 지탄을 받았으며, 비자금을 동원해 미술품을 불법 구입한 혐의를 받았던 홍라희씨도 소환조사 후 무혐의 처리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지난주 특검은 뒤 늦게 이건희 회장을 피의자로 소환했습니다. 그러나 비자금과 차명주식은 모두 개인 재산이며, 불법로비는 모르는 일이라는 이 회장의 주장을 듣고 돌려보낸 것 이상 특검이 무엇을 밝혀냈는지 의문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삼성과 관련된 의혹이 이번처럼 구체적 증거를 갖추고 제기된 바 없었음에도 지금까지 단 한 건의 구속수사도 없이 보여 주기식 압수수색과 소환으로 일관한 특검 수사를 더 이상 지켜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깊이 회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발인 단체들은 특검의 면죄부 수사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 지난 2주간 두 차례나 조준웅 특검을 직접 면담하고, 수사의견을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특검은 바쁘다는 이유로 시간을 미루다 두 번 모두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고발인들의 면담 신청을 거부했습니다. 사건의 고발인으로서 수사 방향이 심각히 왜곡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면담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이 뚜렷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한 것은 이번 수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전개되기를 촉구하는 의견을 더 이상 듣지 않겠다는 태도에 다름 아닙니다.
지금까지 특검은 비자금, 경영권승계, 불법로비 어느 한 부문에서도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거나 밝히지 못했습니다. 특검의 전현직 삼성 임원들 명의의 계좌추적은 제한되었으며,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계열사들의 횡령의혹들에 대한 수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차명주식 자금원에 대해서도 선대의 가산이라는 뻔한 주장을 수용할 뿐 회삿돈을 횡령한 것인지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구조본의 개입을 시인해 놓고도 이재용씨를 포함한 e삼성 사건 피고발인 전원을 무혐의 처리했으며, 명백한 증언, 정황에도 불구하고 이건희 회장을 삼성 SDS BW 사건의 기소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학수와 더불어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을 주도한 김인주를 수사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삼성의 바람과 일치하는 것입니다.
불법로비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전현직 검찰 고위직들에 대한 어떠한 조사도 없었으며, 로비 시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추미애 전 의원을 소환하지도 않았습니다. 불법로비의 구체적인 물증까지 제시한 이용철 전 청와대 비서관에 대한 소환조사도 없었고, 돈을 전달한 이경훈 전 삼성법무팀 소속 변호사에 대한 범죄인송환인도요청도 하지 않았습니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제기된 의혹의 정도에 비해 특검의 수사는 허술했습니다. 우리는 그 원인이 단지 시간과 여건의 제약이 아닌 특검의 수사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란 점을 분명히 지적합니다.
오는 4월 18일경 특검이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에 대한 불구속 기소를 할 것이라는 방침도 일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일관되게 모든 범죄혐의를 부인해 왔고, 각종 증거인멸을 조직적으로 시도했던 점을 감안할 때 이건희 회장을 구속해야 할 사유는 뚜렷합니다. 특검이 이 회장에 대한 일부 혐의만을 인정해 불구속 기소하거나 무혐의 처리한다면, 이는 명백한 봐주기 수사이며, 삼성과의 조율을 통해 국민을 기망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특검이 법과 원칙 그리고 국민의 법감정을 거슬러 이 같은 수사 결론을 내린다면, 무거운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란 점을 분명히 경고합니다.
2008. 4. 7
삼성 이건희 일가 불법규명 국민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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