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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거부층'이 제1당인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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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거부층'이 제1당인 총선

'낮은 대표성'과 '고도의 권력집중'이 맞물린다면…

여론조사에 근거한 총선 전망이 대체로 근접해간다. 통합민주당이 90석을 밑돈다. 군소 진보정당은 통틀어 많아야 10석이다. 한나라당이 170석 이상, 친박연대 등 박근혜 세력과 자유선진당은 각각 15석 안팎을 얻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게 현실이 된다면 보수 세력이 200석 이상을 차지하는 압승이다.

이런 전망을 근거로 총선 뒤의 정치에 대한 여러 가지 상상도가 나온다. 가장 많이 듣게 되는 게 '일당 독재' 위협이다.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단언했다. "일당독재의 최종역은 개헌"이라고.

경계의 의미에서건, 부추기는 의미에서건 이명박당, 박근혜당, 이회창당 사이의 '보수 대연합론'이 거론되는 건 사실이다. '보수 200석'을 상상할 때 받게 되는 심리적 압박은 그래서 크다. 90년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자당 이래 개헌 저지선이 뚫려본 적도 없다.

하지만 정치 전문가들이 이번 총선에서 정말로 우려하는 바는 총선의 일반적인 관심사인 여대야소 여부도, 보수독점 구조의 구축 여부도 아니다.

개헌은 협박용

손학규 대표의 보수 개헌론은 권력구조 문제를 염두에 둔 말이다. 과거 집권세력이 내각제 개헌 등의 모색을 통해 장기집권을 획책했던 기억을 끄집어 내 이명박 정부가 같은 시도를 할 것으로 미래를 규정한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가 개헌을 시도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본다. 보수진영 일각에서 대통령제에 대한 심각한 회의감을 피력하고는 있으나 이명박 정부가 폭발력이 강한 개헌 문제를 굳이 끌어들일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정치컨설팅 '민기획' 박성민 대표는 "개헌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후마니타스 박상훈 대표도 "권력구조를 포함한 개헌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패하고 박근혜계가 독립하는 전제 하에서나 나올 수 있는 얘기"라고 말했다. 개헌 자체가 의제가 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으로, 선거가 진행 중인 와중에 나오는 '개헌 저지선'이라는 말은 견제론을 자극하기 위한 심리적 수사라는 의미이다.

물론 한나라당이 안정적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보수세력이 200석을 점령하면 의회 질서의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각종 정책 추진에 있어서 이명박 정부가 입법적 기반을 확고하게 갖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한 진보·개혁 세력의 주변화로 정치의 테마인 갈등과 협상이 오로지 보수 담합 구조 내부에 갇히게 되는 상황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발언 속에 나왔지만 최장집 교수가 "일당독재에 대한 견제력이 없어지면 가공할 만한 사태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한 건 그런 맥락일 터이다.

50%대 투표율 전망이 의미하는 것

이런 재앙적 경고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이 한나라당의 안정적 과반 확보와 보수 200석 전망에 선뜻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수진영 내부의 불안정성에서 답을 찾는다.

박성민 대표는 "보수 200석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며 "오히려 지금까지와는 새로운 정당질서가 만들어질 가능성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 대연합'보다는 '보수 분열'이 당분간의 화두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해 이같이 말했다.
▲ ⓒ연합

박상훈 대표는 "한나라당의 공천 결과 이명박계가 독점했지만 친박연대가 나온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집권당을 안정적이고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여건이 매우 안 좋다"며 "집권당 안에서도 정당 응집성이 굉장히 떨어져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고 해도 그것이 순조롭게 관리되는 보수독점 체제는 현실화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이를 자민당 장기집권의 토대를 구축했던 일본의 55년 체제와 비교했다. 그는 "일본이 30년 장기집권 체제가 될 수 있었던 건 사회당과 공산당까지 포함한 모든 세력에게 경쟁의 장이 허용되고 이를 통해 시민들의 의사표현이 충분히 허용된 결과였다"고 말했다. 요컨대 사회적 의견을 반영하는 통로로서 정당정치가 뿌리내린 바탕에서 장기집권의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2004년부터 지금까지 기존의 정당체제가 해체돼 왔으며 이번 총선도 그것이 분해되는 혼란한 상황이 진행되는 와중에 치러지는 선거"라고 박 대표는 규정했다. 진보개혁진영은 물론이고 보수진영 역시 지지기반이 형편없이 무너져 가는 과정에 놓여 있다는 진단이다.

이를 반증하는 건 유례없는 부동층의 증가와 50%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투표율이다. 박 대표는 "만약 투표율이 매우 낮고 보수세력이 200석이 된다면 이 선거를 민주적 결과로 인정할 수 있겠는가 하는 고민에 봉착할 것 같다"고 난감해 했다. 그는 "사실 우리정치의 제1당은 기존 정당에 거부감을 가진 투표거부층"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말대로 투표권을 가진 성인남녀의 30%밖에 지지를 얻지 못한 대통령의 탄생에 이어 이보다도 더 대표성이 낮은 집권당이 출현한다면 대의정치에 심각한 하자가 발생한 것으로밖에 보기 어렵다. 대표성 없는 대통령과 사상누각이나 다름없는 과반여당, 혹은 보수 200석은 끊임없는 사회적 불안정을 수반하게 된다는 얘기다.

낮은 대표성과 고도화된 정치적 독점력. 위험성은 바로 이 같은 모순이 균열하는 지점에 도사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이 정작 우려하는 바다.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집권 기반을 망각하고 여대야소라는 정치 현상이 불러일으키는 '착시효과'에 경도돼 집권세력이 마구잡이로 밀어붙일 경우,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 해체가 가속화 될지 모른다는 경고다. 정부가 총선 뒤에 한반도 대운하 추진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우려가 괜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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