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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나라당'이 된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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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나라당'이 된 한나라당"

[홍성태의 '세상 읽기'] 투기의 나라

봄이 왔으되 도무지 마음을 풀어 놓을 수가 없다. 그 핵심에 무모한 개발과 투기의 문제가 있다. 요컨대 '부동산'이 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세 채의 빌딩을 보유하고 18년간 임대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나라의 부자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그의 재테크에서도 부동산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때문에 그는 '부동산 재테크'가 이 나라를 얼마나 심각하게 망치고 있는가를 잘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1%의 부자가 50%가 넘는 땅을 소유해서 '룰루랄라' 행복한 나날을 즐길 때 땅 없고 집 없는 수많은 사람들은 말 그대로 등골이 빠지는 고통을 견뎌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 비틀어진 현실을 그대로 두고 경제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잘못일 것이다. 실로 개발과 투기와 부패의 구조야말로 소득 수준에 걸맞은 삶을 살지 못하게 하는 기형국가 한국의 원천이다. 부동산은 결코 단순한 재테크의 수단이 될 수 없다. 정말이지 부동산을 그저 돈벌이의 대상으로 여기는 천민자본주의는 하루빨리 우주 저 멀리 사라졌으면 좋겠다.

이명박 정부는 '고소영 S 라인' 정부니 '강부자' 정부니 하는 다소 명예훼손의 여지가 있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전자는 주로 인맥('고대-소망교회-영남-서울시청 라인')에 초점을 맞춘 것인 반면에 후자는 주로 살고 있는 지역과 보유하고 있는 재산('강남 땅부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렇게 구분해서 보면 전자보다 후자가 훨씬 더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고소영 S라인'의 인맥이야 그럴 수도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강남 땅 부자'로 표상되는 정책과 문제는 정말 나라와 민족을 생각해서 하루빨리 발본적으로 개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를 보노라면, 아무래도 마음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내각의 구성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문제들이 드러나서 심지어 일부러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적 관측마저 제기되기도 했다. 표절과 투기가 가장 흔히 제기된 문제였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일관되게 나타난 문제는 투기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대다수 국민들이 분명히 심각한 문제라고 느끼고 있는 이 투기 문제에 대한 관련자들의 희한한 반응이었다. 크게 논란이 된 것들을 다음에 제시한다. 그야말로 황당한 주장의 파노라마라고 할 만하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주변 인사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국민의 좌절감만 커져만 간다. ⓒ연합뉴스

국민들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놀라게 한 사람은 YWCA연합회 회장 출신으로 환경운동에도 참여했던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였다. 그녀는 김포의 절대농지 투기의혹이 일자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2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경기도 김포의 절대농지 투기의혹에 대해 "친척이 김포 근처에 사는데 좋은 땅이 나왔기 때문에 사라고 권유해 구입했지만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하는 줄 몰랐다"면서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할 뿐 투기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해명했다. (<조선일보>, 2월 24일)

박은경 후보자의 놀라운 해명으로 그야말로 나라가 뒤집어졌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는지 바로 이어서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명해서 국민들을 또 다시 놀라 자빠지게 만들었다.

전국 각지에 40건의 부동산을 보유해 투기 의혹을 사고 있는 이춘호 여성부장관 후보의 황당한 해명이 국민 분노를 한층 가중시키고 있다.

이 후보는 23일 서울방송(SBS)과 인터뷰에서 서초동 오피스텔의 경우 유방암 검사 결과가 좋게 나와 기쁜 마음에 서재로 쓰려고 분양 받았다고 해명, 보는 이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이 후보는 "유방암인 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하니까 기쁜 마음으로 그런 (오피스텔 같은) 걸 하나 샀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서재로 쓰려고 산 거예요. (남편과) 둘이서"라고 주장했다. (<뷰스앤뉴스> 2월 23일)

SBS 인터뷰가 방송되고 아마도 난리가 났을 것이다. 이 때문에 <조선일보>에서는 다시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던 모양인데 이춘호 후보자는 똑같은 말을 했다.

이 후보자는 조선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서초동 오피스텔은 내가 유방암 검사에서 아니라는 결과가 나오자, 남편이 감사하다고 기념으로 사준 것이다. 글도 쓰고 사무실로 쓰라고 했다. 일산 오피스텔은 친구에게 놀러 갔다가 사라고 해서 은행 대출 받아 샀다"고 해명했다. (<조선일보> 2월 24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표절의 문제가 밝혀졌을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무임승차 의혹, 기독교 신앙에 대한 과도한 강조 등에 이어서 투기 의혹마저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노후용'이라고 해명했다.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소유 중인 경기도 가평군 현리 토지에 대해 투기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이 땅을 '노후생활용'이라고 밝혔지만 현지 취재 결과 해당 토지 주변에 주택은 거의 없고, 러브호텔과 식당들이 들어서 있어 주거용으로 부적합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국민일보> 2월 26일)

나름대로 '진보적'이라고 여겨지기도 했던 이영희 노동부 장관도 엄청난 재산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당한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전태일'을 말하던 사람이 강남에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장관도 역시 '노후용'이라고 해명했다.

우원식 통합민주당 의원은 27일 "요즘 '강부자'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데 강남에만 집과 오피스텔 4채를 갖고 있다"며 "지금 무슨 장관 하려고 하나. 노동부 장관 한다는 분이 이런 초호화 오피스텔을 보유해도 되나"라며 이 후보가 배우자 명의로 보유한 서초동 오피스텔 '부티크 모나코'를 거론했다. 문제의 호화 오피스텔은 2005년 당시 3.3㎡(평)당 2900만 원이라는 고분양가에도 불구하고 5일만에 청약이 마감돼 '상류층 1%'를 대상으로 한 분양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뷰스앤뉴스> 2월 27일)

프로이드는 실수를 그저 실수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실수로 부자들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주었다. 다음은 이 장관에게 상당히 우호적인 기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사로도 이 장관과 같은 부자들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이 얼마나 남다른가를 아주 쉽게 잘 알 수 있다. 그에 대한 청문회는 여의도의 비싼 아파트에 살고 있으면서 또 신천동의 비싼 아파트를 산 이유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이 내정자는 신천동 아파트의 매입 이유를 묻는 질문에 "여의도는 사람이 그다지 살기 좋은 곳이 아니다. 은퇴 후 사무실과 연구소로 활용하기 위해 신천동 쪽에 아파트를 구입했다"고 답변했다. 골프 회원권 보유 내역에 대해 묻는 질문에 단번에 "그건 싸구려 골프회원권입니다"고 답해 버렸다. 그는 본인 명의로 강촌컨트리클럽 회원권을 갖고 있고 부인은 안성컨트리클럽의 회원. 그와 배우자가 매입한 가격은 강촌이 1억 원, 안성이 8850만원. 실제로 골프 회원권 중에서는 이 둘은 중저가 수준으로 골프 회원권끼리만 비교하면 사실에 부합한다. 하지만 시세까지 조사해 온 의원의 질책은 빠져나가지 못했다. 현재 시세는 강촌이 2억6000만 원, 그리고 안성은 2억 원 가까이 된다. 이에 따라 1억 원이 넘는 골프 회원권이 싸구려냐는 비난을 받았다. (<이데일리> 2월 27일)

취임하자마자 운하 계획을 '신창조 프로젝트'라고 설파해서 국민들을 경악시킨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도 역시 투기 의혹을 받았다. 한 경제지의 간부는 그가 후배 관료들로부터 '청백리'로 추앙받고 있다는 글을 썼다. 도대체 이 나라에서 '청백리'의 기준은 어떤 것인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부인이 구입한 충남 서천의 밭에 대해 투기 논란이 일자 하루 새 트랙터 등을 동원해 정상적인 밭으로 일궈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3월 1일)

이렇듯 이명박 정부의 장관 임명 과정은 투기의 문제가 새삼 확인되는 과정이었다. 투기라는 망국적 문제가 왜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인가를 아주 잘 알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번의 장관 임명 과정은 대단히 교육적이었다. 또한 투기 세력은 농업의 쇠퇴를 이유로 더 많은 땅을 보유하기로 작정하고 나섰다는 것을 확인할 수도 있었다. 바야흐로 한국은 지주가 세상을 지배하던 전근대사회로 빠르게 퇴보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사실들이 드러나서 괴로워하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의 가슴에 홍성걸 교수라는 사람이 대못을 박았다.

한나라당 측 인사인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가 6일 밤 이명박 정부 인사 파동을 거론하는 과정에 "땅투기 안한 사람이 바보 아닌가"라고 발언, 국민들이 격노하는 등 파문이 일어 한나라당을 긴장케 하고 있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출신이자,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을 적극지지했던 뉴라이트 산하 뉴라이트싱크넷 멤버인 홍 교수는 6일 밤 방송된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부실 각료인사 파문을 거론하던 중 "우리가 살아온 한국의 현대사가 정상적인 현대사가 아니다"면서 "60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열 번째로 잘 사는 나라로 바뀔 때는 뭔가 달라도 한참 비정상적으로 온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어 "이런 과정에서 땅투기 안 한 사람 거의 없다"며 "안 한 사람이 바보 아닌가? 솔직히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고 말했다. (<뷰스앤뉴스> 3월 7일)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홍 교수의 주장에 대해 한 시민은 "'대한민국 국민은 5대 바보'라는 글을 통해 "땅 투기 안 해서 바보, 자식 군대 보내서 바보, 위장전입 안 해서 바보, 탈세 안 해서 바보, 정직하게 살아서 바보…"라고 탄식하며 "그래도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바보가 되는 그날까지 싸웁시다"라고 질타했다"(<뷰스앤뉴스> 3월 7일). 그런데 홍 교수가 대다수 국민들을 '바보'로 몰아붙인 것에 바로 이어서 이번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여겨지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투기 의혹이 제기되었다.

최시중(71)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985년 7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논을 산 것은 전형적인 부동산 투기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 후보자는 이 논을 "주말농장용으로 구입했다"고 해명한 바 있어, 거짓말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최 후보자 부부와 함께 논을 산 김아무개(사망)씨의 부인 박아무개(61)씨는 7일 <한겨레> 기자와 한 통화에서 "서현동 땅은 '재테크'가 맞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땅을 보러 다니면서 산 게 아니고, 누군가 '그쪽이 괜찮다'고 해서 남편 친구들 이름으로 서현동 땅 611평(2010㎡)을 평(3.3㎡)당 6만여 원에 함께 사게 됐다"고 말했다. (…) 최 후보자는 지난 5일 <한겨레>가 서현동 논을 구입한 경위를 묻자 "지인들과 함께 주말농장용으로 구입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 논은 주택용지에도 포함된 적이 없어 현지에 사는 농업인이 아니면 살 수 없다. (<한겨레> 3월 8일)

이렇게 투기 의혹이 강력히 제기된 상황에서 최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땅 사랑'론에 버금가는, 아니 그보다 더 강력한 '귀신'론이 제기되었다. 정말 돌에 새겨 역사에 길이 남겨야 할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부동산 투기와 증여세 탈루 및 탈영 의혹,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다. (…) 최 후보자는 또 지난 1999~2000년 거액의 서빙고동 땅 매도 과정에서 제기된 증여세 탈루의혹과 관련, 정 의원이 "아들에게 900평의 땅을 증여한 기억이 없냐"고 묻자 "전혀 없다"며 "내가 기록을 보고 아들에게 물었더니 아들이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에 정 의원이 "귀신이 땅을 사서 팔았다는 얘기"라고 비꼬자 최 후보자는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조선일보> 3월 17일)

끝으로 요즘 '완장'을 찼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말과 그에 대한 한 기사를 소개한다. 노태운 기자가 그에 대해서 자세히 취재해서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있다. 우선 유인촌 장관은 140억원을 넘는 재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22일, "내가 배우 생활 35년을 했는데, 그 정도 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유 후보자는 이날 오후 인수위 해단식 기념사진 촬영 직후 기자와 만나 '재산이 많다'는 질문에 "배용준을 한번 봐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겨레> 2월 23일)

노 기자는 과연 배우 생활만으로, CF 수입만으로, 그 많은 재산을 모을 수 있었을까를 찬찬히 따진다. 그리고 역시 부동산이 큰 구실을 했다는 사실을 밝힌다. 그리고 여기에 투자를 넘어선 투기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가 쓴 여러 관련 글들을 모두 읽어 볼 것을 독자들에게 권한다.

재산 공개 내역을 살펴보면 유 후보자는 2006년 11월 서울문화재단 대표를 물러날 때 신고한 부동산 자산은 44억2900만원이었지만 현재는 73억3000만원으로 1년 3개월여 사이 29억원이나 늘었습니다. 2006년 11월이나 지금이나 부동산 내역은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지난 날 잘 사 둔 부동산 덕분에 앉아서 29억원을 번 것이죠. '배우 생활로 번 돈'과는 거리가 한참 멉니다. (<노태운 기자의 발 가는 대로> 2월 27일)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20일밖에 안 되었지만 6개월이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지치고 피곤한 모양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더 피곤하다. 2월 22일의 '땅 사랑'론부터 3월 17일의 '귀신'론에 이르기까지 거의 매일같이 밝혀진 지독한 투기와 황당한 변명의 '능력'에 국민들은 너무나 놀라고 지쳤다. 이 와중에 투기를 촉발할 뿐 '망국의 길'이 뻔한 운하를 건설하겠다고 계속 을러대고 있으니 국민들은 더욱 더 불안하다. "딴나라당이 땅나라당이 되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정녕 1% 땅 부자를 위해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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