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을 꽂자마자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양상이다. 어제 출범한 진보신당의 총선 환경이 그렇다. 무엇 하나 좋은 게 없다.
심상정 상임대표는 "총선 민심은 이명박 정부의 폭우와 홍수를 막아낼 강력한 견제세력, 믿음직한 진보야당 구축을 원하고 있다"며 "(진보신당이)노아의 방주가 돼야 한다"고 말했지만 돌아가는 형국은 사뭇 다르다.
급부상하는 견제론…진보신당에 마이너스
수도권을 중심으로 견제론이 급부상하고 있지만 이 흐름이 진보신당에 순류가 될 공산은 커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견제론이 사표 방지심리를 자극해 민주당에 떡 하나 더 주는 결과를 빚을 공산이 크다.
형세가 그렇다. 대선 직후에 비해 많이 누그러지긴 했지만 여당 압승과 야당 부진을 내다보는 시각은 여전하다. 이게 문제다.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정당부터 살려야 한다는 정서가 확산될 수 있다.
진보야당이 양분된 것도 문제다. 몰아주고 싶어도 몰아갈 수 없다고 유권자 스스로 체념할 동기가 만들어진 상태다.
진보신당이 이 악조건을 돌파하는 방법은 견제의 '질'로 승부하는 것이다. 민주당과는 다른 견제 논리와 정책을 내놓아 유권자의 표심을 흔들어야 한다.
하지만 판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 안정론 대 견제론 구도가 형성되고 있지만 안정과 견제를 상징할 구체적인 선거 이슈는 등장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모두 총선 이슈보다는 인물 경쟁, 총선 공약보다는 공천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천 작업도 완료하지 못했다. 두 당이 얼추 지역구 공천을 마무리 짓고 있지만 이어서 비례대표 공천을 해야 한다. 이 일정을 감안하면 실제로 정책과 이슈를 갖고 총선 구도를 짤 수 있는 기간은 아무리 길게 잡아도 보름을 넘길 수 없다. 시간이 없다.
그 뿐인가. 마이크 잡기도 어렵다. 진보신당은 신생정당이다. 의석수는 0이고, 정당 득표율은 기록한 바가 없다. 그래서 방송 토론에 나가 정책과 이슈를 선전할 기회를 얻기 힘들다.
심상정·노회찬 '올인' 만이 살 길
어찌할 것인가. 진보신당의 불씨를 살려갈 묘안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쌍두마차로 불리는 심상정·노회찬 두 전직 의원의 당선에 올인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따지고 보면 진보신당의 창당 지렛대는 두 전직 의원의 '상품성'이었다. 바로 그 만큼이다. 진보신당의 존재감과 생명력은 두 전직 의원의 당락 여부에 따라 갈리게 돼 있다.
플러스알파, 즉 정당득표율을 올려 비례대표를 확보하는 길 역시 심상정·노회찬 두 전직 의원의 선전 여부에 달려있다.
지명도가 높은 사람이 전국을 돌며 바람을 일으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럴 여력이 많지 않을 뿐 아니라 그럴 사람도 별로 없다. 그런 역할을 해야 할 두 사람, 즉 심상정·노회찬 두 전직 의원이 지역구에 매달려야 한다.
진보신당이 불러일으켜야 하는 바람은 대륙풍이 아니라 지역풍이다.
* 이 글은 김종배의 뉴스블로그 '토씨(www.tosee.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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