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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폐지여부, 현정권 정체성의 바로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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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폐지여부, 현정권 정체성의 바로미터"

민교협, 송두율-민경우 사건 일지 발표하며 압박

"21세기에 당면한 우리의 민족적 과제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서구, 백인, 남성 중심주의의 근대적 학문과 사상에서 벗어나 다문화주의적 공존과 생태주의적 학문과 사상을 통한 인류의 공영에 이바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민족 의 숙원인 남북통일을 달성하여 대립과 갈등, 그리고 폭력과 전쟁으로 얼룩진 근대 제국주의의 사슬에서 우리 한반도를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21세기에 당면한 이 두 가지의 민족적 과제를 가로막는 것이 <국가보안법>이다."(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성명서 중)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이하 민교협)의 성명대로 국가보안법이 인류의 공영과 남북통일을 막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이념과 가치관에 따라 논쟁의 지점이 있을 수 있지만, 국가보안법에 의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판결로 고초를 겪는 사람들은 분명 존재한다. 최근 7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와 1심공판 중인 통일연대 민경우 사무차장의 경우가 대표적 예라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민교협 등 교수-학술단체들은 31일 오전 안국동 느티나무까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두율교수와 민경우 통일연대 사무처장의 사건을 소개하며 국가보안법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폐지를 촉구했다.

***김세균교수, "송두율교수의 '내재적접근법'은 학문의 영역이지, 사법의 영역이 아니다"**

송두율 교수 사건일지를 발표한 김세균 서울대교수는 "공안검찰과 재판부는 상식적인 사고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단과 판결을 보였다"며 "이는 국가보안법의 모호성과 관계 당국의 수구냉전적 사고방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교수가 지적한 '상식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검찰과 재판부의 판단'이란 ▲증거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황장엽의 '전언'과 김경필 파일을 7년 선고의 근거로 사용한 점 ▲송교수의 저술행위를 '북한을 위한 지도적 임무 수행'으로 파악했다는 점 등이다.

김교수는 이에 대해 "과거 여러 사건에서 재판부가 사실 여부가 불명확한 '전언'을 증거로 채택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김 교수는 "검찰과 재판부가 문제삼고 있는 송두율 교수의 저작물에 나오는 '내재적 접근법'의 옳고 그름은 오직 학문의 영역에서 다룰 문제이지 '친북이냐 친남이냐' 만을 문제삼는 사법적 판결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통일연대, "이미 공개된 내용이 '국가기밀'인가"**

한편 통일연대 민경우 사무처장 사건에서도 '상식으로 납득할 수 없는' 공판이 진행중이다.

검찰은 민 경우 사무처장에 대해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범민련 사무처장으로 활동하면서 범민련 공동사무국 박용 부총장에게 8.15 통일대축전 행사와 통일연대 결성 등의 '국가기밀'을 수집 전달했다"는 이유로 지난 1월17일 기소했다.

조영건 통일연대 학술연구위원장은 "국가기밀 누설 혐의 적용은 공안당국의 무리한 해석"이라고 잘라 말했다.

조 위원장에 따르면, 2000년 8.15통일대축전 관련해 민 사무처장이 누설했다는 국가기밀 사항은 이미 8.15 통일대축전 행사 진행과정에서 관련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사항이다. 또 통일연대 관련해서도 2001년 통일연대 홈페이지에 조직체계, 규약, 결성선언문이 모두 공개되었다.

조 위원장은 "검찰은 국가기밀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이 기밀들이 알려지고 난 뒤에 드러날 구체적인 위험, 대한민국의 불이익 사항들을 입증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북한의 대남공작원에 악용되어 대한민국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공개된 사실이 검찰에 의해 '국가기밀'로 분류되고, 이로 인해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로 민 사무처장이 처벌받게 된 셈이다.

민교협 등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교수-학술 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중세의 신학처럼 <국가보안법>은 모든 학문과 사상을 범죄시하여 지식인과 국민들이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지 못하도록 가로막는다"며 "하루라도 빨리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여 과거의 식민지와 독재의 사슬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학문과 사상의 토론을 통한 아름다운 미래의 인류공영에 이바지하고 남과 북이 서로 상생하고 조화를 이루는 남북통일을 달성하여 세계의 모범이 되는 나라가 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호철교수, 국보법폐지-노무현 정권과 한나라당의 정체성의 바로미터**

한편 이들은 "17대 국회는 국가보안법에 대한 전향적 조처가 내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손호철 교수는 "헌정이래 최초로 자유주의 세력이 다수당을 점한 노무현 정부 2기를 맞아 수구세력의 발목잡기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미뤄왔다는 그들의 주장의 진실성 여부가 곧 드러날 것"이라며 "국가보안법에 대해 입장과 조치가 곧 노무현 정부의 정체성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손교수는 "한나라당도 과거 '수구보수'에서 벗어나 '합리적 보수'로 거듭난다고 주장만 되풀이 하지 말고, 국가보안법 폐지에 전향적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7대 개원을 맞아 각 정당들이 '합리성'과 '개혁'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시민사회로부터 대표적인 '비합리성'과 '보수성' 을 내재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에 대한 각 정당의 입장이 '합리성'과 '개혁성'을 평가할 수 있는 시금석이란 주장이다.

다음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성명서 전문이다.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저해하고 남북통일을 가로막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

21세기에 당면한 우리의 민족적 과제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서구·백인·남성 중심주의의 근대적 학문과 사상에서 벗어나 다문화주의적 공존과 생태주의적 학문과 사상을 통한 인류의 공영에 이바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민족의 숙원인 남북통일을 달성하여 대립과 갈등, 그리고 폭력과 전쟁으로 얼룩진 근대 제국주의의 사슬에서 우리 한반도를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21세기에 당면한 이 두 가지의 민족적 과제를 가로막는 것이 <국가보안법>이다. <국가보안법>은 오직 대결과 갈등, 그리고 폭력과 억압을 조장하는 악법이지 대화와 타협, 그리고 상생과 평화를 통한 미래의 번영을 약속하는 법이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여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통한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것과 남북통일을 달성하여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것이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 모든 지식인들의 임무이다.

일제 식민지 시대의 <조선통감부 보안법>과 미군정 치하의 <치안유지법>을 “태생적 모태”로 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은 오직 친일과 친미를 통한 사대주의와 아류 제국주의 국가를 조장할 뿐이다. 그리고 부패하고 타락한 이승만 자유당 정권 말기의 “4차 개정”, 박정희 쿠데타 정권의 “5차 개정”,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을 아비규환의 학살로 평정하고 권력을 부둥켜안은 전두환 국사독재 정권의 “6차 개정”, 그리고 민정·민주·공화 3당 야합으로 이루어진 노태우 정권의 “7차 개정”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오늘날의 <국가보안법>은 부패와 타락을 조장하고 독재와 폭력을 부추기는 친부패, 친타락, 친독재의 악법이며, 반국가, 반민족, 반통일의 악법중의 악법이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지 않는 한 일제 식민지 시대와 미군정 치하의 망령들은 우리의 국가 주위를 끊임없이 맴돌 것이며,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지 않는 한 부패와 타락, 그리고 군사독재의 두려움과 공포의 사슬은 영원히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박정희 정권 하의 <국가보안법>으로 투옥되고 강제추방당한 윤이상 선생의 고향에서 열리는 <2004 통영 국제음악제>를 보기 위하여 전세계의 음악인들이 대한민국을 찾고 있다. 그의 음악은 동양과 서양을 화합하는 곡조이고 남과 북을 하나로 연결하는 선율이다. <국가보안법>이 없는 대한민국의 하늘 위로 그의 음악이 퍼져나가도록 해야 한다. 전두환 군사정권 하의 <국가보안법>으로 투옥되고 망명생활을 했던 황석영씨와 조정래씨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들로 전세계의 독자들이 그의 소설을 읽고 눈물을 흘린다. <국가보안법>으로 투옥되고 수배생활을 했던 수많은 과거의 민주투사들이 국회의원이 되고, 교수가 되고, 법관이 되어 화합과 상생의 국가를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은 37년 만에 조국의 품에 안겨 노년의 학문적 열정을 같은 민족의 학자들과 대화하고 토론하고자 하는 송두율 교수를 감옥에 가두고, 통일의 열망으로 남과 북을 화합하고자 했던 “통일연대”의 민경우씨를 법정에 세우고, 수많은 수배자들이 가족과 친구, 그리고 연인과 헤어져 어둠 속을 헤매게 만들고 있다.

21세기의 대한민국은 일제 식민지의 국가도 아니고, 미군정 치하의 무법천지도 아니며, 독재와 파쇼로 이루어진 억압과 폭력의 국가도 아니다. 지난 2002 월드컵 경기와 대통령 탄핵국면의 촛불문화제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21세기의 대한민국은 성숙한 국민의 민주주의 인식을 토대로 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의 각 분야가 스스로 더욱 민주화되고 상호 조화와 상생의 미래를 이룩하려는 의지와 자정의 힘을 갖추고 있는 세계의 모델이 되고 있는 나라이다. 이러한 아름다운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고 국가와 민족을 대립과 갈등의 과거로 내모는 것이 <국가보안법>이다.

중세의 신학처럼 <국가보안법>은 모든 학문과 사상을 범죄시하여 지식인과 국민들이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지 못하도록 가로막는다. 하루라도 빨리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여 과거의 식민지와 독재의 사슬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학문과 사상의 토론을 통한 아름다운 미래의 인류공영에 이바지하고 남과 북이 서로 상생하고 조화를 이루는 남북통일을 달성하여 세계의 모범이 되는 나라가 되어야만 한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 교수노동조합>, <전국 비정규직 교수노동조합>, 그리고 <학술단체협의회> 회원들로 구성된 우리 일만 여 전국 교수들과 학자, 연구자들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남북통일의 달성과 인류의 평화로운 미래를 선도하는 아름다운 나라를 위하여 매진할 것이다.

2004년 5월 31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 교수노동조합, 전국 비정규직 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 협의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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