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과 금감원의 조사 거부, 삼성의 로비 자인하는 셈
경제개혁연대 등의 탈세제보ㆍ조사요청에 특검 구실로 사실상 거부 회신
특검은 보다 적극적으로 수사 협조를 요청하고, 불응시 압수수색해야 할 것
1. 지난 1월 8일 경제개혁연대와 김용철 변호사가 공동명의로 제출했던 삼성그룹 비자금조성 관련 탈세제보서와 조사요청서에 대해 국세청과 금융감독원이 사실상 특검의 수사가 종료될 때까지 조사에 착수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회신을 보내왔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교수)는 탈세와 금융관련법 위반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제재를 통해 조세평등주의와 금융질서를 확립해야할 책무를 가진 세무당국과 금융감독당국이 특검 수사를 구실로 본연의 직분을 방기하고 있는 것에 개탄을 금치 못하며, 다시 한번 이들 조사기관에 대해 즉각적인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또한 특검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들 조사기관에 협조를 요청하고, 협조하지 않을 경우 이들 조사기관에 대한 압수수색 등의 강력한 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2. 이미 그간의 수사를 통해 삼성그룹이 삼성증권과 굿모닝신한증권 등에 전현직 임원 명의로 차명계좌를 관리해온 것이 확인되었으므로 탈세혐의는 충분히 드러났다. 그러나 연결계좌의 자금추적을 위해서는 일일이 영장을 청구해야 하고, 또 법원이 영장청구를 기각하는 일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특검에서 자체적으로 추가조사를 실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영장 없이 탈세혐의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과 금융거래정보조사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국세청이 조사에 나서는 것이 명백한 혐의입증을 위해 필수적이며, 이러한 취지에서 경제개혁연대 등은 국세청에 탈세제보서를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국세청은 회신을 통해 "현재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가 진행 중이며, 피제보자의 장부, 증빙서류 등이 압수 또는 영치되어 있는 등 세무조사를 실시하기 어려우므로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가 종료된 이후 제보를 검토분석해서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의 주장대로라면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불가능할 만큼의 자료를 특검이 이미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검찰 특본이 요청한 삼성 전현직 임직원 1천여명의 과세자료 제출을 거부했으며, 특검 역시 자료요청에 대해 국세청이 비협조적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국세청 조사국이 주기적으로 실시해 온 대기업 지분이동조사와 관련하여 삼성에 대한 조사 사실 여부조차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탈세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과세형평을 실현해야 할 국세청이 천문학적인 규모로 예상되는 삼성그룹의 탈세혐의에 대해 사실상 엄호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은 국세청에 대한 삼성그룹의 '특별관리' 의혹을 스스로 확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조세형평주의의 실현을 포기한 과세당국이 이제 무슨 논리로 국민들의 납세의무를 설득하려는 것인지 실망을 넘어 분노를 갖지 않을 수 없다.
3. 한편 금융감독원은 경제개혁연대에 보낸 회신에서, "금융감독원은 현재 차명계좌에 대한 금융기관명, 점포명, 계좌명, 계좌번호 등 어떠한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고, 금융실명법상 "금융감독원이 금융기관에 특정인의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할 때는 사용목적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이어야 하고, 그 방법도 명의인의 인적사항, 요구대상 거래기간 등을 명시하여 금융기관의 특정점포에 요구해야" 하는데 "현 시점에서 금융감독원이 금융기관을 검사하기에는 곤란한 점이 많"아, "앞으로 차명계좌 현황 등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나는 경우에는 관련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미 특본과 특검의 수사를 통해 일부 혐의가 확인된 바 있으며, 다수의 은행, 증권회사, 보험회사 등에 걸쳐 차명계좌가 존재할 개연성이 뚜렷이 드러난 바 있다. 따라서 금융실명법에 따라 계좌를 조사할만한 혐의 사실은 이미 특정되었으며, 경제개혁연대가 첨부한 소속회사와 직위가 명기된 명단을 통해 조사요청 대상의 특정도 금감원이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본 수사로 차명계좌의 존재가 확실하게 드러난 지 한참 후에야 우리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의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를 뒤늦게 인정했던 금감원이 이번에 다시 금융실명법을 이유로 조사와 검사를 거부하는 것은 직무유기 및 조사요청 판단에 대한 재량권의 남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4.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과세형평과 금융질서를 수호해야할 이들 조사기관들이 직무를 유기, 방관하고 있는 현실은 그간 전방위적 로비를 통해 형성해 온 삼성의 권력을 실감하게 한다. 그러나 불법행위의 결과로 획득된 삼성의 권력이 이들 국가기관의 직무유기와 임무해태로 연결되는 것을 결코 더이상 좌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국세청과 금융감독원에 대해 그간의 방관자, 혹은 비호세력으로서의 태도를 일신하고 법령이 위임한 권한과 책무를 무겁게 인식하고 삼성그룹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즉각적인 조사에 나섬으로써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특검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조사기관의 협조를 요청하고, 협조하지 않을 경우 압수수색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국가기관이 특정기업 비호를 위해 법령이 위임한 책무를 방기하고, 그 결과 특검의 수사가 미진하여 삼성그룹에 면죄부를 주는 특검으로 전락한다면, 이는 국가기강의 해이와 직결된 문제로서 우리 국민은 결코 이러한 사태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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