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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 정부보다 국회가 앞장서 철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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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파병, 정부보다 국회가 앞장서 철회해야"

<파병반대토론회> 미국 "파병철회시 한국에 불행한 사태 올 것"

정치권에서 추가파병재검토 주장과 파병일정 연기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은 한층 정치권에 파병철회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존의 '파병철회'주장을 넘어 "지금은 파병일정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 이라크 현지 조사를 왜곡하고, 파병을 추진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물을 때"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쟁 중'인 이라크에 '전후' 복구를 위한 파병? **

지난 11일 예고한대로 3백71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은 13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라크 점령과 팔루자 학살, 수감자 학대의 국제법적-문화적 쟁점들'이란 주제로 교수, 변호사, 평화 활동가를 초청 미국의 이라크 침략과 추가파병에 관한 폭넓은 토론을 개최했다.

<사진1>

이날 발제자 중 한 사람인 서재정 코넬대 정치학교수는 '파병을 하느냐 마느냐'란 논의가 왜 지금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먼저 밝혔다.

서교수는 "지난 2월 국회에서 통과된 추가파병동의안에는 파병 목적을 '전후 이라크의 신속한 평화정착과 재건지원'으로 명백히 밝히고 있다"면서 "지금 이라크를 보고 '전후'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에 있냐"고 반문했다. 그는 "파병지의 적절성, 파병시점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추가파병의 근거인 '추가파병동의안'에 나와 있는 조건에 대한 확인은 없다"고 덧붙였다.

서교수는 이어 "정치권에서 파병시점연기 등의 주장이 나오는데, 이는 파병자체가 불가능한 진실을 호도하며 논점을 흐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가파병동의안에 '전후'라고 명백히 적시된 것처럼 '전시'인 이라크에 이유를 불문하고 파병은 사리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파병예정지 아르빌, 잠자는 화약고"**

현재 유력한 파병지로 떠오르고 있는 쿠르드족 지역의 아르빌에 대한 논의도 나왔다.

서교수는 지난 2월1일 쿠르드족의 양대 정당인 쿠르드민주당과 쿠르드애국동맹의 당사 두 곳에서 동시에 발생한 자살 폭탄공격으로 1백명이 숨지고 2백명이 다친 사건을 언급하면서 "미국과 협력하는 시아파지도자 뿐만 아니라 쿠르드족 대표들도 테러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아르빌은 결코 안정되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홍구 성공회대교수는 "파병지로 쿠르드지역인 아르빌이란 말을 듣고는 '장고끝에 악수'란 표현이 생각났다"며 "모술, 키르쿠크 등으로 파병지를 이리저리 살피다가 결정한 곳이 가장 불안정성이 높은 쿠르드 지역으로 우리 군대가 가게됐다"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군대에서 가장 안전하지만 동시에 위험잠재성이 가장 큰 곳이 바로 화약고"라면서 "정부는 화약고 위에 앉아서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임영신 평화활동가는 '아르빌'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 임씨는 지난해 아르빌 현지 체류 경험을 말하면서 "아르빌은 지난해 이라크 현지에서 가장 사람들이 몰린 피서지 중 한 곳"이라며 "바그다드에서는 미군들이 그린존(안전지대)에서도 매우 불안해 하지만 아르빌에서는 군인들이 총도 들지 않고 쇼핑도 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고 증언했다. 임씨는 그러나 "문제는 안전하고 전쟁피해도 입지 않은 곳에 왜 군대를 그것도 전투병을 보내는 점"이라며 "파병 목적이 전후 복구와 재건 지원인만큼, 복구와 재건이 필요한 곳으로 전투병이 아닌 지원인력이 가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팔루자 학살, 미국이라크 침략의 본질을 보여준 사건"**

최근 언론을 통해 전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는 미군의 이라크 포로 성고문, 잔학행위 등 인권유린 사건에 비해 지난 4월 수백명의 사상자가 난 '팔루자 학살'에 대한 문제제기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홍구 교수는 "성고문, 인권유린 사건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전쟁의 추악한 이면"이라면서도 "성고문 피해자는 살아서 폭로라도 할 수 있지만, 팔루자에서 학살된 이라크인들은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교수는 "팔루자 사건은 우리 역사에서 3.1운동, 제주4.3 사건, 80년 광주민중항쟁과 비슷한 양상"이라면서 "학살을 경험했던 우리는 그것을 바탕으로 팔루자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영신 활동가도 "팔루자 학살 때 희생자는 미군이 말하는 것처럼 폭도나 테러리스트가 아닌 어린이와 여성이 대다수였다는 진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면서 "팔루자 학살은 미군의 이라크 침략의 본질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라크에 파병을 하는 것은 곧 학살자를 돕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병강행 책임자, 청문회라도 열어 책임을 물어야"**

한편 이날 토론 참석자들은 “지금은 파병시기를 논할 때가 아니라 이라크 현지 상황을 왜곡하고, 파병을 강행하려한 관련 책임자를 처벌할 때”라고 주장했다.

<사진2>

서재정교수는 "정부는 이라크 파병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이라크 현지상황 왜곡을 일삼았다"며 "정부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난 만큼, 국민을 기만한 파병강행론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교수는 이어 "왜 현지조사단의 발표가 사실과 달랐는지. 왜 정부는 국민의 충분한 의견수렴없이 파병을 결정했는지 등에 대해 국민들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규명하기 위해선 17대 국회에서 청문회라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병철회 어떻게 할 것인가**

한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파병약속을 하고, 국회에서 파병동의안이 통과된 마당에 현실적으로 파병철회가 어렵지 않나라는 의견도 나왔다. 토론 참석자들은 외교적 신뢰 실추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파병철회를 만들어내는 방법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토론을 지켜보고 있던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지난해 백악관에 갔을 때, ‘한국이 파병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라고 미국고위관리에게 물으니, '매우 (한국에게) 불행한 사태가 올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정부입장에서 파병철회방침을 미국에게 말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재정교수는 정 대표의 지적에 대해 동감하면서 "정부가 먼저 나서서 파병철회 주장을 꺼내기는 힘들 것"이라며 "정부보다 국회가 먼저 앞장서서 파병철회결의안을 상정하고 통과시키는 방법이 적절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이와 관련 "국회에서 파병철회결의안을 상정시키려면, 먼저 광범위한 국민들의 파병철회 여론이 형성돼야 한다"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이 적극적으로 파병철회 여론형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국민이 나서고, 국회가 나서 파병철회결의안이 통과되면, 정부도 미국에 할 말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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