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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노조원 개인에게도 손배 물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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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노조원 개인에게도 손배 물리겠다"

철도파업 강경대응 천명…'손배·가압류 망령' 부활?

이철 코레일(철도공사) 사장이 "노조원 개인에게도 불법 파업의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할 것이며, 소송을 걸면 절대 취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노동조합이 아닌 노조원 개개인에 대한 손배·가압류는 2003년 노동자들의 잇단 자살의 원인으로 지목돼 사회적 문제가 된 뒤 자제하는 분위기여서 이철 사장의 입장이 또다시 논란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노조원 스스로 판단해 한 행동, 개개인에게 손배 소송 거는 것 옳다"

이철 사장은 14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철도노조 파업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호소문을 통해 "불법파업 주동자만 책임을 지게 하는 일도 물론 없을 것"이라며 "불법파업에 참가하는 사람 모두가 각자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참여정부 출범 초기 손배·가압류가 사회적 문제가 됐다'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노조가 불법행위를 해서 어떤 피해를 끼쳤다면 손배·가압류를 제기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노조원 개개인도 자기가 스스로 판단해 참여했다면 개개인에게도 손배·가압류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 코레일(철도공사) 측의 기자회견 모습. ⓒ프레시안

이 사장은 또 "노조원 개개인에게 민형사상 소송을 건 것이 있는데, 앞으로 없었던 것으로 하는 등 물러서서 적당히 타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와 관련해 코레일 사측은 철도노조와 철도노조 조합원을 상대로 11건의 민사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10건의 가처분 신청, 10건의 형사고소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노조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철도노조의 불법파업을 이유로 사측은 15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1심에서 51억7000만 원의 손해를 인정했다. 지난 2003년 파업 때 청구한 손배소송에서는 노조가 34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확정돼 현재 노조 조합비 2억 원이 매달 압류되고 있다.

코레일, KTX·새마을호 승무원 등에게 16억여 원 손배 청구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노조원 개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사측은 오랜 갈등을 벌이던 철도노조 조합원 개인과 KTX, 새마을호 승무원들 개개인을 상대로 십수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05년 5월 사측은 김정민 씨 개인을 상대로 열차 유리창에 사측을 비판하는 스티커를 부착한 책임을 물어 스티커 제거 비용 등으로 무려 9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듬해 3월에도 김정민 씨를 포함 8명의 노조원 개인들에게 스티커 제거 비용 등으로 3억3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같은 해 3월부터 사측의 손해배상 단골손님은 KTX와 새마을호 승무원들이었다. 철도유통은 민세원 씨 등 8명의 KTX 승무원을 상대로 파업 기간 철도공사로부터 받지 못한 일반관리비 및 위자료 명목으로 5600여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6월에는 '직접고용 스티커'를 철도역사 등에 붙인 책임을 물어 민세원 씨를 포함 34명의 승무원들에게 3억348만여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며, 지난 3월에는 새마을호 승무원 외주화 반대 스티커를 철도역사 등에 부착한 김민아 씨 등 승무원 20명을 상대로 스티커 제거비용 등으로 5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지난 9월에도 홍영희 씨 등 14명의 노조원 개인에게 업무방해를 이유로 4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손해배상 청구액만 16억여 원에 이른다. 철도노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금액까지 합하면 손해배상 청구금액만 170억여 원에 이른다.

아직 이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만약 이들에게 수억 원의 손해배상 결정이 내려지면 바로 압류 집행에 들어갈 수 있어 KTX나 새마을호 승무원들은 금전적 압박에 의해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합법적 노조 파괴 공작'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물론 사측 입장에서는 적은 금액일 수도 있다. 이철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3월 파업에 따른 직접 손실액만도 150억 원에 이른다"면서 "그러나 국민들의 신뢰를 상실하고 국가 경제에 미친 영향을 합하면 내 머리로는 도저히 계산이 안 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2003년 노동자 연쇄 자살 부른 '손배·가압류 망령' 코레일이 부활시키나
▲ 2003년 배달호 씨가 남긴 유서. 배 씨는 당시 개인에 대한 손배 가압류로 월급의 50%와 부동산을 가압류 당하고 있는 상태였다. ⓒ프레시안

하지만 노조 조합 활동을 한 개인에게 조합이 아닌, 개인 본인에게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한 때 '신종 노동탄압'이라고 해서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문제이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많다.

지난 2003년 1월 두산중공업 배달호 씨가 분신자살을 했다. 그는 유서에서 "재산·급여 가압류, 노동조합 말살 …. 이제 이틀 뒤면 급여날이다. 6개월 이상 받은 적이 없지만 이틀 뒤 역시 나에게 들어오는 돈은 없을 것이다"라고 손배가압류의 고통을 호소했다.

이후 한진중공업 김주익 씨, 세원테크 이해남 씨가 잇따라 손배가압류의 압박을 호소하며 자살했고, 이 문제가 큰 사회적 문제가 돼 그 해 12월 노사정위원회에서는 "노조는 적법 쟁위행위를 하도록 최선을 노력을 다하고, 경영계는 합리적인 범위에서 노조에 책임을 묻겠다"고 합의했다. 그리고 손배가압류를 할 경우에도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는 선에서 압류를 하도록 했다.

그러나 그 이후 이렇다할 추가 제도개선은 없었고, 노조원 개인을 상대로 한 손배가압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노조에게 손해배상 명령이 내려질 경우 배상 집행은 노조의 재산에 대해서만 이뤄지지만 개인에 대한 손배 명령이 내려지면 그 피해는 온전히 개인과 그 가족이 질 수밖에 없다. 조합활동이라는 단체 행동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셈이다.

지난 5월 이와같은 문제점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 남부지법은 기륭전자가 강모 씨 등 노조원 6명 개인들을 상대로 낸 18억 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한 파업이어서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인정받기는 어렵지만, 일반 조합원에게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일일이 판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의 단결권을 해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지울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철 "코레일 사측보다 노조가 더 우위"
▲ 철도노조의 기자회견 모습. ⓒ프레시안

이철 사장은 "과거 군사정권 시절 노동운동은 민주화에 기여하기도 하고 착취를 당하며 노조 활동도 현저히 침해를 받았다"면서도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노조와 공사가 대등한 입장에서 교섭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완전히 역전돼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노조의 힘이 더 세기 때문에 사측으로서는 불법 파업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방법 외에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같은 시각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해배상 청구는 민법, 상법이 노동법을 무력화 시키는 노조 탄압도구로서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해 왔고, 사측은 각종 고소고발 및 손배 청구를 남발하고 있다"며 "언론 매체를 통해 징계와 손배 소송걸겠다는 협박과 탄압만 일삼고 있다"고 이철 사장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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