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사태가 두달을 넘기고 있는 가운데, 권기홍 노동부 장관이 두산중공업에 직접 방문 중재에 나섰으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 두산중공업사태 전체 노동계확산 우려**
권 장관은 지난 10일, 이례적으로 창원 두산중공업을 방문해 노사 양측을 차례로 만난 뒤, 중재에 들어가 현재까지 이틀 째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장관은 최병훈 노사정책국장 등 노동부 실무진 5명과 함께 두산중공업을 방문해 노조를 방문해 고 배달호 노조원의 빈소에 조문하고, 노조와 먼저 면담해 노조의 요구안을 갖고 사측과 면담한 뒤, 다시 사측의 요구안을 갖고 다시 노조를 만나는 식으로 중재를 진행중이다.
이렇게 권 장관이 직접 나서게 된 배경은, 오는 12일 민주노총이 ‘1천 결사대’ 투입, 총파업 등의 강경한 투쟁 노선을 밝히고, 두산중공업 사측이 휴업을 불사하겠다는 등 두산중공업을 둘러싼 대립의 양상이 격화되고 있는데다가, 자칫 노동계와 재계의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6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제하는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대책을 수립할 것을 지시한 바 있어, 이번 권 장관의 방문은 이 사태를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권 장관도 빈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방명록에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꼭 구축해 드리겠습니다’라고 적었으며, 故 배달호씨의 분신현장과 시신을 보관하고 있는 냉동탑차 등을 둘러보며 “이번 사태는 특정한 사업장 내에서 벌어진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전체 노사간 특수한 상황으로 사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밝혀 강한 중재의 의지를 보였다.
***노사 입장차로 협상 난항중**
그러나 노사간 입장차가 너무 커 중재가 순탄치 않자, 권 장관은 당초 귀경 계획을 포기하고 계속 중재를 진행 중이다.
현재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손배 가압류 관련 항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제시됐던 노동부 중재 권고안은, 사측이 가압류를 해제하되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취하하지 않고 법원의 판단에 맡긴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노조측은 “손배소송을 취하하지 않고서는 언제든지 사측이 가압류를 실시할 수 있다”며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눈가리고 아웅’식의 권고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혀왔고, 민주노총도 이 사태를 계기로 전체 노동계에 ‘노조탄압의 수단’으로 퍼져있는 ‘손배·가압류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사측은 “손배·가압류 마저 못하게 된다면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게 된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경총은 “손배·가압류는 절대 양보해서는 안된다”는 임단협 사용자 지침을 내려, 재계도 이 문제에 절대 양보할 뜻이 없는 상태다.
노사 양측은 故 배달호 노조원이 분신사망한지 두 달이 넘도록 의견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오히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재계와 노동계의 대리전 양상까지 띄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한 적극적 개입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박용성 두산중공업회장 입장 변화에 관심집중**
한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유럽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것으로 알려져, 실질적인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박 회장이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설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최근, 신주인수권부사채(BW) 소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고, 부당내부거래 혐의로 검찰에 고소당한 상태이며,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창원지방노동사무소에 출석 요구를 받는 등 박 회장을 둘러싼 상황이 전반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따라서 박 회장이 노동부 장관까지 중재에 나선 상황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태도가 변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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