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평화의 목소리가 높이 울렸다.
미국 이라크 침공 1주년을 맞아 전쟁반대와 파병철회 운동을 펼친 '파병반대국민행동', '평화네트워크' 등 2백91개 단체 주최로 20일 오후 4시 혜화동 대학로에서 "3.20 이라크 침략 1년 전세계 반전행동 서울행사"가 열렸다.
<사진1>
이날 행사는 지난 1월 인도뭄바이에서 열린 제4차 세계사회포럼에서 "3.20 전세계 반전행동"결의에 따른 것이다. 주최 측에 따르면, 반전행동행사는 미국, 이라크, 캐나다, 영국, 독일 등 전세계 50여개 국가, 2백50여개 도시에서 일제히 개최되었다.
***"전쟁은 민중의 삶을 파탄낼 것""파병시 전민중적 항쟁 일어날 것"**
참가한 단체가 2백 91개에 달한 만큼, 주요 단체 대표들의 연설이 간단히 진행됐다.
정광훈 민중연대 상임대표는 "파'병'은 병중에 가장 독한 악성 바이러스이다. 치료 백신도 없다"고 비유하면서, "여기 참가자들은 파병에 걸리지 말라"고 충고했다. 또 정 대표는 "파병은 오로지 소외된 민중이기 때문에 반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전쟁이 있는 곳에 민중이 죽어가고,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며 "미국의 이익에 봉사하는 이라크 파병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사진2>
이정미 민주노동당 이라크파병반대운동본부장은 "젊은이들의 시신을 끌어안은 어머니들이 민중항쟁을 일으키기 전에 이라크 파병은 철회되야 한다. 스페인 정부가 파병을 했다가 민중의 힘에 실각한 사실을 정부는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본부장은 "이번 총선에서 기필코, 반민중적인 파병을 결정한 보수정치를 심판해, 17대 국회에서는 평화재건사업을 말로만이 아닌, 의료품, 재건용 삽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평화의 원칙이 보장될 때"**
최선희 평화를 만드는 사무처장은 "탄핵정국에 맞서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긴 하지만, 정작 파병문제는 간과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 사무처장은 "진정한 민주주의는 평화의 원칙이 보장될 때 가능하다"고 강조하면서 "주권자인 국민과의 논의 없이 결정한 파병은 철회하는 것이 마지막 대안이다"고 주장했다.
백종호 한총련의장은 "나의 친구, 선배, 후배가 피흘리는 전쟁에 참여하게 할 수 없다"며 "젊은이의 목숨이 좌지우지되는 판에 무슨 국익을 논하는가"라고 성토했다.
한편 베트남전 참전 군인이었다는 윤영진 씨는 "베트남에서 전쟁의 참상을 똑똑히 봤다"며 "전쟁 끝에는 민중의 피눈물만 남았을 뿐"이라고 전쟁의 이면을 고발했다.
***"파병결정 전면 재검토하라"**
한편, 19일 국방부가 키르쿠크 지역 파병계획 백지화를 발표하자, 이를 성토하는 발언도 있었다.
김하영 다함께 운영위원은 "정부는 키르쿠크 지역 치안이 불안해젔다는 이유로 파병지역을 미국과 재검토 중이라고 주장하지만, 키르쿠크는 이미 갈등이 격화되고, 치안이 매우 불안했다"며 정부가 사실을 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운영위원은 "파병지역으로 나자프가 거론되고 있는데, 이는 스페인 군이 주둔하고 있는 지역"이라며 "파병지역 재검토는 사실 스페인 군을 대신할 병력을 미국이 필요로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참가자들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벌어진 3.11 참사는 이라크 점령과 스페인 정부의 점령지원에 그 원인이 있다"는 인식에 동의하면서, "한국이 파병을 실제로 감행했을 경우, 스페인과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정부는 파병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사진3>
본집회가 마무리된 6시부터 "탄핵무효, 민주수호" 촛불시위가 벌어지는 광화문 까지 거리행진을 하면서, 대시민 선전전을 펼쳤다.
이날 본집회가 시작된 4시 전에는 방송인 권해요 씨의 진행으로 천지인, ZEN 등의 민중가수들이 참여한 반전콘서트가 1시간 진행되어, 반전의 열기를 북돋기도 했다.
***"촛불의 힘은 위대하다"**
한편 파병반대집회에 이어 광화문에서는 15만여명의 인파가 몰린 가운데,"탄핵무효와 민주수호를 위한 1백만인 대회"가 저녁 7시에 열렸다.
<사진4>
이날 행사는 경찰 측으로부터 꾸준히 불법성 시비가 일어, 문화-축제의 장으로 기획, 다수의 문화공연과 자유로운 시민들의 발언을 중심으로 4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행사 참가자들은 이번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대해 "수구보수정당의 의회 쿠데타"라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자영업을 한다는 40대 시민은 "월드컵 때보다 더 많은 시민이 모였다"면서 "이는 한나라당-민주당에 대한 분노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를 정확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시민은 "이제 국민들은 더 이상 어리석지 않다"며 "국회안에서 국민의 뜻을 받들지 않고, 당리당략에 매몰된 국회의원들은 더 이상 설 땅이 없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또 중학생 딸과 함께 나온 한 시민은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열망을 함께 느껴보고 싶었다"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오늘의 촛불의 위대한 힘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착각하지 마라"**
한편 이날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대학교 4학년에 재학중인 김 모 씨는 "오늘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이나 열린 우리당 지지자 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민의를 배반하여 야당이 의회쿠데타를 한 것에 대해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촛불은 든 것"이라며 "혹시라도 여당이 오늘 촛불을 자신들의 지지로 착각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진5>
또 다른 한 시민은 "지난 1년간 노무현 정부의 행보를 보면, 가히 개혁적이라고 볼 수 없다. 특히 이라크 파병 결정, 부안 핵폐기장 건설 시도 등은 노무현 정부를 비판적으로 보게된 결정타였다"면서 "다만, 오늘 집회에 참여한 것은 대통령 탄핵은 도를 넘어선 반민주적 행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 앞서 경찰은 우발적 충돌을 대비 오후 6시께부터 광화문과 시청일대 교통을 통제하는 한편, 행사장 주변과 미 대사관 등 주요 시설에 모두 79개 중대, 8천여명의 경력과 바리케이드용 전경버스 2백65대를 배치했으나, 별다른 충돌없이 집회는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