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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토건국가에서 벗어나려면…"

[의제27-⑦] 건교부 개편․한미동맹 전환․소통의 정치

'진보와 개혁을 위한 의제 27'(의제 27)은 진보와 개혁의 가치를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라면 다음의 의제 및 정책을 적극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 앞으로 우리는 <프레시안>을 통해 진보와 개혁을 위한 27대 의제를 발표할 것이다. 이 의제를 놓고 활발한 토론과 논쟁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진보와 개혁을 위한 의제 27>

의제 19: 토건국가시대 행정체계 뜯어고쳐야(조현옥 이화여대 초빙교수)

건설교통부는 대한민국이 토건국가임을 규정하는 상징적인 기구라 할 수 있다. 스스로 개발사업의 주체가 되어 사업기관과 승인기관을 겸하면서 그 관리기능은 점차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교부는 대통령의 공약 시행 기능을 가질 뿐만 아니라 지역구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국정감사 등에서도 무풍지대로 남아 있다.

이와 대척점에서 녹색정부를 지향해야 하는 환경부는 타 부서의 개발지향적이며 환경파괴적인 정책과 그 집행을 감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후발부처로서 그 역할 수행에 있어 매우 취약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 참여정부에서 시도했던 물 관리의 일원화가 좌초되었으며 환경부와 건교부간의 기능 조정 역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차기정부는 토건국가의 핵심적 조직기반인 건설교통부와 개발공사 등을 대대적으로 개편하여 개발 중심의 정부조직을 환경보전 중심의 그것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즉 공급 위주가 아닌 국민의 삶의 질과 지속성을 보장하고 강화하는 조직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 ⓒ연합

첫째, 건교부와 환경부의 기능을 조정하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주관부서인 국토환경부를 새롭게 설치해야 한다. 이는 개발 중심의 국토이용에서 환경관리 중심의 국토이용으로 철학과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제는 참여정부 하반기에 이미 논의가 시작되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이 토건국가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이와 함께 수자원공사, 토지공사, 도로공사, 주택공사 등 개발사업 중심으로 편제되어 있는 공공기관들의 기능을 근본적으로 검토해 재조정해야 한다. 수자원공사는 댐건설 등 개발기능을 삭제하거나 축소하고 물 관리 일원화 사업에 집중하도록 개편한다. 도로공사는 도로건설에 대한 기능을 삭제하고 도로관리 기능만으로 제한해 이미 초과 공급된 도로의 비대화를 억제하도록 해야 한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는 현재 통합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우선 이들의 기능을 대폭 줄인 다음 통합을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 축소작업 없이 통합을 추진한다면 거대 공룡기업으로 변하여 그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의제 20: 한미 군사동맹의 전환과 동북아 지역협력 증진(서보혁 이화여대 이화학술원 평화학연구센터 연구위원)

지난 반세기 동안 한미 군사동맹은 한국에게 핵심적인 외교·안보 자산이었으며 앞으로도 한미간의 우호관계는 주요한 외교·안보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확대·발전, 북미관계의 개선, 동북아 지역협력의 강화 등이 이루어진다면, 지난 세기로부터 넘어온 한미 군사동맹은 자칫 한국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미국이 군사노선 중심의 외교·안보 전략을 한국정부에 일방적으로 요구하면서 한미 군사동맹을 미·일, 미·호주 군사동맹에 연계시키려고 한다면, 한국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정책적 자율성을 상실하면서 동북아 지역협력이나 남북관계 분야에서 미래지향적이고 국력에 걸맞은 정책을 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앞으로 세 가지 방향의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첫째는 안보 환경의 변화에 맞춘 21세기형 동맹으로의 전환이다. 냉전시대 남북한 적대관계에서 한국의 안보는 대북억지에 초점을 둔 한미 군사동맹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그러나 국제질서 및 남북관계의 변화와 한국의 경제성장 및 지속적 성장의 필요성을 종합해볼 때, 앞으로 한국의 안보는 절대 안보에 기초한 무한 억지전략에서 합리적 충분성에 입각한 거부적 억지 전략으로 전환하고, 한미 군사동맹 위주에서 다자 안보협력으로 확대하는 것이 타당하다.

구체적으로,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행정협정은 개폐되고, 주한미군의 역할과 규모는 축소되고, 아울러 한·미 합동군사연습은 축소·중단되어야 한다. 대신 한미간 군사동맹은 인간안보에 기초한 양국간 공동관심사에 대한 공동 대처와 예방외교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재편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미래지향적 균형외교의 전개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동북아 4개 국가들과의 외교관계가 갖는 막중한 의미와, 그와 달리 대미 일변도 외교에 치중해온 현실이 심각한 괴리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이들 4개국에 대한 균형적인 선린외교는 양국간 우호관계 유지 및 공동이익 증진에 머무르지 않고 동북아 차원의 평화·발전을 향한 지역적 신뢰기반을 조성하는 의미를 갖는다.

현재 한국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이들 4개국과 긴밀한 접촉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제는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이들 국가들과 미래지향적인 균형외교 관계를 강화할 단계에 이르렀다.

셋째는 다자 안보협력의 확대이다. 동북아시아는 군사·안보적으로는 세계 주요 군사 강대국이 상호 견제하는 가운데 군비 경쟁이 가장 높은 지역이면서 경제적으로는 역내 상호의존이 대단히 높은 세계 3대 교역지역 중의 하나이다. 군사적 불안정성과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고려할 때, 동북아 지역국가들의 평화와 발전은 지역협력의 발전 여부에 근본적으로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동북아 지역 전체의 안정과 협력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은 단순히 주변국과의 선린균형외교를 넘어서 동북아 지역에서 다자 안보협력이 발전하는 방향으로 외교·안보 정책을 펴야만 할 것이다.

동북아 다자 안보협력을 위한 구체적 방법은 북핵문제 해결 이후 6자회담의 발전적 전환을 통한 포괄적 지역안보기구 설립, 동북아협력대화(NEACD) 등 기존 다자협의체의 활성화, 비군사안보 분야에서 출발하는 사안별 공동안보기구 설립 등을 검토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협력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분야에서부터 다자 안보협력을 추구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점에서 볼 때, 한국은 빈곤 퇴치, 보건, 환경, 재해·재난, 마약, 테러 등 인간안보 차원에서 제기되는 비전통적 안보 분야에서 역내 다자 협력의 공감대를 높이는 데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의제21: 시민과 소통하는 정치(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

정치란 무엇인가? 온갖 화려한 정책 프로그램이 매일 발표되고 매니페스토 협약까지 맺어지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우리는 왜 대학교 정치학 개론 수업에서나 다루어지는 상투적 질문에 다시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그것은 정치의 전문가들을 자칭해온 개혁적 정치세력들이 줄곧 민심에서 멀어지고, 탄핵정국에서 민심이 구출해준 소중한 기회도 상실하고 결국은 '잃어버린 10년'이란 보수의 참주선동에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그것은 어쩌면 그들이 진정 정치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의 의제는 이런 초보적 의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정치의 정의는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진보와 개혁을 중시하는 정치세력이라면 그 다양한 정의 중에서 최소한 다음의 내용을 핵심으로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그것은 특정세력의 자의적 지배를 넘어 모든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정의로운 공동체이다. 이 정의는 얼핏 보면 현 정부와 기존 집권여당이 이미 설정했던 '참여정부'라는 가치의 단순 반복으로도 보인다. 과연 그러할까?

물론 현 정부와 기존 집권여당은 자의적 지배의 극한인 제왕적인 정치구조를 보다 민주화시킨 성과를 낳았다. 하지만 자의적 지배가 만연했던 구시대의 막내에서 더 나아갔는지는 다소 회의적이다. 선거에서 확인된 민의와 부단히 소통하고 대변하면서 자신의 사회적 기반을 튼튼히 뿌리내리는 책임정당정치로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4대 입법이나 대연정처럼 자신들 머릿속 아젠다에 집착하다 결국 사회적 기반도 약화시키고 정부와 정당이 공중에 붕 뜬 진공세력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이러한 사회적 기반과의 유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미 언급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의 강화나 결선투표제 등의 대안적 제도와 아울러, 시민과 소통하는 정치를 새롭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우리 정치에 심의민주주의적 관점과 기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심의민주주의란 엘리트들에게 정치를 위임하는 대의민주주의의 보완으로서 시민들이 책임 있게 공론형성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첫째로는 제도적 대안도 중요하지만 우리 정치는 아젠다 수립의 전 과정에서 철저히 자신의 사회적 기반 및 시민과 소통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웹(Web) 2.0의 정치문화를 내면화해야한다.

둘째로는 이의 제도적 수단으로서 국회나 지방의회 차원에서 주요 이슈에 있어 시민전문가 위원회의 설치를 통해 기존 입법부를 보완하는 심의민주주의를 시도해야 한다.

셋째로는 우선 지방의회 차원에서 민주공화제의 배심원제도 취지에 입각하여, 일부 추첨으로 뽑히는 시민들이 일정기간 봉직하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꽃피워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 개혁이나 진보세력들이 이러한 21세기적 정치관을 미래지향적 공약은 물론이고 지금 당장 실천하고 있는지를 철저히 검증하여야 한다. 무릇 멋있는 정치의 가치를 이야기하기는 너무도 쉽지만, 그것이 일상의 실천으로 나타나지 않은 한 그 가치는 표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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