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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미지의 감독으로 남아있는 에드워드 양 감독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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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미지의 감독으로 남아있는 에드워드 양 감독을 기리며

[Film Festival] 국제세미나 <에드워드 양 : 타이페이의 기억> 열려

부산영화제 측과 부산대학교가 공동으로 주최한 국제세미나의 첫 자리가 "에드워드 양 : 타이페이의 기억"이라는 제목 하에 지난 6일 저녁 컨퍼런스 룸에서 열렸다. 감독의 미망인인 카일리 펑 씨가 어린 아들의 손을 잡은 채 단상에 올라와 인사를 한 뒤 시작된 세미나에서는 부산대의 고현철 교수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전 대만필름아카이브 원장인 에드먼드 웡이 에드워드 양 감독의 각 작품들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의 영화세계를 조망하는 주제발제를 하고, 김영진 명지대 교수/영화평론가, 이왕주 부산대 교수, 김이석 동의대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단 8편의 작품만을 남긴 채 지난 6월 29일 59세의 나이로 타계한 에드워드 양 감독이 올해 부산영화제의 특별전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밖에 없었던 당연한 일이다. 이번 부산영화제의 에드워드 양 특별전은 감독의 전 작품 8편을 한자리에 모아 상영하는,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던 프로그램이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과 함께 대만 뉴웨이브를 이끈 에드워드 양 감독은 국내 팬들에겐 '양덕창'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영화팬들 사이에는 지난 90년대부터 특히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이 불법복제 비디오의 형태로 떠돌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영화 중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어 극장 개봉을 거친 것은 2000년작인 <하나 그리고 둘> 단 한 편뿐이며, 그나마 이 작품이 국내에 수입될 수 있었던 것도 그해 깐느영화제에서 에드워드 양 감독에게 감독상을 안긴 영화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올해, <하나 그리고 둘>이 에드워드 양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 상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국제세미나 <에드워드 양 : 타이페이의 기억> ⓒ프레시안무비
에드워드 양 감독은 1982년 네 편의 에피소드가 묶인 <광음적 고사>에서 두 번째 에피소드인 <갈망>을 연출하며 대만 영화계에 감독으로 등장했으며, 이듬해에 <해탄적일천>으로 장편 데뷔함으로써 대만 뉴웨이브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전통적인 대만 영화들이 국민당의 엄격한 검열 하에서 사회의 모순이나 변화하는 모습을 영화에 담을 수 없어 감상적이고 신파적인 정서 호소에 크게 의존했던 반면, 에드워드 양이나 그보다 조금 앞서 데뷔한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영화는 아시아 영화에서는 좀처럼 드물었던, 지극히 세련되고 이성적인 모더니즘 영화를 선을 보인다. 목가적이고 토속적인 분위기의 영화를 만들었던 허우 샤오시엔과 달리 에드워드 양 감독이 주목한 것은 급격한 근대화를 겪는 '도시'였다. 자신의 자전적인 경험을 영화에 녹여내 외향적으로 '성장영화'의 틀을 가져가면서, 안으로는 도시화, 근대화를 경험하는 격변하는 대만사회와 그 안에서 단절과 격리, 타락을 경험하는 현대인들을 다루었다. 에드워드 양 감독이 종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에 비교되곤 했던 것은 단순히 그의 영화 <해탄적일천>이 안토니오니 감독의 <정사>와, 혹은 <공포분자>가 <욕망(원제 : 블로우업)>과 비슷한 설정을 가지고 있어서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김영진 명지대 교수가 지적하는 바에 따르면, 에드워드 양 감독이 단순히 '모더니즘'이라는 키워드로 안토니오니 감독에게 비교되는 것에는 모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주인공들의 의문이나 갈등이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완벽한 단절과 파편화된 정서로 영화가 끝을 맺곤 하는 안토니오니의 영화들과 달리, 에드워드 양의 영화들은 비록 의문이나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복잡다단한 인물들과 그들의 사정이 한 겹 한 겹 쌓이면서 그들의 애착관계나 인과관계가 (비록 느슨한 형태라 하더라도) 촘촘한 연결망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즉,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들은 '파편화된 개인'으로 끝나지만은 않는다는 것이다.
ⓒ프레시안무비
한국의 영화문화와 비평담론에 있어 에드워드 양 감독의 위치는 매우 아이러니컬하다. 위에서도 말했듯 그의 이름은 90년대부터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과 함께 널리 알려졌지만, 실제 그의 영화들은 마지막 작품을 제외하곤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으며, 그의 영화세계가 보다 본격적으로, 깊이있게 분석되며 받아들여지지도 못 했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김이석 교수는 매우 의미심장한 추측을 내놓는다. 베니스, 깐느, 베를린 등 서구의 영화제를 통해 아시아 감독들을 발견하고 접했던 우리들로서는, 오리엔탈리즘에 입각해 아시아 영화들을 접하고 환호하면서 정작 아시아의 근대와 현재를 다루는 영화들에는 무관심한 서구인들의 오리엔탈리즘적 필터까지 받아들인 결과가 아닐까, 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결국 영화팬이라면 누구나 그의 이름을 안다고 해도, 에드워드 양 감독은 우리에게 여전히 미지의 감독인 것이다. 세미나에 참석했던 사람들에게 <고령가 살인 사건>을 '강추'하며 절절하게 영화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던 이왕주 교수의 바람과는 달리 이번 에드워드 양 특별전의 영화들은 부산영화제 전 기간 동안 단 한 차례씩만 상영되고, <고령가 살인 사건>, <광음적 고사>, <해탄적일천>, <타이베이 스토리>는 그 상영이 끝났다. 하지만 에드먼드 웡이 관련 동영상 자료까지 준비해 영화의 미장센을 다시 살펴볼 기회를 주었던 <공포분자>와 96년작인 <마작>, 그리고 마지막 작품인 <하나 그리고 둘>의 상영이 남아있다.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를 아끼는 이들이나 그의 영화세계에 궁금증을 느끼는 영화제 관객이라면 상영시간표를 다시 체크하며 표 얻기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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