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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에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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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에 왔습니다

[Film Festival]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 오늘 개막

올해도 어김 없이 부산에 왔다. 매년 가을 부산은 내게 순례지가 된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는다는 것은, 척박한 흥행 논리에 함몰된 박스오피스의 공해지를 떠나, 모처럼 청명한 숲길에서 피톤치드를 마시는 일과 같다. 공기가 더 잘 들어오도록 팔을 들어 폐를 넓히듯, 새로운 영화적 자극에 민감하도록 감수성의 촉수를 가다듬는다. 아직 남아 있을지도 모를 예술로서의 영화를 찾는다. 희망을 탐색한다. 부산은 또한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다. 티켓 오피스에 줄지어선 젊은이들의 열정을 만나고, 거장에게 함부로 질문을 던지는 시네필의 치기를 만난다. 영화 홍보를 전제로 마케터를 통해서야 겨우 만날 수 있는 배우들에게 뭘 위해 그렇게 열심히 사냐고, 뭘 믿고 그렇게 연기가 안 느냐고 물을 수 있다. 갈수록 주름살이 늘어가는 김동호 집행위원장의 취기 어린 '큐트' 댄스를 만날 수 있다. 세월이 지나도 철 들지 않는 감독들에게 이제 좀 어른이 되라고 다독일 수 있다. 자원활동가들의 어눌하지만 예의 바른 긴장감을 목격할 수 있다. 새벽 찜질방에 널부러진 영화제 폐인들의 산송장을 미소 가득 안고 건널 수 있다.
ⓒPIFF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운 좋게도 남포동 무대 인사의 사회를 맡았다. 덕분에 해운대에서 한 시간 거리의 그곳을 매일 출퇴근하게 생겼다. 유지태와 송혜교, 지진희와 강성연을 관객들에게 소개해야 할 생각에 눈앞이 캄캄하다. 남포동이 떠나갈 듯한 그 함성을 어떻게 진압해야 할지 벌써부터 골이 지끈댄다(<엠>의 강동원을 소개해야 할 해운대 쪽 진행자는 나보다 훨씬 더 머리가 아플 것이다). 그래도 막상 그들 앞에 서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될 게 분명하니 이른 두통도 흔쾌하다. 게다가 영국의 거장 피터 그리너웨이의 핸드프린팅 행사를 진행해야 하다니! 두통이 심장으로 전이된다. 이런 영광을 내 생애에 누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이다. 낮엔 영화에 취하고, 저녁엔 사람에 취하고, 밤엔 술에 취하고, 새벽엔 바닷바람에 취할 게 분명한 나의 부산영화제 기행,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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