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과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지난해 공동발간한 <금속산업 사내하청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실태 연구> 에 관한 자료집 중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사례조사를 발췌, 요약한 내용이다.
***IMF사태후 하청노동자 급증**
현대중공업관련 하청업체(사측은 '협력업체'라고 부른다)는 2002년 9월 현재 1백40여개 업체로 총 사내하청노동자 수는 1만4천50명이다.
아래 표를 보면 2002년 1월 사내 하청노동자가 1백44개팀 9천1백28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9개월만에 5천여 명이나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해양사업부의 경우 22개업체 2천7백13명이던 것이 9개월 사이에 30개업체 5천7백59명으로 3천명이상 증가했다.
<표1,2>
또 시내하청팀의 규모별 분포를 보면 1백26개 팀이 50명 이하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51명에서 1백명 사이가 84개 팀 34.3%를 차지하고 있다. 즉 전체 85.7%의 작업팀이 1백명 이하의 소규모인 것이다.
하청공사 시작연도를 보면, 1996년 이전에 하청공사 작업을 시작한 경우는 약 1/4 정도에 불과하며 나머지 3/4는 IMF사태가 터진 1997년 이후에 새로이 공사를 시작한 경우다. 특히 2000년 이후에 공사를 시작한 경우가 1/2를 넘고 있어, IMF사태후 하청이 급속히 확대되었음을 알 수 있다.
<표3>
***하청업체 고용 급증 배경은 인건비 절감, 해고 용이**
사내하청업체는 현대중공업에 하청업체 등록을 하는 등록계약을 체결한 후, 1년에 1회씩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기준 임금액수를 결정짓는 '단가계약'을 체결한다. 이 단가를 기준으로 수시로 프로젝트별 공사별로 '작업계약'이 체결된다. 작업계약을 체결할 때 작업공사에 소요되는 공수에 대해서는 직영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하지만 직영노동자의 노무비와 하청노동자의 노무비 차액이 워낙 큰 만큼 원청업체에게 비용절감효과가 발생한다. 선박시장 상항에 따른 고용조절 필요성 이외에 이같은 노무비 절감효과가 현재 하청노동자 비중이 급증하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하청업자들, '블랙리스트' 만들어 비정규직 노동자 관리**
사내 하청업체간에는 연합체 성격의 모임이 구성되어 있다. 또 사업부별로 하청업체 대표와 사무장 등의 '회장단'이 구성, 상호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전 현대중공업 노조 상근간부는 "회장단 모임에서 노조운동에 적극적인 노동자의 취업을 막기 위한 블랙리스트를 상호 교환하기도 한다"며 "블랙리스트를 하청업체별 인력관리를 위해 구축된 통합전산시스템을 통해 원청업체인 현대중공업과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규직보다 노동강도 강해**
사내하청업체 노동자의 노동 과정에 대한 통제 및 노동강도도 직영노동자보다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6년에 비해 작업 시작시간과 종료시간이 실 작업시간으로 채워져, 작업준비와 마무리 등이 작업시간 전후에 이루어져, 사실상 노동시간이 연장되고 있다. 안전관리 등 작업질서에 대해서 안전관리요원이 직접 하청업체 노동자를 감독하고 있으며 하청업체 작업질서 위반자에 대해서 엄격한 감독과 규제를 지시하고 있다.
노동강도의 강화는 보다 구조적인 특징을 가지는데, 하청업체 사장의 입장에서는 '작업계액'에서 전체 공사대금이 결정되고 또 투입시수당 인건비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공기를 단축하여 투입시수를 줄이거나 장부상의 투입시수에 비해서 실투입시수(실제 인건비지출액수)를 줄이거나 하는 방식으로 이윤을 증가시키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하청노동자은 공기 단축 등을 위해 노동강도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다른 하청업체로 이직 봉쇄, 노동기본권 제약**
현대중공업은 다른 사내 하청업체로 이직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출입증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출입증 제도는 사내하청 노동자 관리를 위한 전산망을 통해 이루어져, 다른 회사 뿐아니라 사업장, 나아가 지역차원의 이동도 통제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는 중요한 '민원사항'으로 제기되어 노동조합에 출입증 발급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임금수준은 1996년 영남노동운동연구소 산별노조 연구교욱분과의 기획좌담에서 기량이 높은 사내하청노동자의 임금수준이 직영노동자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발표가 있었으나, 최근 급격히 증가한 사내하청노동자들의 경우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교해 임금수준도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내하청노동자들의 고용형태는 크게 '시급제 상용고용'과 '일급제 일용고용'으로 구분된다. 현장에서는 일당제의 경우 단기로 고용되고 상여금, 퇴직금, 각종 수당 등도 없지만, 상대적 고임금 때문에 '떼려먹기'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적 고임금의 전제조건은 통상 2년 이상 경력의 고숙련자이고, 노동강도가 매우 높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은 최근 일당제의 고용비율이 증가해 시급제와 일당제의 비율이 대략 3:7로 나타나고 있다. 일당제의 경우 개인 기량에 따라 1일 9만원에서 9만5천원 선에서 일당이 책정된다. 이들 일당제 노동자의 경우 의료보험이나 국민연금 등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상당수이고, 주휴일, 월차, 퇴직금도 적용되지 않아 일당말고는 기본적인 생활안정대책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현중 노조, 하청노동문제 적극개입 필요**
사내하청의 도입-확산에 대해 현중노조가 거의 아무런 규제도 행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단체협약 제42조 1항은 '회사는 인원의 일부를 하도급으로 전환하고자 할 때에는 사전에 조합과 협의하며 인원에 대해서는 합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기존에 정규직으로 고용된 조합원을 하도급으로 전환하는 경우에 한정해 적용되고 있다.
또 42조2항에서는 '조합원의 실질적 고용보장을 위한 장치로 감원을 할 경우 사내외 외주를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조합원의 고용이 불안정해지지 않는 한 사내외 외주의 도입에 대해 경영자에게게 일방적으로 맡기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2002년 단체협약 갱신과정에서 임금이외의 근로시간, 복리후생 등 단체협약상의 근로조건을 하청노동자에게도 보장하라는 요구를 했다고는 하지만, 세부적인 교섭은 진행된 바 없고, 상징적인 의미 이상은 지니지 못했던 것으로 보여, 사실상 정규직 노조가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무관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비정규직의 비율이 정규직을 넘어서는 현재, 정규직 노조의 보다 적극적인 연대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