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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시리즈, 이 정도는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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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시리즈, 이 정도는 돼야

[최광희의 휘뚜르마뚜르] 제이슨 본 이야기 <본 얼티메이텀>

젠장, 이런 영화를 보면 질투가 난다. <트랜스포머>같은 영화를 봐도 돈 좀 처발랐군, 하며 할리우드의 위력을 돈과 규모의 논리로 일축하고 마는 한떨기 자존심조차 이런 영화를 볼때면 여지 없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밀려 오는 영화적 쾌감에 완전히 넋을 잃어 버릴 때. 완벽한 시나리오, 기가 막힌 촬영과 짜임새 있는 편집, 배우들의 차가운 열연이 혼연일체가 된 걸작 장르 영화를 봤을 때 말이다. <본 얼티메이텀>은 장르 영화의 쾌감이란 어떤 것인지를 '지대로' 보여준다. 플러스 알파, 이 시리즈의 전통대로 이번에도 국가 권력의 부도덕성을 파고 드는 제이슨 본(맷 데이먼)의 용맹과 지략에 힘입어 '뒤집어 엎어 버리기'가 주는 짜릿한 오르가즘까지 얻을 수 있으니, 어찌 이런 영화를 보고 질투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본 얼티메이텀 ⓒ프레시안무비

방금 이 영화 <본 얼티메이텀>의 언론 시사를 끝내고 흥분을 가라 앉히지 못한 채 대한극장 바로 옆 피씨방에 들어와 짧은 시사 후기를 남긴다. 2편 <본 슈프리머시>에 이어 또 한번 메가폰을 쥔 영국 감독 폴 그린그래스는, 일찌기 <블러디 선데이>와 최근작 <플라이트 93>에서 선보인 재능대로, 이 반영웅의 고독한 사투를 그만의 스타일리시한 연출 감각으로 정신 없이 포착해 낸다. 인물에 밀착하는 핸드 헬드 카메라가 이처럼 효과적으로 사용된 전례가 드물 정도로 그가 창조한 명장면은 영화 곳곳에 포진해 있다. 특히 본이 CIA의 추적을 따돌리고 영국 언론 가디언지 기자와 접선하는 장면, 모로코에서 자신을 죽이려는 킬러와 쫓고 쫓기다가 어느 집 욕실에서 한판 붙는 둔탁한 격투신을 볼 때 관객에겐 어느 정도의 호흡 조절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곧 터져 버릴 듯 팽팽한 긴장감이 객석을 순식간에 진공 상태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이제는 '본'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맷 데이먼의 무표정한 액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CIA 내 강온파를 대변하는 노아 보슨 역의 데이비드 스트라탄(그는 최근 <굿 나잇 앤 굿럭>에서도 명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과 파멜라 랜디 역의 조앤 알렌의 선굵은 연기를 보는 재미는 또 어떤가.
본 얼티메이텀 ⓒ프레시안무비

<본> 시리즈는 냉전 이후의 첩보물이 천착해야 할 테마, 개인의 희생을 염두에 두지 않는 국가주의의 잔인한 이면, 그리고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조리 포착해 낼 수 있는 촘촘한 감시 네트워크의 가공할만한 비정함을 효과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진정한 걸작이다. 누구라도 제이슨 본에게 제대로 휘둘리고 나면, 강렬한 쾌감이 몸을 휘감고 지적인 여운이 가슴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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