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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써야 하는 것은 '반성문'이다"

언론단체들 시국선언문 통해 '노동보도태도' 자성

최근 잇따른 노동자들의 자살과 관련해 언론인들이 ‘시국선언’을 통해 이같은 비극이 발생하기까지의 언론 책임을 자성했다.

***"오늘 우리가 써야 하는 것은 '시국선언문'이 아닌 '반성문'**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 8개 언론관련 단체들은 4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손배가압류·노동탄압 분쇄,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언론계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사진1>

이명순 민언련 이사장은 “재계는 경제가 나빠진다고 협상에서 등을 돌리고 정부도 신자유주의적인 논리에 입각해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지만 언론이 사회의 목탁이 되기보다 그런 주장들을 여과 없이 보낸 죄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이강택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장은 “노동자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다가 분신하고 목을 매는 상황이 와야만 1,2명이 갔다 오곤 하는 우리들이 가장 큰 문제”라며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택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은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이후 지금까지 언론은 무엇을 했냐”고 반문했다. 그는 “가끔 노동자와 관련된 보도를 할 경우에도 감정이나 감성에만 치우친 보도가 대부분이었다”며 “우리가 오늘 진짜로 써야 할 것은 ‘시국선언문’이 아니라 ‘반성문’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원석 인터넷기자협회 부회장은 “인터넷언론이나 진보적인 매체들이 수구언론사들보다는 노력을 했다고는 하지만 이들도 노동자가 죽기 전에 관심과 보도로 이를 막았어야 했다”고 자성하며 “국민들이 작년에 효순이·미선이의 참사를 인터넷언론과 함께 스스로 밝히고 싸웠듯이 노동자들의 위기상황도 밝히고 알리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사진2>

***"분신한 노동자를 두번 죽이지 말자"**

이들은 선언문에서 “노동자들의 비인간적인 삶은 외면한 채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에만 혈안이 된 정부의 반노동자적 정책, 노동자를 협박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비인간적 처우를 일삼는 자본의 횡포, 노동자가 죽어야만 선심 쓰듯 생색을 내며 형식적 관심을 보이는 언론의 '노조 죽이기' 보도 행태에 우리의 노동자들은 타살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우리는 특별히 손배소송과 가압류 등 갈수록 극악해지는 노동탄압정책과 비정규직 차별 정책으로 사지로 내몰리고 있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외면했던 언론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조선일보를 비롯한 이 땅의 수구족벌언론들은 고 김주익 열사가 유서에서 '마치 노동조합 때문에 나라가 망하는 것처럼 난리를 친다'라고 지적했듯 자본의 논리만 전달하기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노동자들이 어찌할 수 없는 절망감에 하나둘 죽음을 결심할 때 그들의 지면에 넘쳐난 것은 이민과 조기유학, 골프와 부유층의 ‘신귀족문화’였다”며 보수언론이 “노동자들의 잇단 죽음 앞에서도 자신들의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단순사건보도로 몰아가고 노동계의 ‘극한투쟁’을 부각시켜 노동자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손배소송·가압류 조치의 즉각 해지와 금지, 비정규직 차별과 노동기본권 탄압 중단, 반노동자적 보도의 중단을 정부와 언론에 요구했다.

다음은 ‘시국선언문’ 전문

***노동자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2003년 오늘, 대한민국은 진정 더불어 함께 사는 우리의 나라인가.
노동자와 농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정녕 희망을 가지고 내일을 설계할 수 있는 우리의 공동체인가.

우리는 지금 이 물음에 누구도 '그렇다'라고 감히 말할 수 없다.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미래의 꿈과 희망을 빼앗고 그들을 연이어 죽음으로 내모는 비정한 현실 앞에 어찌 '공동체'를 말할 수 있겠는가.

참담하고도 두려운 오늘이다. 끔찍한 현실이다. 벼랑으로 내몰린 노동자들의 자살과 분신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월 손배가압류 조치와 비인간적인 노동착취 등 자본의 횡포에 맞서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연이어 한진중공업 김주익 지회장과 세원테크 이해남 지회장, 그리고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조 이용석 광주지역본부장이 돌아가셨다.

더 이상 죽지도 말고, 더 이상 죽이지도 말라는 절규가 이 땅을 뒤덮고 있다.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희망을 키워가기는커녕 죽음과 삶의 기로에 서게 하는 이 사회는 분명정상이 아니다. 일그러지고 썩어 문드러진 자본 독재의 사회다.

어찌할 수 없는 절망감에 소중한 생명을 내던진 그들의 죽음은 결코 자살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비인간적인 삶은 외면한 채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에만 혈안이 된 정부의 반노동자적 정책, 노동자를 협박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비인간적 처우를 일삼는 자본의 횡포, 노동자가 죽어야만 선심 쓰듯 생색을 내며 형식적 관심을 보이는 언론의 '노조 죽이기' 보도 행태에 우리의 노동자들은 타살됐다.

우리는 특별히 손배소송과 가압류 등 갈수록 극악해지는 노동탄압정책과 비정규직 차별 정책으로 사지로 내몰리고 있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외면했던 언론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이 땅의 수구족벌언론들은 고 김주익 열사가 유서에서 '마치 노동조합 때문에 나라가 망하는 것처럼 난리를 친다'라고 지적했듯 자본의 논리만 전달하기 급급했다.

노동자들이 어찌할 수 없는 절망감에 하나둘 죽음을 결심할 때 그들의 지면에 넘쳐난 것은 이민과 조기유학, 골프와 부유층의 신귀족문화였다.

그들은 노동자들의 잇단 죽음앞에서도 자신들의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단순사건보도로 몰아가고 노동계의 '극한투쟁'을 부각시켜 노동자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다.

노동자들을 되돌이킬 수 없는 절망감에 빠트리는 사회적, 구조적환경을 이대로 둘 수만은 없다.

우리 언론계 단체들은 오늘 한국 언론이 그동안 노동자들에게 행해온 부끄럽고도 파렴치한 행태가 다시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첫째, 노무현 정부는 공공기관에서부터 손배소송, 가압류 조치를 먼저 즉각 해지하고 손배소송, 가압류를 금지하라.

둘째, 노무현 정부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노동기본권 행사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셋째, 친자본 수구 족벌언론은 자본가의 입장만 편드는 반노동자적 보도작태를 즉각 중단하라.

2003년 11월 4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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