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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누구를 위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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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누구를 위해 왜?”

[신간] 정부의 책임 회피 비판한 <복권의 역사>

지난해 12월 로또복권이 등장한 이후 우리 사회는 전에 없던 '복권열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지난 2월초 연이은 이월로 8백36억원까지 당첨금이 누적되는 일이 벌어지자 빚을 내서 2천~3천만원씩 복권을 구입하는 사람들까지 생겼고 이후 복권은 사회의 건전한 노동윤리를 해치는 문제 중 하나로 계속 지적되고 있다.

***'일확천금'의 환상에 숨겨진 정부의 책임회피 비판**

신간 <복권의 역사>(저자 :데이비드 니퍼트, 번역 :신기섭, 필맥출판사)는 어느 사이에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려 누구나 잘 안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 본질이 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문 복권이 언제 어떤 연유로 시작이 됐고, 그 후 어떤 변화를 거쳐 오늘날의 형태로 발전해 왔는가를 설명하고 일확천금의 환상 속에 숨겨진 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한 책임회피를 비판하고 있다.

<사진1-책표지>

이 책은 16세기 중반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귀족 등 특권층의 사치스런 생활을 국가재정으로 유지하기 위해 복권발행을 허용한 것을 근대적 복권의 발단이며, 17세기 초에는 영국이 북미 식민지 경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복권을 발행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16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제비뽑기'는 종교의식 도중 어떤 결정을 내릴 때나 하는 것이었다. 당시엔 신의 의지를 발견하기 위해 제비뽑기를 주기적으로 실시했다. 따라서 복권 놀음은 신성모독이자 신의 섭리에 도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비난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16세기에 이르러 경제 및 사회 체제가 변화함에 따라 재정이 급속도로 어려워졌다. 국민국가 형성에 참여한 특권층은 그들의 제국을 관리, 보호, 확대하고 자신들의 사치스런 생활을 유지할 자금이 필요했다. 1569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국고를 유지하기 위해 복권을 허용했다."(52~53페이지)

18세기의 신생국가인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사회기반시설 건설, 대학 설립 등을 위해 복권을 활발하게 발행했으나 복권을 둘러싸고 사기와 비리가 횡행하게 되자 19세기에 이의 발행과 거래가 금지됐고 유럽지역도 19세기에 복권발행을 속속 금지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에서 복권 발행이 재개된 것은 그 뒤 오랜 세월이 지난 1960년대부터였고, 영국에서는 이보다 더 최근인 1990년대부터였다.

***복권은 자본주의의 전개과정과 긴밀한 연관성 지녀**

저자는 이런 복권의 역사가 자본주의의 전개 과정과 긴밀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고 진단한다.

17세기말이나 18세기의 자본주의 초기에는 신흥 부르주아들의 상업 활동에 필요한 자금조달과 항만, 도로 등 사회인프라 건설을 위해 복권이 도입됐으나 19세기 이후에는 은행을 비롯해 훨씬 더 우수한 자금조달 기관들이 발달함에 따라 기업과 개인사업자들은 더 이상 복권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고 지적한다.

<사진2-복권사진>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자본주의 체제는 교육, 보건, 사회기반시설 건설 등의 공공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재원을 충분히 창출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공적자금 조달의 방편으로 복권이 다시 등장하게 됐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많은 수의 다양한 금융기관들이 발달했고, 대기업들도 성장에 필요한 자본의 상당 부분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20세기 말에는 이미 투자할 자본을 창출할 기구와 절차들이 아주 잘 발달한 상태인데, 왜 복권이 아직도 필요한가? 그 답은 독점과 글로벌 자본주의의 힘에 의해 형태가 갖추어진 현재의 금융기관들이 공적 부문보다는 사기업의 이익에 훨씬 더 잘 봉사한다는 사실에 있다."(98페이지)

***복권발행과 수익사용에 대한 공론화 필요**

이 책은 특히 역자가 별도록 집필한 '보론'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복권이 보인 문제점들을 실제 수치들을 통해 보여주고 이를 바탕으로 복권의 발행과 그 수익사용에 대한 사회의 공론과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역자는 "복권은 정부만이, 그것도 특정한 법을 만들지 않고는 발행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며 이는 '한국에서는 복권을 정부가 발행해도 되는 것인지', '발행한다면 무슨 용도를 위해 발행할 것인지'를 공개적으로 따져본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역자는 또, 복권은 부유층이 떠안아야 할 세금부담을 부당하게 저소득층과 중산층에게 떠넘김으로써 조세정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이런 비판은 차치하고라도 지금부터 우리는 로또복권을 과연 계속 발행할 것인가, 계속 발행한다면 그 수익금을 어떤 용도로 쓸 것인가를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이 문제를 사회적인 쟁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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