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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양 16만명 중 10만명이 미국으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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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양 16만명 중 10만명이 미국으로, 왜?

[해외입양, 그 잊혀진 역사②]"입양은 평생 풀어야 할 숙제"

"우리는 화난(angry) 입양인들이 아닙니다."

한국의 해외입양제도 폐지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는 국외입양인연대(Adoptee Solidarity Korea. ASK) 회원인 제니 나 씨. 그는 지난 2003년에 "내가 어디서 왔는지 알고 싶어" 한국을 찾아 지금까지 한국에서 살고 있다.

몸을 제외한 모든 것이 '백인'으로 새로 태어나는 운명

제니 씨는 "정부나 입양기관은 이런 활동을 하는 입양인들이 불행한 입양을 경험한 특별한 케이스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일부 '화난 입양인'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양부모와의 관계에 대해 "때로는 좋고, 때로는 나쁘기도 했다는 점에서 아주 평범했다"고 밝혔다.

제니 씨는 양부모와 관계가 어떠했는가와 별개로 입양인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입양'이라는 문제에 대해 한국사회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양인들은 태어난 지 6개월이 됐든 10년이 됐든 상관없이 해외입양과 동시에 자신의 이름, 말, 가족관계 등 모든 '한국'적인 것은 버려지고 새로운 이름, 언어, 가족관계에 적응해야만 한다. 자신의 몸을 뺀 모든 것이 입양된 부모와 그 나라의 품 안에서 '백인'으로 새롭게 태어나야만 하는 것이다.
ASK(www.adopteesolidarity.org)

2004년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6명의 해외입양인들이 만든 모임. 기존 단체들이 친가족 찾기, 한국어 강의 등 해외입양인들을 위한 서비스 위주의 활동을 주로 해 왔다면, ASK는 입양인들만으로 구성된 일종의 연구모임이자 정치모임이다. 이들은 해외입양에 대한 시각을 공유하기 위해 매주 모임을 갖고 해외입양과 관련된 글을 읽는 활동 등을 하고 있다. 현재 회원은 30명 정도이며, 해외에 거주하는 입양인이거나 입양인은 아니지만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한국인을 포함한 준회원(allies)은 70여 명이다.
▲ 입양인 예술가들이 직접 참여한 사진 작품. 입양인들이 직면하는 정체성 문제를 보여주는 작품. ⓒ프레시안

ASK는 또 KAAN(주미 입양인 입양가족 네트워크) 등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계 입양인 단체들과 함께 행사를 마련하기도 한다. 또 이들은 IKAA(세계한인입양인회)가 7월 말부터 8월 초에 걸쳐 서울에서 개최하는 '다함께2007'를 준비하는 일에도 동참하고 있다. 이 행사에는 전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입양인 700~80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들은 또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해외입양 폐지를 촉구하는 엽서보내기 운동,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 등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정치인들과 면담 등 해외입양 정책을 바꾸기 위한 직접 행동도 하고 있다.


이민자들과는 다른 정체성…입양은 평생 풀어야 할 숙제

제니 씨는 또 해외입양인들에게 입양의 경험은 평생 동안 풀어야 할 '숙제'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해외입양을 떠나보내는 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스위스 출신의 한국계 입양인인 김대원 해외입양인연대(G.O.A.L) 사무총장도 한국이 입양인 문제에 대해서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입양된 사람을 지칭하는 말은 '입양아'다. 입양인은 성인이 아닌 어린아이로 여겨지며, 입양의 문제는 당연히 '아동'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성인이 된 입양인들도 입양으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한다."

한국계 입양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 입양인은 "낯선 사람들이 끊임없이 '여기 온 지 얼마나 됐나'는 질문을 할 때마다 자신을 미국인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입양된 사회에 적응하고 살아가야 하지만 정작 그 사회에서는 인종차별, 입양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 등으로 자신들을 받아주지 않았다. 이 설문조사에서 입양인들은 자랄 때는 스스로 '미국인/유럽인/백인'이라고 생각했다는 응답(58%)이 가장 많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자신을 '한국계 미국인/한국계 유럽인'으로 인식한다는 응답(64%)이 가장 많았다.

한국계 입양인이자 스웨덴의 한국학 학자인 토비어스 후비네트 씨는 지난 2003년 열린 '해외입양인연대 창립 5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발표한 글에서 입양인의 정체성 문제에 대해 이렇게 썼다.

"나는 우리가 공격적이고 거만한 서양문화에 좌초되어 있다고 느낀다. 우리는 서양세계에서 철저히 배척된, 상처입기 쉬운 포로들이다. 우리는 이민자들이 갖고 있는 그런 피난처도 갖고 있지 않다. 우리는 우리의 부모님과 고국으로부터 버림을 받았고 이민자들은 바로 그 고국이 그들의 힘이 되어 준다. '내가 스웨덴인인가, 아니면 한국인인가'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비주류로서 어떻게 스웨덴에서 살아남을 것인가'하는 것이 문제다. 입양된 한국인이 된다는 것은 두 나라의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한다는 것과 같다. 그 누구도 우리를 스웨덴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가서 살지도 못한다."

해외입양인연대(G.O.A.'L. http://goal.or.kr)

1998년 한국에 체류 중인 해외입양인들이 만든 단체. 1999년부터 '재외동포특례법'에 근거해 2년의 장기 체류비자(F4)를 받을 수 있게 됐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입양인들은 '외국인'이기 때문에 3개월 기간의 체류비자를 받는 등 모국인 한국으로부터 또 한번의 '냉대'를 경험해야만 했다. 그래서 입양인들이 직접 만든 단체가 해외입양인연대다. 이들은 한국을 방문하는 입양인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입양인들의 친부모 찾기, 한국어 강의, 친부모와 입양인 사이의 편지 교환을 돕기 위한 통번역, 입양인들을 위한 상담 등 활동을 하고 있다.

단체 설립 초기 담당부서인 보건복지부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외국인들이 하는 단체'라는 이유로 거절당하기도 했으나, 지난 2002년 NGO(비정부기구)로 정식 등록을 하는 등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주로 입양인들과 관심있는 일부 한국인들의 자원봉사와 후원으로 단체를 꾸려가고 있어 재정이 넉넉하지는 않은 형편이다.

해외입양인연대의 김대원 사무총장에 따르면, 매년 5000명 가량의 입양인이 한국을 방문하며, 한국에 장기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입양인들의 수도 200여 명에 이른다.



해외입양이 아동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해외입양이 당시로서는 아동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입양인들의 아픔을 소재로한 문희준의 노래 'Alone' 앨범 사진. 아시아인이 서양아이를 입양하는 '전복'은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프레시안

입양인들은 '아동의 이익'을 위해 해외입양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후비네트 씨는 "아이의 최고의 이익을 위한다고 하면서 어떻게 형제들끼리 갈라져서 입양을 보내는 일이 일어날 수 있냐"면서 "해외입양에서 우선시 되는 것은 아동이 아니라 양부모들의 요구"라고 주장했다. 친가족과 입양가족 간에 서로 모르고 연결이 단절되며, 양부모에 의해 아이에게 완전히 새로운 정체성이 부여되는 현 해외입양은 인류학적으로 볼 때 매우 '비정상적'이다.

제니 씨는 "지금의 해외입양에는 백인이 제3세계의 아동들을 구원한다는 개념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헐리우드 스타인 안젤리나 졸리가 에티오피아, 캄보디아, 베트남 아이를 연달아 입양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에서 인종이 다른 아이의 입양은 그들의 지위와 의식 수준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한국인 부부가 백인아이를 입양하거나 한국 아동이 아프리카로 입양되는 일은 현실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후비네트 씨는 "양부모들이 입양하기를 선호하는 나라들이 있다는 사실은 그들이 겉으로는 인종차별에 반대한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여전히 인종차별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며 "아시아의 한국,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남미의 콜롬비아 아이들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볼 때 좀 더 쉽게 백인 사회로 '통과'된다"고 주장했다.
해체된 가족의 파편으로 살아가는 아픔을 아시나요?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 위치한 '뿌리의 집'(www.koroot.org)은 한국을 찾은 해외입양인들이 묵을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모국이지만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낯선 땅인 한국에 찾은 입양인들이 머무르면서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이다. 이 집은 지난 1992년부터 9년간 스위스에서 목회활동을 했던 김도현 목사가 운영하고 있다. 김 목사는 스위스에 부임한 지 얼마 안 돼 한국계 입양인 소녀가 라인강에 몸을 던져 자살하는 사건을 접하면서 해외입양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뿌리의 집은 또 해외입양인들을 대상으로 상담사업과 취업지원사업 등도 하고 있다. 해외입양과 관련된 책 출판 등 연구사업도 진행 중이며, 작년부터는 생모에 관한 다큐멘터리 '회복'(Resilience. www.resiliencefilm.com)도 제작하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는 태미 추 씨는 미국으로 입양됐던 한국계 입양인. 그는 "가부장적 한국사회에서 지금까지 생모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말할 기회가 없었다"면서 "이 영화가 다른 생모들에게도 용기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어머니들의 개인적 역사 속에는 한국의 역사가 맞닿아 있다"고 덧붙였다. 태미 씨는 지난 1996년 자신이 친가족을 찾는 과정을 통해 입양인들의 정체성 문제를 다룬 고향찾기(Searching for Go-Hyang)을 만들기도 했다.
▲ 태미 추의 다큐멘타리 '고향 찾기'. 이 작품은 미국 공영방송인 PBS에서도 방영됐다. ⓒ프레시안

'뿌리의 집'은 해외입양인연대와 함께 입양의 날인 오는 11일 오후 이 다큐멘타리의 후원금을 모금하기 위한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이들은 이 행사 초대장에서 "해외입양에 대한 모범답안은 국내입양이 아니라 가족해체가 일어나지 않는 사회를 가꾸는 일"이라면서 "해체된 가족의 파편들로 살아가는 일의 버거움을 몸으로 알기에 입양의 날을 기념하는 일은 결국 해체된 가족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일"이라고 밝혔다.

16만 명 중 10만 명이 미국으로 입양미국은 해외입양에서 어떤 역할?
▲ '뿌리의 집' 전경. ⓒ프레시안

또 지난 50여 년간 한국에서 해외입양 보낸 16만여 명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10만여 명이 미국으로 입양됐다는 사실도 해외입양이 양부모들의 '수요'에 기반한 것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58년부터 2005년까지 10만6221명의 아동이 미국으로 입양됐다. 프랑스(1만1143명), 덴마크(8660명), 스웨덴(9141명), 노르웨이(6230명) 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숫자다.

후비네트 씨는 "국제점 관점에서 한국전쟁은 냉전의 시작이며 미국의 세계지배의 시발점이 됐다"면서 "한국은 해외입양의 하나의 표준 사례가 돼 베트남이나 태국 같은 국가에서도 미국 침입의 결과로 입양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서구와 미국으로 아이를 공급하는 주된 국가들이 미국의 영향을 받았거나 미군의 개입이나 주둔, 점령을 경험한 국가라는 것. 그는 "해외입양은 미국의 대외정책과 미국 제국의 형성에 한 부분이 돼 정치관계를 활성화하고 평범한 미국인에게도 냉전에 개인적으로 참여하는 수단을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입양인들이 입양인들의 시각에서 제기하는 문제들은 한국사회에 많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내쳐진 사람들에 대해 뒤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한국사회는 지난 50여년 간 애써 이 문제를 외면해 왔다. 하지만 어린아이에서 성인으로 자란 입양인들은 이제 자신들을 버린 '모국'에 그 책임을 묻고 있다.

게다가 그간 해외입양 문제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도 '국가 이미지 실추' 등 국가주의적 시각에 그쳤다. 정작 해외입양이라는 제도를 통해 이별한 생모와 입양인들이 겪어야만 했던 '고통'에 대해선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세계 경제규모 11위인 경제대국이 된 이후에도 한국은 아무런 반성없이 여전히 매년 2000명 안팎의 아동을 해외로 입양보내고 있다.

"한국이 해외입양을 금지해야 한다"는 요구는 다른 이들의 것이 아니다. 한국이 외면했던 해외입양인들, 바로 그들 자신이 그런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들의 요구를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입양수수료가 해외입양 중단 못하는 비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산정한 국외 입양수수료는 아동 1인당 961만6000원.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해 홀트아동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 대한사회복지회, 한국사회봉사회 등 4개 국외입양기관은 961만6000원 한도 내에서 아이를 입양한 부모로부터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실제 이들 기관은 아이 한 명을 외국에 입양보낼 때마다 4000-7000달러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정부로부터 별도의 보조금을 받지 않는 이들 기관은 입양수수료를 인건비를 포함한 단체운영비용, 분유, 옷, 이불 등 입양아동을 일시적으로 맡아 기르는 과정에서 드는 소모품 비용, 출국용품이나 출국서류를 작성하는 데 드는 비용, 여비 등으로 쓰고 있다.

이들 기관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4개 입양기관이 받는 국외입양수수료는 연간 1300만 달러가 넘는다. 매년 100억 원 이상의 돈을 해외입양을 통해 버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내 입양에 비해 비싼 입양수수료가 해외입양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입양수수료는 220만 원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국내입양을 늘리기 위해 입양수수료를 지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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