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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대국? 세계 1위 '아동수출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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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 경제대국? 세계 1위 '아동수출대국'!

[해외입양, 그 잊혀진 역사①]"한국은 왜 포기 못하나"

오는 11일은 '입양의 날'이다. 가정의 달인 5월에 국내의 한 가정(1)에 한 명의 아동(1)을 입양하자는 의미에서 11일로 정한 것이다. '입양의 날'은 올해로 두번째에 불과하지만, 한국 땅에서 입양의 역사는 길다. 특히 한국전쟁을 계기로 본격화된 해외입양의 역사는 어느덧 반 세기를 훌쩍 넘겼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어른'들의 선택에 의해 한국을 떠나 전혀 새로운 정체성을 갖고 살아야만 했던 입양 아동들이 이제는 성인이 되어 돌아와 자신들을 '버린' 이 사회에 묻고 있다. "한국 사회는 해외입양에 대해 고민하고 있느냐"고. "해외입양은 입양을 떠나 보낸 그 순간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입양인들의 평생에 거쳐 진행되는 문제라는 점을 도대체 한국 사회는 알고 있느냐"고 질문하고 있다.

<프레시안>은 우리 사회가 '입양의 날'을 전후해서 일회적인 이벤트성 '관심'을 보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더 늦기 전에 이들 입양인들이 던진 화두들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해외입양, 그 잊혀진 역사] 기획을 준비했다. 이 문제에 보다 진지한 관심이 촉발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1953년부터 2007년에 이르기까지 해외입양을 통해 한국을 떠난 사람은 약 16만 명에 이른다. 한국은 해외입양인들의 누적 숫자로 치면 압도적인 1위 국가다. 세계 경제규모 11위인 '경제대국' 한국은 지금도 중국, 러시아, 과테말라에 이어 4번째로 많은 자국 아동들을 해외로 내보내는 '아동수출대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해외입양은 철저히 '잊혀진 역사'다. 해외입양인은 자신을 길러줄 양부모를 갖게 된 '수혜자'로 여겨지고, 아이를 입양 보낸 생모는 자기 자식을 버린 '죄인'이라고 낙인 찍힘으로써 결국 직접 해외입양에 관계되는 이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돼 왔다. 이런 가운데 국내의 입양기관과 한국 등 외국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백인 부모들의 입을 통해 해외 입양은 인도적으로 베풀 수 있는 '최고의 선행'으로 찬양돼 온 것이 현실이다.

저출산 문제로 고민하는 한국, 매년 2000명 해외입양?

유엔에 따르면 지난 2006년 한국의 출산율은 1.19명. 홍콩, 우크라이나, 슬로바키아에 이어 4번째로 낮은 출산율이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50년에는 한국 인구가 지금보다 13% 감소한 4230만 명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처럼 저출산과 인구감소를 고민하는 한국이 2004년 2258명, 2005년 2101명, 2006년 1899명 등 매년 2000명 안팎의 아동을 해외로 입양 보냈다는 점은 일종의 모순이다.
▲ 연도별 국내외 입양 현황 (보건복지부 통계). ⓒ프레시안

이들 해외입양아동은 생모의 99%가 비혼모(非婚母. 결혼한 상태가 아닌 어머니)다. 2006년에 입양된 아동 중에서는 9명(기아 4명, 결손가정 5명)을 제외한 1890명이 비혼모가 낳은 아동이다. 2004년에는 2258명의 아동 중 단 1명을 제외한 전원이 비혼모의 자녀로서 해외로 내보내졌다.
▲ 발생유형별, 아동상태별 해외입양 현황(보건복지부 통계). ⓒ프레시안

해외입양인들을 위한 비영리 민간단체인 '뿌리의 집'(KoRoot. http://www.koroot.org)을 운영하고 있는 김도현 목사는 "한국의 가부장제가 해외입양 문제를 낳았다"고 주장한다. 결혼 '밖'의 관계에서 낳은 아이를 사회의 '정상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차별할 뿐 아니라, 비혼모들이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이 전혀 없는 한국사회에서 이들이 선택하는 대안이 결국 해외입양이라는 것.

그렇다고 해서 한국에서 비혼모 문제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심각한 것은 결코 아니다. 한국은 1년에 4000여 명의 비혼모가 아이를 낳아 OECD 가입국 중 가장 낮은 비혼모 발생률을 보이고 있다. 이들 비혼모가 낳은 아이들 중 75%가량이 국내나 국외로 입양된다. 반면 미국은 2005년 한 해에 약 150만 명의 아이들을 비혼모가 낳았다. 이중 1%의 아이들만이 입양됐다.

그러나 문제는 비혼모가 낳은 아이들 중 절반에 가까운 2000명 안팎의 아이들이 해외로 내보내지면서 한국에서 이들 비혼모와 그 자녀들의 존재는 '없던 일'이 돼 버리고 만다는 데에 있다. 한국의 강고한 가부장제의 결과로 발생한 해외입양은 가부장제를 위협하는 요소를 이 사회로부터 원천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이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성장우선주의의 가부장적 순혈주의 국가 '한국'

또 정부 입장에서 해외입양은 비혼모와 그 자녀들을 돌보는 데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수단이 된다. 한국 사회는 지난 50년간 해외입양을 통해 엄청난 규모의 복지 비용을 아낀 셈이다. 더 나아가 미국 등 한국의 아이를 받아들인 나라들로부터 매년 수천만 달러의 입양수수료를 벌어들였다.
비혼모 10명 중 4명 "경제적 지원만 있다면…"

한국 정부가 비혼모와 그 아이들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정책은 거의 전무한 수준이다. 비혼모를 위한 보호시설 운영과 양육비 지원 등이 시행되고 있을 뿐이다. 현재 정부는 2인 가족의 경우 월 소득 95만 원, 3인 가족 126만 원, 4인 가족 157만 원 이하 등 가족수별 소득기준을 정해 모(부)자가정 보호대상을 선정하는데, 6세 미만 아동에 대해 월 양육비 5만 원, 고교생 자녀 입학금·수업료 지원이 고작이다.

현실적으로 비혼모들이 혼자 힘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여성가족부가 지난 2005년 9월 보호시설에 입소한 비혼모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비혼모 10명 중 4명이 경제적 지원이 있다면 아이를 양육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비혼모들에게 입양은 '강요된 선택'인 측면이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스웨덴, 덴마크, 미국 등은 비혼모와 그 자녀를 위한 다양한 복지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스웨덴은 비혼모수당, 육아수당과 아파트 보조금 등을 지급해 비혼모들이 자녀를 양육함에 있어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덴마크는 혼인 외 자녀라도 아버지를 확인하면 비혼부에게 자녀에 대한 법적 부양 책임을 지운다.

독일은 비혼모와 비혼부의 책임을 법적으로 규제하여 자녀양육비와 생활비 등 모든 경제적 책임을 일차적으로 비혼부에게 부과하고 아기양육 지원을 위한 복지서비스를 실시한다.

미국은 AFDC(Aid to Families with Dependent Children)라는 프로그램를 통해 비혼모에게 식품, 의료보호, 주거개조 등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해외입양은 초기에 주로 미군을 포함한 연합군과 한국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동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도 한국의 '순혈주의적' 가부장제를 재생산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했다. 한국은 혼혈아동들을 '아버지의 국가'로 돌려보낸다는 미명 하에 내보냈다. 이를 통해 한국은 '단일민족국가'라는 자긍심을 지킬 수 있었고, 엄존하는 인종차별 문제를 '존재하지 않는 일'로 만들었다.
▲ 한 입양기관에서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아동들. ⓒ연합뉴스

해외입양은 소위 개발독재 시대에 가장 '전성기'를 누렸다. 박정희 정권은 1961년 '고아입양특례법'을 제정해 해외입양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했다. 1970년대 중반엔 한 해 5000명이 넘는 아동을 해외로 내보냈다. 해외입양아 수는 전두환 정권 들어 더 늘어나 1986년 아시안게임을 치르기 직전인 1985년엔 8837명으로 그야말로 '호황'을 이뤘다. 이 시기 해외입양은 농업사회에서 근대 산업국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가족계획사업과 마찬가지로 인구를 줄이고, 자기 아이를 키우기 힘든 형편인 비혼모나 극빈층 가정의 아이를 내보내 복지 지출을 대폭 줄이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한국계 입양인 출신으로서 스웨덴의 한국학 학자인 토비아스 후비네트 씨는 '해외입양 : 식민주의와 근대주의 사이'라는 논문에서 "해외입양은 정부에게는 사회복지 비용 지출을 피할 수 있는 편한 도피처였으며, 한국 사회에게는 가부장적, 인종주의적 규범을 지킬 수 있는 잔인한 자기 규율이었다"고 지적했다. 김도현 목사는 이런 의미에서 "해외입양인들은 자신의 생모에게서 버림을 받은 게 아니라 국가로부터 버림을 받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부 "국내입양으로 충분할 때까지 어쩔 수 없이…"

물론 지난 50년간 해외입양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같은 비판은 아이를 떠나보낸 생모나 입양인들이 경험할 고통이나 해외입양을 통해 드러나는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입양이 국가적, 민족적 자긍심을 저해한다'는 민족주의적 시각에 기반한 것이었다. 따라서 일회적인 문제제기로 그칠 뿐 실질적인 해결책 모색에는 이르지 못했다.

한국의 해외입양에 대해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북한이다. 1970년대 초 북한은 한국의 해외입양에 대해 "이윤을 목적으로 서양인들에게 한국 아동을 팔아 넘기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난했었다. 그러자 국내에서도 해외입양에 대한 반대 여론이 일었었다.

이어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올림픽을 전후해서는 서구 언론들이 한국의 해외입양의 실태를 다루면서 올림픽을 유치할 정도로 경제성장한 한국이 여전히 해외입양을 보내는 모순에 대해 주목했었다. 그러자 국내 언론에서도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해외입양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로 인해 한때 정부가 해외입양 중단 정책을 검토해 1996년까지 단계적으로 해외입양을 폐지한다는 목표를 세우게 했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는 1994년 들어 해외입양 폐지 목표를 2015년으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 초 해외입양이 자신의 재임기간 동안 다뤄질 주요 사안 중 하나라고 천명하는 등 해외 입양에 대해 가장 전향적인 시각을 보여줬다. 김 전 대통령은 1998년 10월 해외입양인 23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16만 명의 해외입양인들에게 공식사과하기도 했다. 영부인인 이희호 여사도 해외입양 문제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기존 해외입양제도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노무현 정부 들어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005년 국정감사에서 "앞으로 4-5년 후 해외입양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의 뒤를 이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006년 8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앞으로 10년 안에 해외입양아를 '0'으로 만들겠다"고 말을 바꿨다.

해외입양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아동복지과 관계자의 입장은 더 신중했다. 이 관계자는 7일 "국내입양 활성화를 통해 국외입양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간다는 입장"이라면서 "국민들이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입양단체를 통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꺼번에 확 바뀌리라고 생각은 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015년 폐지한다고 말하기 힘든 게 국외입양을 안 할 경우 그 애들이 다 어디로 갈 것이냐"면서 "고아원 등 시설로 갈 경우 아동의 미래를 봐서 (국외입양에 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궁극적으로 '자기가 낳은 아이를 자기가 키울 수 있는 사회' 되어야

최근 들어 정부도 해외입양의 문제를 인식하면서 대안으로 국내입양을 지원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아 왔다. 올해부터 정부가 국내입양 수수료(220만 원) 전액을 지원해주고, 입양가정에 매달 10만 원의 양육비를 지원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식이 아니라고 입양인들은 얘기한다. 정부가 국내입양을 지원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은 데에는 양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이 소위 '정상가족'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이들은 보고 있다. 현 시점에서 해외입양을 낳는 가장 큰 원인인 비혼모와 그 아이에 대한 차별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것.

입양인들은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법이 '자기가 낳은 아이를 자기가 키울 수 있는 사회'로 가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따라서 비혼모 아동에 대한 지원이 정책의 주안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앞의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경제적 지원'이 있을 경우 40%의 비혼모가 아이를 직접 기르겠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비혼모가 자신의 아이를 직접 기를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이 국내입양 촉진정책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지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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