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관계에도 '봄'이 찾아올까. 지난해 9월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 이후 얼어 붙었던 민주노총과 노동부의 관계가 신임 이석행 위원장의 취임을 계기로 협력 모드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지난 2일 이석행 위원장이 노동부를 방문한 데 이어 14일 오후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서울 영등포의 민주노총 사무실을 방문해 세 시간 가량 민주노총 임원 및 산별대표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현대차 등 완성차 4사의 현안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노사정협의회와 직종별 노사정협의회 구성에 기본적으로 합의했다. 또 전교조의 단체교섭권 보장, 산별교섭의 안착, 노사관계 로드맵 후속조치 등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다만 산별교섭의 제도화, 공무원노조의 단체행동권 부여, 한미 자유무역(FTA) 협상 등에서는 여전히 이견을 드러냈다.
"날씨도 풀렸는데…"에 "이런 자리 정례화하자"로 화답
이상수 장관은 이날 본격적인 간담회에 앞서 "날씨도 풀렸는데 노정관계도 앞으로 원만하게 풀렸으면 한다"고 희망했고 이에 이석행 위원장은 "지난 만남 때는 가뭄 끝에 단비가 왔었는데 오늘 날씨가 따뜻해진 것을 보니 잘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날 만남은 이상수 장관과 이석행 위원장의 첫 회동에서 약속한 것이었다. 민주노총은 이날 △특수고용노동자 보호 △공무원·교수·교사의 노동기본권 보장 △산별교섭의 제도화 △장기투쟁 사업장의 조속한 해결 등을 노동부에 요구했다.
노동부는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의 법제화, 공무원 노조의 단체행동권 보장, 산별교섭의 제도화 등에 대해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함께 노력하겠다"는 수준의 합의는 이뤘다.
노동부는 특히 사용자 단체 구성 등 산별교섭의 토대 마련을 논의하기 위해 노사정 TF를 구성하기로 했고 금속노조 임원과 노동부 장관과의 간담회 등 실무 창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또 교수의 노동기본권 보장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노력해갈 것을 약속했다.
그밖에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이후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의 외주화와 계약해지 등이 일어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노동부는 시행 과정에서 민주노총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전교조의 단체교섭권도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인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4월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이날 만남에서 양측은 한미 FTA에 대해서는 팽팽하게 맞섰다. 이상수 장관은 "FTA는 장기적으로 고용을 확대할 것으로 보이는데 노동계가 반대하는 것은 좀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이석행 위원장은 "설령 일자리가 조금 늘어난다 하더라도 비정규직으로 채워질 것"이라며 "결국 한국이 미국의 한 주로 편입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노총은 최근 노동부뿐 아니라 기획예산처, 건설교통부 등 최근 각 부처 장관들과의 면담을 통해 상시적인 대화채널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정책입안 초기단계부터 민주노총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겠다는 민주노총 새 집행부의 의지의 반영이다.
이석행 위원장은 이날 만남에서 "이런 자리가 정례화돼 정책입안 초기단계부터 노동계와 진지하게 대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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