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7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포항건설노동조합의 고 하중근 씨의 사망이 경찰의 과잉진압에서 비롯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15만 경찰이 살인폭력집단으로 변질되는 사태 바라지 않아"
공대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인권위의 조사결과 발표로 당시 경찰의 살인폭력진압이 명백히 확인됐다"며 지난 7월 16일 포항건설노조 파업 집회 도중 뇌사상태에 빠져 끝내 사망한 고 하중근 씨에 대한 책임자를 가려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당시 포항건설노조 집회 현장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방패를 수평으로 세워 공격하고, 소화기를 던지는 등 과잉 진압했던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으며 이에 따라 과잉진압의 책임이 있는 포항남부경찰서장 징계와 서울경찰청 특수기동대장 경고조치를 경찰청장에 권고했다.
또 인권위는 당시 집회 참석자 중 상당수가 머리에 상처를 입는 등 하 씨와 유사한 피해를 겪었다고 발표해 하중근 씨의 사망 원인이 과잉진압에서 비롯됐을 개연성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공대위는 "시위 진압 과정에서 작년 2명의 농민이 사망한 후 올해 또 노동자 1명이 사망한 것을 보면 이는 우연한 실수에 의한 사망이 아니라 현행 경찰의 시위진압 방식이 살인폭력을 유발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경찰은 국민에 헌신하고 봉사하는 기관이어야 하며 권력자로 군림해선 안된다"며 "믿음직한 경찰, 안전한 나라를 추구하겠다는 15만 대한민국경찰이 살인폭력집단으로 변질되는 사태를 우리는 바라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약자에게 비인격적이고 냉담한 한국 사회의 현주소"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진광수 상임대표는 "건설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태도가 그 사회의 건강지수를 보여준다"며 "고 하중근 씨의 죽음에 대해 비인격적이고 냉담한 정권의 태도는 한국 사회가 얼마나 비상식적인 사회인지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건설노동조합의 김진배 위원장은 "한 노동자가 경찰의 폭력으로 사망했다는 객관적 사실을 인정하는 데만 4달이 넘게 걸렸다"며 "앞으로도 언제 어디서 공권력의 피해를 받을 지 모르는 불특정 다수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의 책임자 처벌은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연맹의 남궁연 위원장은 "누군가가 '잡아라'라고 외친 뒤 병력이 들이닥쳤고 사망사건이 발생했다"며 "물론 살인의도까지는 없었을 지라도 과잉진압과 폭력은 한 명의 노동자를 죽게 했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거듭되는 경찰의 살인폭력진압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진심으로 사죄할 것 △살인진압 경찰책임자를 즉각 파면할 것 △경찰의 살인폭력진압 시스템을 혁파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 대책을 내놓을 것 △경찰은 집회시위 일괄금지조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주장했다.
공대위는 "우리는 이 같은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고 하중근 씨 사망사건에 대한 정부의 조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지난해 11월 시위 도중 고 전용철, 홍덕표 두 농민이 사망했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사과와 동시에 철저한 책임 추궁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책임자에 대한 수사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한번의 수사과정에 대한 발표 없이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농민연합과 유가종 등은 지난 15일 경찰청 앞에서 정부의 대국민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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