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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양심적 국민들이 反FTA 외치고 있다"

反FTA 전국 총궐기대회…20여만 명 참가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주최하는 '노동기본권 쟁취, 사회양극화 해소, 한미 FTA 저지 범국민총궐기 대회'가 22일 오후 전국 13개 주요 도시에서 동시에 개최됐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서 총 20여만 명(전국농민회총연맹 추정)이 집회에 참가한 가운데 오후 6시 경 대부분 지역의 집회는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그러나 각 시·도청에 진입을 시도하던 집회 참가자들은 이를 막으려는 경찰과 충돌해 일부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들은 각 지역에서 오후 7시부터 열리는 촛불문화제에 참가했다.

"헌법 위에서 군림하게 될 한미 FTA 막아내자"
▲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인 총궐기 대회 참가자들 ⓒ프레시안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서울지역 집회는 오후 1시에 열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연가투쟁 집회와 오후 3시에 열린 민주노총의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가했던 이들이 결합한 가운데 오후 4시 30분경 시작됐다. 전교조, 민주노총을 비롯해 각계에서 피켓을 들고 참가한 약 1만5000명의 시민들은 서울광장을 가득 메웠다.

각계를 대표하는 17명의 결의문 낭독의 서문을 연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오늘은 한미 FTA 협상 중단 하나로 온국민이 함께하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운을 뗐다.

단 의원은 "기본적인 노동권마저 빼앗길 노동자들, 우리 농업을 지키겠다는 농민들, 광우병에 걸린 미국산 쇠고기를 우리 아이에게 먹일 수 없다는 부모님들, 그리고 이 땅의 양심적인 모든 국민들이 총궐기 대회를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청각미디어공동대책위원회의 신학림 공동대표는 "<KBS 스페셜>, 보도국 기자들이 만든 KBS '쌈', MBC <PD수첩>과 'W' 등을 통해 이제 우리 국민들은 한미 FTA의 실상과 본질을 알게 됐다"며 "노무현 정부는 한미 FTA의 실상이 국민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대책위원회의 최인순 공동집행위원장은 "한미 FTA가 체결된다면 한국의 약값은 1년에 1조 원 이상 올라 4인 가구당 최소 연 8만 원 이상의 추가지출이 예상된다. 우리는 우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한미 fTA를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수학술단체공동대책위원회의 김세균 공동대표는 무대에 올라 이렇게 밝혔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23조 1항과 2항은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지에 적합해야 하며, 공공의 필요에 의해 재산권을 수용하고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가 체결되면 외국인 투자자의 권리와 자유는 아무런 법적 제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한미 FTA는 국민의 기본권과 행복권을 보호하고 공공복지와 공공의 필요에 의해 재산권의 행사에 제한을 가할 권리를 인정하는 대한민국 헌법을 무력화시킬 것이다. 우리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헌법 위의 새로운 헌법으로 군림하게 될 한미 FTA의 체결을 온국민의 힘으로 저지하자."

"눈을 들어 세상을 보라"
▲ 한미 FTA 반대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는 각계 대표 17인 ⓒ프레시안

또한 이날 서울 지역 집회에는 한미 FTA 및 이라크 파병,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지난 19일 한국을 찾은 '전쟁과 신자유주의 반대 재미협의회' 회원 및 신디 시핸 등 미국의 평화운동가 18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무대에 올라 "조지 부시는 지구를 떠나라"라는 구호를 여러 번 외쳐 집회 참가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뒤이어 진행된 퍼포먼스에서는 약 200명의 집회 참가자들이 광우병에 걸린 소를 표현한 커다란 피켓을 향해 계란을 던져 한미 FTA 및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항의 의사를 표시했다.

이날 집회는 봉준호 영화감독이 FTA 범국본의 결의문을 낭독하며 막을 내렸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연내 타결을 공언했던 협상은 이미 기약할 수 없는 길로 접어들었고, 한미 FTA협상에 반대하는 투쟁은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전국 곳곳으로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다"며 "한미 FTA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지지와 공감을 얻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눈을 들어 세상을 보라. 여성, 교사, 지식인, 영화인, 방송인, 주부 등 각계각층의 시민들 또한 정부의 허위 주장과 미국의 강도적인 압력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집회를 마친 서울 지역 참가자들은 촛불을 켜들고 을지로입구를 거쳐 청계광장으로 행진했다. 이들은 오후 10시까지 촛불문화제를 통해 한미 FTA에 반대하는 의견을 개진할 계획이다.

전국 시·도청 주변에서 집회 참가자와 경찰 충돌
▲ 한미FTA저지 범국민총궐기대회가 22일 전국적으로 열린 가운데 제주도민운동본부가 마련한 제주도민궐기대회가 이날 오후 제주도청 앞 도로에서 열려 농민들이 감귤을 도청 광장으로 던지며 한미FTA협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 뉴시스

한편 전국 각 지역별로 개최한 집회에서는 시·도청 청사로 진입을 시도한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 간의 크고 작은 충돌이 이어졌다.

대전·충남지역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6시 30분 경 충남지방경찰청과 충남도청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100m에 이르는 담장 울타리에 심어진 향나무 등을 불태워 경찰과 소방대가 진화에 나섰다.

광주·전남지역 집회 참가자들은 광주시청 진입을 시도했으며 전.의경들은 곤봉과 방패를 휘두르고 소방차 물대포와 소화기 등을 뿌리며 이들의 진입을 저지했다.

이에 대해 참가자들은 깡통에 불을 붙여 투척하기도 했으며 경찰은 전자충격기까지 사용하는 등 양측간의 격렬한 충돌이 이어졌다.

강원도 지역 참가자들도 강원도청의 정문을 뜯고 진입을 시도하는 가운데 경찰과 대치해 일부 참가자들이 다리가 부러지는 등 부상을 입었다.

인터넷 매체 <민중의 소리>는 "경북지역에서 집회에 참가한 농민 한 명이 경찰과의 몸싸움 도중 머리를 크게 다쳐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있다"고 보도했다.

FTA 범국본은 오는 29일과 5차 협상기간 도중인 12월 6일에도 전국 각 도시에서 범국민총궐기 대회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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