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1일 민주노총을 제외한 노사정 대표단체들이 합의해 입법예고한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이 국회 논의에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7일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준)가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노동부를 비롯해 한국노총, 경영자총협회 등 합의주체들은 "합의가 어렵다는 노동관계법이 노사정 합의를 통해 단일안을 만들어낸 것을 역사상 처음"이라며 이 안을 국회에서 존중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토론자로 참석한 주요3당 의원들은 상이한 입장을 보였다.
이 때문에 노사관계 로드맵이 지난 2004년부터 3년 째 국회에서 표류 중인 비정규 법안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결사 반대"…"참고는 하겠다"…"존중할 수밖에 없지만…"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기계산업진흥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노사관계 선진화 입법의 올바른 방향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로드맵 합의에서 제외된 민주노총이나 "비정규직·여성 노동자들이 이번 합의로 더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주장한 전국여성노조의 싸늘함은 예상된 것이었다.
토론자로 나온 국회의원들 역시 노사관계 로드맵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민주노동당의 단병호 의원은 "이번 합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나라당 배일도 의원도 "이번 합의안에 대해 존중해달라고 하는데 존중이 아니라 참고하겠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수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배일도 의원은 "입법제출권은 국회의원 개개인과 정부에 있지만 개정의 권한은 엄연히 국회에 있는 것"이라며 "경총이 대한민국 기업을 대표하는 조직도 아니고 미조직 노동자가 89%에 달하는 현실에서 한국노총이 노동자를 대표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배 의원은 "노동조합의 노동관계조정법 부칙에 보면 노동부 장관은 올해 12월 31일까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강구해야 한다고 돼 있다"며 "이 때까지 정부가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방안을 내놓지도 않고 유예시켜 버리면 안 된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의 우원식 의원은 "이미 로드맵이 국회로 넘어온 만큼 여러 쟁점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기는 적절치 않다"며 "노동관계법은 완벽히 모든 것을 얻지 않은 곳에서는 늘 불만이 나오기 마련인데 야합으로만 몰아갈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우 의원은 "그런 점에서 원론만 얘기할 수는 없고 이번 합의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노사관계 제도 선진화 연구위원회에서 만든 방안도 함께 논의할 것이며 다만 미조직 노동자들에게까지 단체협상의 효력이 확장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합의안 한 부분이라도 바뀌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갈 것"
이같은 의원들의 의견에 대해 김종각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우려를 표시했다. 김 본부장은 "이번 로드맵은 전체 틀 속에서 합의가 유지되는 것"이라며 "법 개정 과정에서 어느 한 부분이 바뀌거나 변경되면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의 노사 각각에게 불만은 있지만 서로 주고 받는 과정에서 최종 완성된 그림이 틀어질 경우 합의 자체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재계에 조금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에서 국회가 변경을 시도할 경우 재계의 반발이 예상되고 반대 상황에서는 노동계 역시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국회 논의 과정이 어려운 '줄타기 게임'이 될 것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단병호 의원은 "그 얘기는 국회에 대한 협박"이라며 "밖에서 합의해 오면 무조건 다 수용해야 한다면 국회는 해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올해 안으로 로드맵이 통과되지 않으면 아무런 준비 없이 내년부터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이 금지되고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시대를 맞게 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더욱이 민주노총은 이번 합의를 '야합'이라고 비난하며 11월 대규모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의원들까지 로드맵의 수정 가능성을 내비쳐 정부와 한국노총, 재계가 강행한 노사관계 로드맵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어떤 우여곡절을 겪게 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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