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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정규직의 양보' 운운할 자격 있나"

영세사업장 비정규노동자들 "근기법 적용 반대 철회하라"

"10명 가운데 7명의 노동자가 50인 미만의 소규모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면서 일상적인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이 전체 노동자의 20%가 넘는 5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법적 보호 장치인 근로기준법으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오늘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소규모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찾았다. 5인 미만의 사업장, 즉 소규모로 운영되는 영세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확대적용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재계가 반대를 선언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전경련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소규모 영세 사업장 노동의 문제는 단지 당사자의 처절한 삶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날로 심각해지는 사회 양극화의 핵심"이라며 "뒤늦게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방침을 밝혔지만 아직 그 적용범위와 적용시기도 불확실한 실정이며 더욱 가관인 것은 '비정규직을 위해 정규직의 양보 운운하던' 재계가 이에 즉각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청업체 통해 이윤 얻는 대기업, '정규직의 양보' 운운할 자격 없다"
  
  영세사업장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노동조합 모임과 전국여성노조, 서울 경인.공공서비스노조 등이 함께 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재계의 이같은 '겉과 속이 다른 태도'를 꼬집었다.
  
  비정규직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사회 일각에서는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수 차례 강조한 바 있는 이같은 주장은 노동계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 촉구에 대해 재계가 내놓는 단골 메뉴로 이용됐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재계의 이같은 논리가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비정규직 법안 관련 후속대책으로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하려 하자 전경련 등 재계는 "정부 방침대로라면 경영위기가 심화되고 창업의욕이 크게 위축될 것이며 260만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법준수 능력 및 지불여력을 고려하지 않은 근기법 확대는 이들을 사실상 범법자로 내모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영세 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해 11개 단체들이 영세사업장 밀집지역인 서울 성수동 일대의 노동자와 사업주, 실업자 등을 상대로 벌인 실태조사 보고서를 인용하며 "영세사업장이 겪는 경영상의 어려움은 인건비보다는 금융과 원자재 가격 상승을 제외하면 불안정한 대금회수와 납품단가 문제"라고 반박했다.
  
  '불안정한 대금회수와 납품단가'의 문제는 영세사업장이 대개 대기업과의 하도급 계약을 통해 물건을 납품하면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결국 대기업들의 연합체인 전경련과 같은 '재계'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는 자신의 책임을 소규모 영세 사업장 노동자에게 전가하며 5인 미만 사업장의 근기법 확대적용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경련, 원청으로서의 기본적인 책임이나 외면하지 말라"
  
  일반적으로 영세 사업장이 대기업과의 원하청 하도급 관계를 맺음으로써 수입을 얻고 있는 것은 노사관계에서도 또 하나의 고질적인 문제를 유발한다.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에 대한 논란이 그것이다.
  
  원청회사가 사용자성을 부인하면서 하청업체와 그 소속 노동자 간의 노사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장기화되는 사례는 너무나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여름 300여 일 동안 파업을 벌였던 포항 건설노조가 그 과정에서 포스코 본사를 점거했던 것도 포스코가 포항 지역 대부분의 건설사업의 원청이었던 까닭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롯데호텔 룸메이드 노동자들과 서울·경인지역 공공서비스노동조합 소속 노동자들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롯데호텔 객실을 청소하는 룸메이드 노동자의 경우 지난 2003년부터 호텔측이 룸메이드 업무를 외주위탁하면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됐다. 이들의 하루 일과는 여전히 호텔로 출근해 호텔 투숙객을 위해 객실을 청소하는 것이었지만 최근 호텔측은 위탁업체 변경 과정에서 100% 고용승계를 보장해줄 수 없다고 공공연히 주장해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롯데호텔 룸메이드 노동자들은 고용승계를 보장하라며 1인 시위와 매주 촛불문화제 등을 열고 있지만 다음달이면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현 용역업체는 '우리의 권한 밖의 일'이라며, 호텔측은 '법적으로 우리와 아무 관계 없는 일'이라며 모두 이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이런 일은 대우증권(주) 사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일어났다. 올해 8월 대우증권(주)이 사옥의 시설관리업무 위탁업체를 변경하면서 고용불안으로 걱정하는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우증권측은 이행합의서 체결을 통해 "용역업체 변경에 따른 고용승계와 임금 및 노동조건 유지를 위해 향후 성실히 교섭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득이 있으면 책임도 있어야 하는 것'이 상식임에도 재계는 이윤만 챙기고 원청 사용자의 책임은 철저하게 부인하고 있다"며 "도급 단가를 이유로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해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하청업체의 논리인 상황에서 원청 사용자가 그 책임을 지는 것만이 용역도급 노동자의 생존권과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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