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4.24 재보선 3개 지역중 어느 지역보다 ‘혼탁’과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지목한 경기도 의정부시 보궐선거. 각 후보가 격렬한 설전을 벌이고 중앙언론도 잇따라 후보들의 행보를 취재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이를 지켜봐야 할 유권자들은 냉담을 넘어 아예 선거 자체에 무관심이 극에 달한듯한 썰렁한 ‘그들만의 리그’로 흐르고 있었다.
선거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학원재벌간 싸움’, ‘토호들의 자존심 대결’이라는 언론의 조소(?)속에 시작된 이 지역 선거는 예상대로 5명의 후보들 가운데 한나라당의 홍문종 후보와 민주당 강성종 후보의 2강 구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17일 오전 북 의정부역 부근에 서 있던 택시기사는 “강, 홍 두 사람이 나온 것은 알지만 나머지 후보는 누군지도 잘 모른다”며 “후보가 넷인 줄 알았는데, 무소속도 하나 있었냐?”고 반문했다.
***한나라당 홍문종, "야당에서 뛰고있는 내가 철새냐"**
‘1강 구도’로 일찌감치 당선을 호언하던 한나라당 홍문종 후보는 “지금은 우열을 가늠하기 어렵고 2강 구도가 된 것을 인정한다”며 민주당 강 후보와의 1위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음을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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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후보는 그러나 강 후보가 개혁당의 허인규 후보와 ‘교통정리’도 하지 못한 사실을 지적하며 “누가 노 대통령의 적자인지 친자확인부터 받고 오라”며 꼬집었다.
지역의 호남표심에 대해서는“호남출신 유권자들이 아직도 ‘노’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으나 식자층을 중심으로 ‘특검제’와 ‘역차별’로 인한 변화를 보이며 ‘경고’의 뜻으로 우리를 돕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 50일’에 대해서는 “바둑으로 치면 포석을 두는 건데 ‘나라종금’과 ‘장관행태’로 볼 때 노대통령은 이번 선거결과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이번에 당선이 되면 정개개편이나 정치개혁을 위해 정치권에서 이전보다 좀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후보는 타 후보들이 자신의 약점으로 지적한 ‘철새 정치인’ 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당시 ‘함정’에 의해 당을 옮겼다고 생각한다”며 “철새는 따뜻한 곳으로 가는데 지금 야당으로 뛰고 있는 내가 철새라고 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원래 한나라당이었으나 1999년 국민회의로 옮겼다가 2000년 총선때 다시 한나라당으로 옮긴 전력을 갖고 있다.
의정부선거의 ‘혼탁’ 논란에 대해서는 “그런 일은 여당이 꾸미지, 힘없는 야당이 무엇을 하겠느냐”고 부인했다.
***민주당 강성종, "돈많은 2세로 매도하는 것은 억울"**
민주당 강성종 후보는 ‘2강구도’를 일궈낸 사실에 무척 고무되어 있었으나 한나라당 홍 후보뿐 아니라 개혁당 허인규 후보까지 자신을 ‘문희상의 적자’일 뿐이라고 공격하는 대목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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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후보는 “노 대통령이 어느 당 당원으로 당선이 됐고 현재 어느 당의 당원인지를 생각하면 될 것”이라며 “우린 ‘한 가족’이라고 여겨 개혁당의 공격에는 일체 답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괜히 나서다가 자칫 엉뚱한 인물이 당선돼 노 대통령의 개혁을 약화시키는 일이 없도록 (개혁당이) 알아서 좀 자제하기 바란다”고 개혁당을 비판했다.
강 후보는 호남출신 유권자들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지난 총선때 문 실장을 밀었고 지난 대선때 노 대통령을 지지한 힘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며 “어떤 흔들림도 없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취임후 행보에 대해서는 “너무나 당당하고 멋있지 않느냐”며 “당선된 후 개혁을 끝까지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기북부의 난개발이 노 대통령의 남북관계 화해 노력에 힘입어 잘 풀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후보는 “타후보들이 나를 재산만 물려받은 ‘돈 많은 2세’로 취급하고 ‘노 대통령의 개혁정신과도 거리가 멀다’고 매도하는 것은 인정하기 힘들다”며 “사고단체로 꼽히던 경기도 축구협회를 우수단체로 재조직한 점과 기업경영에서 구조혁신을 이룬 점 등을 봐 달라”고 주문했다.
***개혁당 허인규, "내가 노무현의 적자"**
‘2강’으로 분류되는 두 후보의 1위 다툼보다 ‘처절한 전투’를 벌이는 것은 상징적인 ‘제3당’ 위치를 놓고 대결을 하고 있는 개혁당과 민주노동당의 육박전이다.
개혁당 허인규 후보는 자신이 '노무현의 적자'임을 강조하며 “2강구도를 깨고 대역전을 이룰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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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후보는 후보 단일화 문제를 놓고 막판까지 신경전을 벌었던 민주당의 강성종 후보에 대해“강 후보는 문희상 비서실장이 물려준 조직과 돈으로 선거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역 케이블의 토론회와 합동연설에서 유권자들이 그의 실체를 알았다”며 “민주당에서도 강 후보가 걱정거리라는 점은 프레시안도 기사화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허 후보는 자신과 민주노동당 목영대 후보와의 싸움에 대해서는 “우린 라이벌도 아니다”라고 단언하며 “2강 구도를 뒤집으며 끼어들 내 모습을 주목하라”고 말했다. 그는 "대안이 없어 민노당을 찍었던 젊은이들이 나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역의 ‘호남표심’이 민주당에 아직 애정을 가지고 있으나 그 가운데 어느 정도는 자신에게 올 것이라고 예상한 허후보는 노 대통령에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아직 흔들 때가 아니다”라며 “국회에 들어가면 (노 대통령)개혁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당 목영대, "참여정부는 일부의 참여만 있는 정부"**
민주노동당의 목영대 후보는 다른 세 후보를 ‘구태의연한 보수정치가’라고 싸잡아 비판하며 한나라, 민주당 뿐 아니라 개혁당에도 공격의 화살을 늦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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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당의 허 후보가 자신을 '우린 라이벌도 아니다'라고 평한 것에 대한 목 후보는 “개혁당은 이번 선거로 의정부에서 존립이 힘들어 질 것”이라며 “개혁당이 그 태생에서부터 ‘민주당 개혁’이라는 목표와 한계를 갖고 탄생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특히 허 후보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박근혜의원이 만든 당에서 의정부 시장후보 선거사무장을 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라며 “개혁당이 그런 분을 ‘노무현의 적자’로 본다면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목 후보는 지역 호남표의 이반 가능성에 대해 “냉정한 시각으로 볼 때 어느 정도의 움직임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하며 “민주당을 나온 표가 일정 부분 나와 허 후보로 갈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노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다수의 서민과 노동자를 배제한 ‘일부의 참여’만 있는 정부”라고 주장하고 “거기에 대한 불만과 우려를 표로 모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목 후보는 “내가 국회의원이 된다면 그 자체가 한국정치사의 혁명임을 유권자에게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의정부에서는 무소속으로 신동명 후보가 뛰고 있다.
***"선관위에서 유인물이 왔기에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보냈다"**
현장에 만난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을 넘어서 취재를 위한 인터뷰가 힘들 정도로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자영업을 한다는 구자록(51)씨는 의정부 신시가지에 각 후보들이 걸어놓은 플래카드를 가리키며 “저런 인물들이 그나마 우리 지역에서 그래도 제일 유능하고 능력도 있는 인물들로 꼽힌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며 고개를 저었다.
가정주부 김은정(29)씨는 “누가 나왔는지 알고 싶지도 않다”고 짧게 답하고 “이곳은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고 토박이가 적어 서울과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택시기사 조상필씨(63)는 “선관위에서 유인물이 왔기에 바로 쓰레기통으로 보냈다”며 “2강이라는 두 후보나 문 실장, 그전 의원했던 분들이 모두 의정부를 ‘혼탁선거의 본고장’으로 만든 장본인들”이라며 “강, 홍 두 사람 외에 나머지 후보는 ‘번외경기’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에서 만난 50대 공무원은 “우리처럼 나이든 사람이야 아무래도 안정적인 여당을 원하는 것 아니냐”며 “거기에 지난 대선때 ‘노풍’이 합쳐지면 아무래도 강 후보가 좀 더 유리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옆에 있던 다른 공무원은 “정치는 몰라서 말을 못 하겠다”며 의견을 말하길 꺼리다가 “지금 홍 후보 조직도 만만치 않은 것 같고 강 후보가 지역에서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홍 후보의 우세를 점쳤다.
이들은 24일 선거날 투표를 할 지 여부를 묻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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