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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노동자성 판단' 빠진 '특수고용 대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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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부, '노동자성 판단' 빠진 '특수고용 대책' 발표

산재법과 경제법 적용키로…노동계 "오히려 후퇴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보험설계사와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 교사, 레미콘 기사 등 4개 직군의 특수고용노동자들도 산재보험 적용을 받으며, 공정거래법·약관법·보험업법 등에 의해 사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다.
  
  정부는 25일 국정현안 조정회의에서 재경부, 산자부, 공정위 등 관련부처로 구성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대책추진위원회(위원장 이상수 노동부 장관)'에서 마련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 대책을 심의·확정했다.
  
  하지만 정부는 노동계가 일관되게 주장해 온 노동자성 인정을 비롯한 노동3권의 보장은 노사간 견해차가 크다는 이유로 이번 1차 대책에는 포함하지 않고 연내에 다시 논의키로 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노동자성 인정 여부가 특수고용노동자 보호의 핵심"이라면서 "이번 대책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해주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스스로 파기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산재법 적용하되 보험금은 반씩 부담…약관법 등 경제법 적용
  
  노동부 등 관련부처와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특수고용노동자는 보험설계사 19만5000명, 골프장 경기보조원 1만4000명, 학습지 교사 10만 명, 레미콘기사 2만3000명, 화물기사 35만 명, 덤프기사 5만 명, 대리운전 기사 8만3000명, 퀵서비스 배달원 10만 명 등 총 91만5000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대리운전 기사와 퀵서비스 배달원은 관련법규가 없어 이번 대책에서 제외됐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그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왔다.
  
  그러나 이번 발표한 정부 대책에 따라 보험설계사 등 4개 직군과 대통령령이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자를 대상으로 특례적용 방식을 통해 내년부터 산재보험이 적용된다. 이중 사용자 종속성이 상대적으로 강하고 작업장소가 회사에 의해 구체적으로 관리되는 골프장 경기보조원은 사용자가 보험료를 전액 부담하고 나머지 3개 직군은 사용자와 특수고용 노동자가 보험료를 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또 정부는 이들 4개 직군에 대해 공정거래법과 약관법을 적용해 부당한 계약해지, 출근 강제, 구입 강제 등 불공정거래행위와 계약해지시 손해배상청구나 일방적 계약해지 등 불공정약관에 대해 처벌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키로 했다. 보험설계사의 경우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자기계약 강요, 부당한 목표 요구 및 불이행시 계약해지 등에 대해서도 지도 점검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이상수 "노동자성 인정 둘러싼 대립은 '올 오어 낫싱' 게임"
  
  또 그간 문제가 돼 온 골프장 경기보조원에 대한 성희롱 문제와 관련해, 정부는 사업주가 실시하는 성희롱예방교육에 특수고용노동자들을 참여시켜 예방기능을 강화하고, '골프장 이용자 에티켓' 등 안내책자를 제작해 고객에게 보급함으로써 행정지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공급과잉으로 수익이 낮아져 고통 받고 있는 화물·덤프·레미콘 기사들을 위해 화물의 경우 내년까지 신규허가를 금지하고 덤프 트럭은 허가제로 전환하고 2008년까지 허가를 금지하는 방안 등을 통해 수급을 조절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는 가급적이면 이번 대책을 연내에 추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보험업법이나 산재보험법과 같이 입법절차가 필요한 대책은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 노동법적 보호방안과 관련해서 정부는 다음달 15일 이내에 공청회를 개최해 학계, 전문가, 노사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외국사례 등을 참조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 여부와 관련한 노동계와 경영계의 팽팽한 대립에 대해 "양측의 주장은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 게임"이라며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겠지만 결론이 모아지지 않는다면 연내로 정부 입장대로 확정짓겠다"고 말했다.
  
  노동계 "노무현 대통령, 대선공약 스스로 파기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진정한 보호대책은 '노동자성 인정'에 있다"며 "지난 6년간 공염불 약속만 남발하는 정부로 인해 좌절됐던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남은 희망마저 오늘 발표로 송두리째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보호대책 중 그나마 진전된 안으로 제출된 산재보험 적용방안도 보험설계사 등 4개 직군만 명시하고 나머지 노동자들을 배제하고 있다"며 "그나마 골프장 캐디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직군의 경우 노동자에게 보험료의 50%를 부담시킴으로써 오히려 지난 2003년보다 후퇴된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박대규 특수고용노동자대책위 위원장도 "산재보험 적용 등 이번 대책안은 껍데기만 잘 포장한 사탕발림"이라며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해주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정부 스스로 파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정부는 노동자성 인정 여부를 추후에 논의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경제법적 적용을 우선적으로 발표해 버린 뒤에 어떻게 노동관계법 적용 논의가 대등하게 이뤄지겠느냐"고 정부의 계획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의 이번 특고 대책과 관련해 화물, 레미콘, 덤프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새달 12일 1만 여 명이 참여하는 상경 총파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민주노총도 민주노동당을 통해 특수고용노동자 보호법안의 국회 독자입법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정부 발표 이후에도 상당기간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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