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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비판하면 '진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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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비판하면 '진보'인가"

[인터뷰] 11월 총파업 앞둔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

11월 15일 민주노총이 '대규모 총파업'을 앞두고 있다. 11월 총파업의 승리를 위해 조준호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은 "조직의 명운을 걸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최근 조준호 위원장은 "총파업 승리를 위해 차기 집행부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까지 선언했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을 걸겠다는 것이다.

"승리하면 현장으로, 패배하면 감옥으로 가겠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과 비정규 법안 등 총파업의 핵심 요구사항이 사실상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크게 다가오는 것은 아닌 까닭이다.

게다가 각 정파가 분립하고 있는 작금의 내부 상황과 대중의 호응도 역시 총파업에 호조건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조합원들이 조 위원장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나설 수 있을까.
▲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 ⓒ프레시안

지난 1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조준호 위원장은 "총파업에서 승리하면 그 성과는 조합원들에게 돌려주고 현장으로 돌아가고 패배할 경우 자신의 법적·물리적 책임을 모두 지겠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은 분명 있지만 위원장이 이렇게까지 얘기하는 데 총파업이 안 되겠느냐"며 '희망'을 얘기했다.

조 위원장은 할 말이 무척이나 많았다. 총파업을 위해 현장을 돌고 있는 조 위원장은 "아직 민주노총의 무능함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며 "끝까지 지켜봐달라"고 부탁했다. 지도부가 무능력하다는, 조직 안팎에서 쏟아지는 곱지 않은 시선이 비수처럼 그의 가슴에 꽂히는 듯 했다.

민주노총의 정치적·사회적 위상과 이를 뒷받침할 역량, 그리고 조직운영 등 어느 것 하나 호평을 받는 대목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엔 몇 차례 대의원대회의 무산, 노사관계 로드맵 합의에서 배제된 점 등이 그런 비판적 시각에 불을 질렀다.

"잘 지내게 생겼습니까?"

조 위원장은 이같은 상황과 시선들이 꽤나 불편한 듯 했다. 인터뷰 시간과 장소를 확인하고자 건 전화통화에서 조준호 위원장은 "잘 지내셨냐?"는 질문에 "잘 지내게 생겼습니까?"라고 되물어왔다.

인터뷰 당일에도 조 위원장은 인터뷰시 당연한 사진촬영을 하려 하자 겸연쩍어 하며 "양복 입은 사진이 나가면 또 '위원장이 맛이 갔다'고 할텐데…"라고 했다. 절반쯤 농담이긴 했지만 11월 총파업을 앞둔 그의 '불편함과 조심스러움'이 여실히 묻어났다.

조 위원장은 최근 민주노총에 쏟아지는 일련의 비판들이 억울한 것처럼 보였다. "언론이나 지식인들은 민주노총을 비판하면 진보세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까지 얘기했다. 민주노총을 둘러싼 여러 말들은 그 본질보다 과장돼 덧씌워진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비롯됐다는 것이었다.

민주노총이 최근 잇따르는 지도부에 대한 체포·구속의 '탄압'과 민주노총에 대한 여러 가지 '비판'을 뚫고 1987년 노동자대투쟁, 1997~98년 총파업에 이은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다음은 11월 총파업을 앞둔 조 위원장의 기대와 항변, 의지와 호소가 고스란히 담긴 인터뷰 전문이다.

"잇딴 지도부 체포, 총파업 무력화 시도로 보인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허영구 부위원장이 13일 갑자기 체포됐다. 이날 저녁 혐의 불충분으로 풀려나긴 했지만 최근 민주노총 부위원장들의 수난시대인 듯하다.

조준호 : 민주노총이 생긴 이래 10년 동안 이런 식으로 지도부를 체포·구속한 건 처음이다. 최고 지도부에 대한 구속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민주노총 조합원 구속자 수도 많고 형량도 과거에 비해 상당히 무겁다.

현장에서의 탄압이나 정부와 자본의 밀착 정도가 위험수위를 넘었다고 본다. 하중근 열사 사건만 하더라도 단적인 예다. 평화적인 시위 도중에 한 사람이 목숨을 잃은 것은 군사정권 때라 해도 나라가 뒤집힐 일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일들은 기본적으로 이 정부의 노동운동에 대한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에 대해서도 소환장이 9차례나 나왔다. 그 이유도 별 것 아니고 집회에서 연설한 내용 등을 문제 삼은 것이다. 소환장을 차곡차곡 쌓아서 정부가 총파업 이전에 위원장까지 갑자기 잡아들여 총파업 자체를 무력화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민주노총 때리기'가 '지식인의 스포츠' 됐다"

프레시안 : 과거 정권에 비해 노무현 정권 들어와서 민주노총이나 노동자에 대한 탄압이 심해진 것은 정권 자체의 인식의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민주노총의 힘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반증 아닌가?

조준호 : 민주노총의 힘이 약해졌다기보다는 최근 본질보다 과장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사실 대공장 중심의 정책을 편 적이 없다. 오히려 비정규직·실업자·저소득층 등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정책이 기본정책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민주노총을 두고 이기적인 조직이라고 한다.

언론이나 지식인들이 때로는 잘 모르면서, 때로는 알면서도 왜곡시켜서 얘기한다. 방송사 기자들과 만나서 얘기해보니 민주노총 때리기가 지식인임을 확인하는 경향까지 있다고 시인하더라. 민주노총 때리기가 '지식인의 스포츠'가 돼 민주노총을 비판하면 진보적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과연 민주노총이 사회악인가? 민주노총의 힘이 약화돼 소멸되면 누가 민주노총을 대신할 수 있는가? 80만 조합원을 가진 대형 조직에서 일부 도덕성 시비가 드러나지 않는 조직이 과연 있는가? 일부를 가지고 전부라고 얘기해서는 안 된다.

프레시안 : 민주노총이 대외적으로 지향하는 정책과 실제로 그것이 얼마나 힘을 갖느냐는 것은 다른 문제다. 최근 포항 건설노조나 KTX 여승무원들의 싸움 등을 보면 비정규직이 체감하는 고통과 노동운동 지도부의 고민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조준호 : 비정규직의 고통을 민주노총 지도부가 못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정규직 노조로 구성된 민주노총에서 모든 회의안건의 1번은 비정규직 문제였고 전국적인 투쟁에서도 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을 받아 안아서 싸웠다.

오히려 문제는 그 정도의 싸움을 하면 과거에는 정부나 여론의 변화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민주노총의 힘은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예측가능한 사람…왜 나보고 무능력하다고 하나"

▲ ⓒ프레시안

프레시안
: 민주노총에 대한 이런저런 말들이 본질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는 말인가?

조준호 : 나는 당선 직후부터 "교섭과 투쟁을 병행하겠다"고 얘기했고 정말 성실하게 교섭을 해 왔다. 최저임금 위원회, 노사정대표자회의뿐 아니라 한국노총이 박차고 나갔던 국제노동기구(ILO) 아태총회에서도 민주노총은 끝까지 마무리를 했다. 그렇게 하니까 예전에는 "민주노총은 깽판 조직"이라고 얘기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민주노총은 무력하다"고 비판하더라.

이상수 장관도 나에게 "민주노총은 예측가능한 조직"이라고 했지만 나는 정말 언제나 말한 대로 해 왔다. 협상에 참가하겠다고 해서 들어간 것을 두고 "무기력하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오히려 "무기력하다"는 것은 교섭하겠다고 해놓고 교섭을 못해 투쟁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 우리는 끝까지 성실하게 했지만 정부가 협상 테이블을 무시하고 딴 방에 모여서 얘기해 놓고 합의했다고 말하고 있다. 최선을 다했지만 정부가 판을 깼다.

민주노총 내부만 하더라도 그렇다. 정말 내가 협상 과정에서 무능력했다면 내부에서 진작에 여러 말들이 나왔을 것이지만 아무도 그런 얘기 하지 않는다. 현 집행부가 들어선 이후에 회의도 상당히 안정화됐고 예전처럼 육두문자가 난무하는 갈등상황도 없다. 무력하다는 비판에 대의원대회 무산도 들어 있는 것 같은데 선거 끝나고 나면 매해 두 번 정도는 무산된다.

"민주노총이 참여 안했다면 더 개악됐을 텐데 협상력 없다니…"

프레시안 : 이 참에 로드맵 얘기를 좀 해보는 것이 좋겠다. 9월 11일 로드맵 합의 이후 한국노총이 야합했다는 말도 있지만 민주노총의 협상력 부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그만큼 높다.

조준호 : 협상력 운운에 대해서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잘 알 수 있다. 정부가 처음에 던진 로드맵은 말만 '선진화 방안'이었지 사실상 '후진화 방안'이었다. 우리가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가하면서 첫 번째 목표는 그 후진화 방안을 막는 데 있었다. 두 번째 목표는 '노사관계 민주화 방안'인 8대 요구를 쟁점화 시키는 것이었다.

첫 번째 목표는 우리가 대표자회의에 들어감으로써 상당 부분 막아냈다. 민주노총이 참여 안 했더라면 더 개악된 안이 국회로 넘어갔을 것이다. 또 8대 요구안도 결과적으로 타결은 안됐지만 분명히 쟁점화 됐다.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3년 유예하기로 한 것도 민주노총이 협상에서 계속 반대했기 때문에 나머지가 '야합'을 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정당성을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력 부재라고 할 수 있는가?

9월 11일 이후 그 중요한 시기에 위원장이 왜 미국에 갔느냐도 중요한 비판 지점이었다. 그런 비판은 충분히 감수하지만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고 상황이 변할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또 미국에 가기 전에 장관을 만나서 둘 사이의 이견을 확인했다. 당시 장관은 노동부의 독자입법 추진을 얘기했고 그렇다면 판은 이미 깨진 것으로 보고 3개월 전부터 준비한 한미 FTA 관련 출장을 간 것이다.

오히려 민주노총의 무능력함을 얘기하는 것은 이제부터의 상황을 두고 얘기해야 한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독자입법안도 던지고 외부 압력을 통해 상황을 바꿔낼 수 있다.

"직선제 좌절, 일부 대의원들 사이에 무력화시킬 의도 있었다"

프레시안 : 결국 11월 총파업의 성패 여부가 중요하다는 얘기인데, 총파업과 관련해 현장순회를 다녀보면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조준호 : 로드맵의 심각성이나 비정규직 법안의 문제점, 한미 FTA, 산재법 개정 등과 관련해 조합원들이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투쟁의 준비가 돼 있느냐고 하면 잘 안 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분위기가 잘 안 뜨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전체의 절박성만큼이나 지도부의 결단이 있는가도 중요한 원인이다.

그런 고민들 때문에 추석 때 다음 차기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사실 나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집행부로 당선됐을 당시 여러 과제들 가운데 '내부 혁신'과 '세상을 바꾸는 투쟁'의 두 가지를 꼭 하고 싶었다.

그런데 내부 혁신은 부분적으로 실패했다. 지난 대의원대회에서 직선제가 사실상 부결됐다. 여기는 조합원의 요구과 대의원들의 고민의 수준이 차이가 나서 그런 것 같다. 정말 직선제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고 그 때문에 절묘하게 처리가 안 된 것이다.

나는 "어렵지만 한 번 해보자"고 얘기했지만 내가 직선제를 받아들이니 오히려 슬금슬금 빠져나가서 처리가 안 됐다. 수정동의안을 제출하면 유회된다고 분명히 말을 했는데 수정동의안을 제출했다. 이는 그 표현이 대의원까지 직선제로 선출하자는 '직선제 강화'였을 뿐 그 의도는 '직선제 무력화'였던 것이다. 어쨌든 내부 혁신은 이번 집행부에서는 어렵게 됐다.

이제 '세상을 바꾸는 투쟁'이라고 얘기했던 두 번째 과제만 남았다. 개인적으로야 내부 혁신까지 마무리하고 싶은 욕심도 있고 임기도 짧았지만 이 두 가지를 다 할 수는 없겠다고 판단해서 차기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총파업, 끝까지 지켜보면 알 수 있을 것"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총파업 승리에 매진한다는 차원에서 차기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조준호 : 1월 선거를 앞두고 투쟁을 지도하는 현 집행부가 선거까지 염두에 둔다면 투쟁의 진정성이 잘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선거는 어차피 경쟁이라 투쟁을 잘 하면 현 집행부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고, 따라서 경쟁하고자 하는 상대에게 여러 가지 갈등을 주게 된다. 그래서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이다.

현장순회를 하면서 조합원들에게 먼저 "나는 차기 집행부 선거에 나서지 않을 것이며 이 투쟁에서 승리하면 그 성과를 조합원에게 돌려주고 현장에 가서 일하고, 실패하면 거기에 따르는 법적·물리적 책임을 다 지겠다"고 밝혔다. 총파업에서 지면 내가 감옥에 가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현장을 다녀보니 반응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서서히 변화가 오고 있다. 아직 길은 멀지만….

프레시안 : 위원장이 아무리 "조직의 명운 걸고 하겠다"고 하더라도 결국 조합원의 참여가 가장 중요하지 않나. 과연 이번 총파업에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위원장의 의지만큼 모든 것을 걸고 싸울 수 있을까?

조준호 : 현장을 다니면서 보니 간부들도 그렇고 조합원들도 교육이 잘 안 돼 있다. 그러나 잘 알면 달라질 것으로 본다.

로드맵도 단순히 두 가지가 3년 유예된 것이 아니라 대체근로 허용으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파업권을 빼앗긴 것이 중요하다. 표면적으로는 직권중재를 없앴지만 필수공익사업장을 늘리고 필수업무유지 의무를 둬 사실상 직권중재를 강화했다. 또 정리해고 관련 사안도 당연히 모든 사업장에 심각한 문제다. 한미 FTA도 그렇다. 이와 무관한 노동자가 과연 어디에 있나?

단기간이지만 그런 내용을 지도부가 최선을 다해서 알리고 모든 것을 던질 것이다. 끝까지 지켜보면 다 알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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