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4일 서울 양천을, 경기 고양 덕양갑, 경기 의정부 지역구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새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실시되는 선거라 전국적 관심이 집중되고, 그래서인지 공천과정도 시끌시끌하다.
***민주당 의정부 보선 후보 강성종**
특히 신-구주류간 갈등, 신당설 등으로 뒤숭숭한 민주당 사정이 복잡하다. 김영배 의원의 사퇴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양천을은 김영배 의원과 구주류가 미는 한광옥 최고위원, 그리고 신주류가 미는 이철 전 의원이 대결하는 형국이다.
경기 고양 덕양갑은 개혁당 유시민 대표와의 선거공조 문제로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신주류인 정대철 대표와 이상수 사무총장 등은 민주당 공천 포기를 주장했지만 정균환 총무 등 구주류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래서 31일 열린 당무회의에서는 두 곳 모두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보고 4월 2일 당무회의에서 재론키로 결정했다.
그런데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의 사퇴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의정부 지역구만은 별 진통 없이 후보가 결정됐다. 후보는 강성종(38) 현 지구당 수석부위원장, 정치권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보선 출마자들을 ‘행운아’라 부른다. 전국적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에 일거에 자신의 이름을 전국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큰 ‘행운’을 거머쥔 정치신인 강성종은 누구인가 궁금증이 일었다. 특히 38세라는 젊은 나이에 눈길이 갔다. 정치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후 처음 치르는 선거에 내세운 젊은 후보다. 앞으로 있을 개혁적 물갈이를 예고하는 것은 아닌지 촉각이 곤두섰다.
***“학원재벌 아들, 돈이나 쓰지 말아야 할 텐데”**
언론사 사이트를 찾아 인물검색을 해봤다. 등록되어 있지 않았다. 공천 사실을 알리는 기사에 신흥학원 이사장으로 소개되어 있기에 신흥학원 사이트를 방문했다.
1960년부터 시작된 학교법인이었다. 신흥중.고등학교, 전문대학인 신흥대학과 한북대학으로 구성된 법인이다. 강성종 현 이사장의 부친(강신경 목사)이 설립했고, 강성종 이사장은 지난 2월28일 4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강신경 설립자는 목사이자 문학박사이며, 경기북부 기독교 총 연합회장, 한국선교회 이사장 등을 맡고 있고, 신흥학원 이외에도 신천학원(김천대학), 또 지선학원(안산공과대학, 지선중학교, 고양외국어고등학교) 설립자이기도 했다.
40여년 동안 경기도 의정부, 동두천, 안산, 경북 김천 등지에 전문대학만 4개, 중고등학교까지 합치면 10개 가량의 학교를 세운 것이다. 부친이 세운 세 곳의 학교법인 가운데 한 곳, 신흥학원 이사장에 최근 취임한 강성종 이사장이 이번 의정부 보궐선거 민주당 후보다.
신흥대학 사이트에 소개된 강성종 이사장의 이력을 살펴봤다. 미국 브리지포트(Bridgeport)대학교 경영학 학사.석사, 같은 대학 교육학박사,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 정치·행정학 석사, 같은 대학 정치·외교학 박사 수료.
새천년민주당 의정부지구당 수석부위원장, 학교법인 신흥학원 이사장, 사회복지법인 신흥복지재단(신흥간병요양원/신흥실버복지타운) 이사장, 경기도 축구협회장, 국민생활체육 경기북부 축구연합회 고문, 경기북부 기독교 연합회 자문위원, 유네스코 경기도협회 이사, 새마을문고 경기도지부 이사, 한국소비자연맹 경기지회 고문, 대한에이즈 예방협회 경기도회 운영위원, 국제 e-비지니스 학회 이사, 의정부 노인을 함께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장,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의정부지구 자문위원장, 새마을운동 중앙회 의정부시지회 상임이사, 의정부시 생활체육회 고문 등이 경력으로 길게 소개돼 있었다.
민주당 신주류측 핵심 인사와 전화통화를 했다.
“강성종이 누구냐”는 질문에 “난 모른다”며 답을 피했다. 몇 번 더 묻자 “큰일 났다. 학원재벌 아들인데, 문희상 실장이 오래전부터 공천 준다고 약속했다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우리가 선거에 이기긴 이길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공천했으니 선거하면서 돈이나 쓰지 말아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곤 “내가 말했다고는 절대 밝히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의정부 선관위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조사 중**
연합뉴스 사이트를 찾아 기사검색을 해봤다. 강성종 후보 관련 몇 건의 기사가 검색됐다.
3월 10일자 ‘국회의원 보선 출마예상자 사전선거운동 조사’라는 제목의 기사.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의 국회의원 사퇴서 국회 제출로 경기도 의정부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확실시 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강성종(38) 신흥학원 이사장이 사전 선거운동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0일 의정부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신흥학원측의 강 이사장 취임 현수막 설치와 관련 기사가 게재된 특정 지역신문 무더기 살포 등 사전선거운동 혐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강 이사장이 보궐선거 출마자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에 홍보, 기부행위 등은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된다"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 이사장은 오는 4월 24일로 예정된 의정부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민주당에 입당한 데 이어 28일에는 부친이 설립한 신흥대학 이사장에 취임했다.
학원측은 지난달 22일부터 "강성종 박사 신흥학원 이사장 취임"이라는 현수막을 의정부 시내 곳곳에 대량으로 설치하고 이사장 취임 관련 기사가 게재된 지역신문을 취임식 당일 무더기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강 이사장은 의정부시내 일부 동 조기축구회에 축구공 5개씩 등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사전 선거운동에 휘말리고 있다.
강 이사장은 "경기도축구협회장 자격으로 협회에 있던 축구공을 일부 조기축구회에 전달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같은 행위가 어떻게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3월 25일자 ‘보선 후보예정자 행사참석 망신’ 기사도 눈에 띈다.
오는 4월 24일 실시하는 의정부시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민주당 공천 경합을 벌이고 있는 강성종 신흥학원 이사장이 의정부시 행사에 예고도 없이 나타나 직원들이 어리둥절해 했다.
25일 의정부시 직원들에 따르면 24일 오전 10시 시장실에서 열리는 실업 축구팀 험멜코리아팀(구단주 변석화)과 '지역연고 맺기' 협약서 체결식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강 이사장이 예고도 없이 비서진과 사진 촬영자 등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당황한 시 직원들이 이 행사에는 외부 인사는 초청하지 않고 당사자만이 참석하기로 돼 있다고 말하자 강 이사장은 경기도축구협회장인 자신이 이 협약을 추진했기 때문에 참석해야 한다고 요구하다 직원들의 설득으로 되돌아 갔다.
이에 대해 한 시 직원은 "강 이사장의 협약 추진을 축구단측에 확인했으나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며 "사진 촬영자까지 대동한 것으로 봐 선거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이 행사에 참석하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밖에 지난 3월 28일 민주당 의정부시지구당 박창규 위원장 직무대행 등 당직자 57명이 “4.24 보선 후보로 강성종 수석부위원장을 적극 지지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는 기사도 눈에 띄었다. “지역 정가에 모 변호사 공천설이 나돌고 있다”며 “지구당 당적을 보유하지 않은 제3의 인물이 공천되면 지구당 핵심 당직자 전원은 일괄사표를 제출하겠다”며 반대의사를 표시했다는 내용이다.
***두 학교법인 이사장 맞대결로 펼쳐질 의정부 보선**
애초의 궁금증과 호기심은 사라졌다.
정치개혁을 내세우고 당선된 대통령의 비서실장 지역구에서 치러지는 보궐선거. 38세의 젊은 나이에 발탁된 후보의 면면만으로는 앞으로 노 대통령과 민주당이 추진해 가고자 하는 ‘개혁적 물갈이’의 방향이 선뜻 파악되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일찌감치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된 홍문종 전 의원 역시 부친인 홍우준 전 의원(11, 12대 의원)이 설립한 경민학원(경민 중고등학교, 경민여중, 경민여상, 경민외국어고등학교, 경민대학) 이사장이라는 점이다.
두 학교법인 이사장의 맞대결로 펼쳐질 의정부 보궐선거. ‘정치개혁’을 느끼기엔 부족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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