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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계가 연대해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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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계가 연대해 싸워야 한다”

<인터뷰> 멕시코 ‘사파티스타’를 세계에 알린 릭 로울리 감독

시민들의 이라크전 파병반대 열기가 뜨겁던 지난 22일 광화문 영상미디어센터 'MediACT' (소장 김명준)에서는 ‘주제가 있는 정기 상영회’의 첫 프로그램으로 뉴욕의 빅 노이즈 택티컬 미디어(Big Noise Tactical Media, 이하 빅노이즈필름)의 릭 로울리(Rick Rowley) 감독의 작품상영과 강좌가 열렸었다.

릭 로울리 감독은 지난 90년대 멕시코의 사파티스타(농민반군)에 대한 다큐멘터리 ‘사파티스타’로 그들의 왜곡되지 않은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그들의 멕시코 시티 입성을 인터넷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한 감독이다. 이후 그는 1999년 시애틀의 WTO 반대투쟁 1주년을 기념한 ‘이것이 민주주의!’ 등을 통해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상을 수상했으며, 인터넷판매 등의 대안적 배급시스템을 이용하며 영상운동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기도 했다.

<사진1>

로울리 감독은 최근 6년간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반세계화 투쟁을 총결산하는 작품 ‘제4차 세계대전’(가제)의 마지막 취재지로 한국을 방문해 이번 모임을 갖고 급진적 사회변혁의 한가운데 놓인 아르헨티나의 현실을 담아낸 ‘아르헨티나 리포트’(제6회 노동영화제 초청작)와 현재 편집중인 ‘제4차 세계대전’중 시애틀, 아르헨티나, 남아공, 팔레스타인 등의 투쟁과 분쟁상황을 담은 미공개 장면들도 소개했다.

로울리 감독은 아울러 자신이 촬영을 하며 접한 각국의 반세계화 투쟁에 대한 생생한 소식을 소개하며 국내 활동가들과 토론을 나눴다. 이번 행사를 마련한 영상미디어센터는 지속적으로 ‘주제를 가진 상영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로울리 감독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릭 로울리 감독 인터뷰 전문-

프레시안 : 주류언론이나 방송의 도움이나 배급구조 없이 어떻게 활동을 했나?
로울리 : 그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돈과 수익이다. 난 내 첫 작업 ‘사파티스타’를 통해 그들(할리우드, 주류방송사)과 내 작품이 맞지 않음을 1년에 걸친 고생을 통해 알았다. 그래서 나는 마을회관, 집회장, 학생회, 시민단체 그리고 지붕 위에 까지도 내가 만든 다큐멘터리를 틀며 돌아다녔다. 17개 도시 2만5천명이 작품을 봤고 5천개의 테이프가 팔렸다. 마지막으로 WTO에 반대하는 시애틀시위에서 일주일에 27번이나 상영을 했다. 시위 이틀째부터 학생들이 사파티스타 마스크를 쓰고 “나는 사파티스타다”라고 외칠 때 나는 감동해 울 뻔 했다.

<사진2>

프레시안 : 팔레스타인이나 사파티스타에 접근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나?
로울리 : 쉬웠다. 사파티스타의 경우 취재 당시에 처음에는 CNN 같은 주류 언론사들도 함께 있었는데 당시에 마르코스 부사령관과 대원들이 우리의 취재나 조사를 막지 않았다. 단, 3주간을 함께 지내며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겠다고 했다. 3주 후 다른 언론사들은 쫒아내고 우리에게만 촬영을 허락했다.

***그런 이미지는 서구의 주류언론이 만든 것일뿐**

프레시안 : 팔레스타인의 경우 테러집단도 있어 힘들지 않았나?
로울리 : 그것은 오해다. 그런 이미지는 서구의 주류언론이 만든 것일뿐이다. 내가 그들 지역에 갔을 때 그들은 15분만에 나를 너무나 가깝게 친구처럼 반겼고 탱크가 나타나자 숨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줬다. 그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이스라엘 탱크가 나타나면 무차별 사격이 시작되고 사람들을 죽인다. 그리고 나서 다시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못하는 계엄 상태가 된다. 또 시간이 지나서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배고픈 사람들이 나오면 탱크가 와서 사람을 죽인다.

프레시안 : 팔레스타인 지역에는 무슨 자금으로 어떻게 섭외를 하고 들어갔나?
라룰리 : 이스라엘의 한 국제영화제가 내 작품을 초청했다. 공짜로 비행기표를 보내 왔다. 그런데 영화제는 이스라엘의 정치적인 태도 때문에 다수 감독의 불참과 공식 행사장에서 감독들의 항의성명 속출로 엉망이 됐다. 나는 얼굴만 비추고 바로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갔다.

프레시안 : 당신이 찍은 장면을 보면 이스라엘 탱크가 철수하자 안도하고 사람들이 과일을 먹으며 한담을 나누고 있다가 비닐봉지에 먹을 걸 사가던 아이가 갑자기 총격을 당하고 응급실에 실려 간다. 그리고 다시 계엄령 같은 상항이 된다. 사실인가?
로울리 : 그렇다.

<사진3>

***팔레스타인 문제, 아랍에 민주화가 이뤄질 경우를 두려워하는 것**

프레시안 : 당신이 본 팔레스타인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로울리 : 그곳에 직접 가보니 그들은 내부적으로 건전한 직접민주주의 형태의 조직을 지니고 있었다. 이는 수평적이고 열린(OPEN) 조직이다. 어느 정도냐 하면 아랍 문화권인데도 여성의 발언이 어느 정도는 동등하게 인정이 될 정도다. 적대적인 이스라엘 뿐 아니라 겉으로는 그들을 지지한다는 온 아랍권이 실제로 두려워하는 것은 그 점이다. 미국 역시 그런 것 같다. 팔레스타인 문제 본질은 아랍에 민주화가 이뤄질 경우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가까이서 함께 한 마르코스 부사령관은 어떤 인물인가?
로울리 : 세상은 전에 그가 누구였는지 그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궁금해 한다. 하지만 나는 그가 한 일들을 보면 그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어디로 들어가서 어떻게 싸우는지를 보면 알 것이다. 세상이 그의 마스크를 신기하게 여기기보다 주민들을 대변하는 그의 말을 듣기 바란다.

***마르코스는 ‘겸손한 사나이, 시를 쓰는 사람’**

프레시안 : 당신이 본 자연인 마르코스가 어떤 인물인가 하는 것이다.
로울리 : 그는 사파티스타의 대변인이며 늘 열심히 일을 한다. 아, 그는 시간이 나면 늘 한 두편의 시를 쓰는 사람이다. 그리고 너무나 겸손한 사람이다. ‘겸손한 사나이, 시를 쓰는 사람’이다.(웃음) 마르코스 그는 ‘피델 카스트로’가 아니다!

프레시안 : 당신 작품 중 ‘흑과 황금’에는 미국 내 히스피닉 급진 정치단체 문제를 다루고 있다.
로울리 : 그들도 여러 주류언론의 왜곡 보도로 상처를 입었다. 나는 그들에게 정직하게 접근했다. 물론 그들이 전에는 불량배였으나 지금은 6~70년대 ‘블랙팬더’(급진적인 흑인정치 조직으로 자체 무장을 했다)를 모델로 삼은 조직으로 자신들의 거리에서 마약상도 모두 몰아냈다. 물론 옛 불량배 시절의 상처나 관습은 남아 있다. 하지만 주류 언론은 보도를 할 대 결론에서 그들을 ‘나쁜 갱’으로 묘사한다. 그 작품을 만드는 중에 뉴욕에서는 새벽 3시에 각 가정을 경찰이 예고 없이 ‘방문’하여 모든 범죄자와 용의자, 불량배를 잡아간 일이 있었다. 내 작품의 출연자들도 대부분 잡혀 갔다. 완성 후에 여러 교도소에서 통신판매 문의가 왔다. (웃음)

프레시안 : 세계는 미국이 언론이 자유로운 나라로 알고 있다
로울리 : 미국은 (언론이)아주 잘 잠겨진 나라다. CNN 같은 주류언론에는 내가 하는 것 같은 주장이나 진실들이 나오지 않는다. 자본의 논리에 오락물 뿐 아니라 뉴스도 모두 교묘히 연결이 됐다.

<사진4>

프레시안 : 당신이 취재하고 기록한 이들이 정말 테러리스트나 악당이 아닌가?
로울리 : 사파비스타가 지닌 것은 대부분 막대기와 말(구호) 뿐이다. 물론 가끔 총을 지닌 대원도 있다. 그 총을 보면 (상태에)웃을 것이다. 정부군은 헬기까지 동원하고 첨단무기를 동원해서 진압한다. 팔레스타인도 마찬가지다. 팔레스타인에도 힙합그룹도 있고 그들의 일상이 있다. 서구 언론에 속지 마라. 마스크나 이상한 복장이 바로 악당을 의미 하지는 않는다.

프레시안 : 실례지만 당신은 히스피닉이나 아랍 혹은 유태인인가?
로울리 : 아니다. 나는 아일랜드계다. 현재 28살이고 사파비스타를 찾아간 것은 20살 때 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는 자동차 공장 직공이었다.

프레시안 : 작품을 학교를 다니며 만들었다고 하던데?
로울리 : 대학은 영화의 후반작업에 장비를 쉽게 구하기 위해 뒤늦게 갔었다. 전에도 2,3번 전공을 바꾸며 다녔다. 영화후반작업을 위해 권할 만한 좋은 방법은 아니다. 작업 끝나고 바로 학교는 나와 버렸다. (로울리 감독이 다닌 대학은 하버드대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묻자 그는 “그저 시험을 잘 치는 재주가 있을뿐”이라고 답했다.)

프레시안 : 당신의 정치적인 관점은 어떤 것인가?
로울리 : 내가 어느 지역에 가서 그에 관해 말을 하더라도 그 지역에 따라 다른 해석이 나온다. 거기에 감안하고 답을 해도 그렇다. 글쎄, 난 어느 정당에도 가입을 하지 않은 자유로운 막시스트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영상은 가장 직접적이고 멀리 나가는 무기이기 때문**

프레시안 : 당신은 왜 영상을 선택했나?
로울리 : 영상은 가장 직접적이고 멀리 나가는 무기이기 때문이다.

<사진5>

프레시안 : 작품을 위해 서울에 온 이유는?
로울리 : 세계화와 자본가들의 공격에 맞서 거의 유일하게 버티고 있는 체계화된 노조와 시민조직이 있기 때문이다. 2차대전 후 벌어진 ‘냉전’이 사실상 3차대전이라고 본다면, 이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4차대전’이 앞에 와 있다. (그의 이전 작품 중에는 IMF체제에 맞서 한국의 노조원들이 절규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프레시안 : 팔레스타인에서 동 티모르를 거쳐 서울까지 투쟁과 분쟁의 중심에서 세상을 본 당신의 관점이나 의견을 말 한다면?
로울리 : 내 영화는 세금이 정당하게 사용되지 않아서 화난, 경찰의 강압과 부당함에 화난, 세상의 시스템이 뭔가 잘못이 있음을 알고 화난 사람들이 보는 영화다. 그리고 세계는 대의민주주의의 문제를 극복하는 직접적인 참여민주주의 형태로 가고 있다. 그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또 세계는 민족이나 국가단위의 혁명이나 계급투쟁을 하더라도 곧 그 조직이 관료화 되서 이름만 다른 ‘자본주의’임을 쿠바나 베트남으로 경험했다. 이제 세계가 연대해 나가며 싸워야 한다.

프레시안 : 최근 이라크전쟁에 대한 생각은?
로울리 : 이라크전은 전쟁이 아니라 ‘전쟁범죄’다. 미국에는 ‘이상한’(STRANGE) 지난 시대의 세력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이 돌아와서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켰던 냉전으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다. 국무부에도 그런 인간들의 갈래가 있고 정치가 중에도 그런 갈래가 있다. 이라크전은 명백하게 전쟁범죄다.

***릭 로울리 감독의 주요작품**

<사파티스타(Zaptista, 1998)>
1994년 1월1일부터 시작된 멕시코 치아파스에서의 ‘사파티스타’ 봉기를 다루고 있다. 그날은 ‘나프타’(NAFTA)가 발효된 날이며 75년간 이어져 온 멕시코 독재정권이 붕괴되는 날 이었다. 영화 도입부에 한 사파티스타 대원이 절규 한다. “우리는 관공서를 점거하고 정부를 전복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잊혀지지 않기 위해 봉기 했다”

<흑과 황금(Black and Gold, 1999)>
뉴욕시에 있는 가장 큰 히스피닉 거리 ‘라틴 킹’의 갱(불량배)들이 의식화 하고 정치조직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들은 거리의 불량배에서 ‘거리의 정치가’로 변화하여 가며 예전의 흑인급진조직 ‘블랙팬더’의 선례를 따르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것이 민주주의(This is What Democracy Looks Like, 2000)>
1999년 시애틀에서 있었던 반세계화 투쟁의 기록으로 감독이 자신을 포함해 1백여명의 활동가들이 찍은 동영상을 모아 편집한 것이다. 시애틀 투쟁의 다양한 모습과 시각이 나타난다. 전 세계에 걸쳐 약 50여개 국가에 ‘지하배급’된 작품으로도 유명하고 한국어를 포함해 최소한 6개 언어로 번역·배포 됐다.

<제4차세계대전(가제, 제작 중)>
3차대전은 1,2차대전처럼 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냉전이고 ‘4차대전’은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세계화로 인한 지구적 혼란이다. 그것은 수천의 지역적인 투쟁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인류와 신자유주의 간의 세계적 투쟁이다. 이 작품은 그 중에서 특히 여섯 개의 투쟁이야기들인 치아파스, 아르헨티나, 팔레스타인, 남아프리카공국, 한국 그리고 유럽과 미국의 반세계화 운동을 함께 엮을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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