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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특검법 거부권' 수순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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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특검법 거부권' 수순밟나?

야당에 협상제의 동시에 각계 의견수렴 착수

대북 송금사건 특검제 법안 거부권 관련 청와대의 기류에 미묘한 변화가 일고 있다. 애초 거부권 불가 쪽에서 거부권 행사를 위한 수순밟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거부권 행사시 국민과 함께 투쟁하겠다는 초강경자세를 보이고 있어 특검제 거부권 문제는 노무현 정부 여야관계, 청와대-야당 관계를 규정지을 첫 관문이 될 전망이다.

***일주일 새 ‘거부권 행사 검토’ 쪽으로 선회?**

특검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노 대통령은 "국회 결정은 존중하나 외교관계 및 국익을 고려해 여전히 여야간 타협은 과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타협’이란 용어가 사용되긴 했으나 당시 무게중심은 ‘국회 결정 존중’에 두어져 있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한 송경희 대변인 역시 “내 생각엔 지금까지 국회가 결정해주길 바란다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었고 어떤 방식으로든 국회가 결정했으므로 그걸 존중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선자 시절 야당 당사를 방문할 정도로 ‘야당 존중, 대화정치’를 내세운 노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다수 야당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여야관계의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하루 뒤인 28일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로선 거부권 행사를 할 지, 안할 지 등 제반 사항을 검토하고 있을 뿐 아직 분명한 입장을 결정한 게 없다"면서 "우리는 지금 이모저모를 살피고 여론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 여론조사가 행해졌고, 조사결과 거부권 찬반 여론이 엇비슷하게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곧이어 지난 1일과 2일 청와대 문희상 비서실장과 유인태 정무수석은 민주당 정대철 대표, 김원기 고문과 연쇄회동을 가졌다.

그 결과 3일엔 대통령이 여야 중진과 직접 회동 법안 수정을 도출하다는 대안이 나왔다. 민주당 정대철 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여야 중진들을 만나 정국을 풀어갈 것"이라면서 "머지않아 여야를 함께 만날 수도 있으나 우선 야당부터 만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의 법안 수정안은 대북송금을 위한 국내자금 조성 부문은 철저히 수사하되, 대외거래 부문은 수사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제한적인 특검법안인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4일엔 노 대통령이 여야중진들과의 회동에 앞서 사회 각계원로 및 시민단체 대표들과 연쇄면담을 통해 여론수렴에 나선다는 안이 추가됐다. 5, 6일 노 대통령이 강원용 목사, 이돈명 변호사, 함세웅 신부, 강만길 상지대 총장 등 사회원로 및 시민단체 대표들을 연쇄면담, 국정의 주요현안과 대북송금 특검법 처리방향 등에 대한 여론수렴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처럼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달 26일 이후 오늘(4일)까지 청와대의 입장에 분명한 변화기류가 읽힌다. 일단 야당과 법안 수정을 위한 협상을 벌이되, 수정이 안될 경우 각계 여론을 빌어 거부권을 행사하기 위한 수순밟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특검법 협상은 없다”, 한나라당 태도 완강**

반면 한나라당의 태도는 완강하다. 특검법 수정을 위한 협상에는 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법을 전제로 한 회동은 거부한다"면서도 "다만 특검제를 전제로 하지 않고 야당과 대화를 하자는데 대해서는 언제든지 환영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정했다"고 박종희 대변인이 전했다.

박희태 대표권한대행은 "특검을 전제로 한 여야 회동은 실익도 없고 만날 이유도 없다"며 "다만 경제문제 등 모든 현안을 전반적으로 다룰 회동은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특검법 수정에 관해 "송금이 대부분 해외에서 벌어졌는데 이를 수사하지 말자는 것은 수사를 포기하자는 것과 같다"며 `제한적 특검법안'의 수용 불가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김영일 사무총장은 "거부권을 행사하면 당력을 결집해 국민과 전면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고, 이규택 총무도 "민주당 구주류의 요구에 따라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민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혀 협상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일단 현재의 특검법에 따라 수사를 시작하고, 추후 협상을 통해 수사기간과 범위가 지나치게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정안을 만들 수 있다는 복안을 세워뒀다는 것이다.

반면 노 대통령이 5, 6일 중 연쇄 회동할 사회원로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대부분 특검제에 반대하는 개혁 성향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거부권 행사 위한 수순밟기’로 규정, 총력 대응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만만치 않아 실제 협상이 성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청와대-한나라당 넘지 못할 선, 결국 盧의 선택은?**

청와대의 입장이 거부권 행사 가능 쪽으로 선회한 배경에는 대북송금 특검수사가 실제 시작될 경우 통제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 3일 “일단 특검이 임명되고 나면 특검은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만을 생각해서 국익과 한반도 정세를 고려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며 “이 경우 가뜩이나 북핵문제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대북관계가 얼어붙고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 진행에 따라 대북송금 문제가 지난달 김대중 전 대통령과 임동원 특보 등이 밝힌 수준을 넘어서서 확대.증폭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특검 수사에 의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명과 다른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질 경우 김대중 정권의 도덕성 전체가 여론의 집중 비판을 받게 되고, 결국 정국 주도권을 야당에 빼앗겨 내년 총선에도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한나라당의 정치적 의도는 분명히 그런 상황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입장 사이에는 넘지 못할 선이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협상은 실패로 끝나고 결국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느냐 마느냐의 선택에 내몰릴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청와대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거부권 행사 시한인 14일까지 각계 원로 의견수렴 등을 통해 최대한 여론의 추이를 유리하게 이끌어 보겠다는 전략구사에 들어간 것이다.

여론의 추이가 어디로 흐를지, 결국 노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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