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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뉴딜', 성공하면 '대박' 실패하면 '쪽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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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근태 '뉴딜', 성공하면 '대박' 실패하면 '쪽박'

'위기' 속에 던진 승부수…'포스트 노무현' 프로젝트?

따져보면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사회적 대타협, 이른바 '뉴딜'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보건복지부장관 시절부터 그는 '따뜻한 시장경제', '사회적 대타협'으로 표현되는 한국형 신자유주의를 지론으로 삼아 왔다. 지난 2월 전당대회 때, 또한 6월 당 의장 승계 때도 이는 '김근태 구상'의 핵심이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의 전향적 검토, 경영권 보호장치 마련, 각종 규제완화 등도 재계를 향해 늘 해 왔던 말이다. 그때마다 진보진영의 '우향우' 비판이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왜 새삼스럽게 김 의장의 최근 '뉴딜' 행보가 주목받는 것일까.
  
  김 의장이 뉴딜 투어에 앞서 "욕 먹을 각오했다"고 한 말 속에는 모종의 승부수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는 7.26 재보선 패배 후 2기 김근태 체제 운영을 위한 리더십 확보라는 의미를 뛰어넘는다. 대권 주자로서의 정치적 명운을 걸고 건진 카드라는 얘기다. 자신의 의제를 실천해냄으로써 지도력과 대중성을 인정받겠다는 뜻이다.
  
  정동영계의 긴장이 이를 반증한다. 김한길 원내대표와의 '투톱 갈등'의 배경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김 대표 쪽은 원내대표단과 상의 없이 뉴딜 정책이 발표된 '절차상의 문제'를 걸고 넘어졌지만, 김근태-정동영 사이에 묵시적으로 합의한 '일시적 제휴'를 김 의장 쪽이 먼저 깬 것으로 본다.
  
  "경제인 사면? 사회적 대타협만 된다면 왜 못해?"
  
  김 의장 쪽은 대권과 결부지은 해석에 손사래를 치지만, '사회적 대타협'은 양극화 극복을 화두로 잡은 그의 대선 키워드나 다름없다. 저소득층 확대→저소비→저투자→저성장이 반복되는 양극화의 악순환을 끊고, 성장이 분배를 넓히고 분배가 다시 성장을 끌어올리는 선순환으로 바꾸자는 게 요지다.
  
  김 의장은 사회주체 간의 상생 협약을 그 바탕으로 여긴다. 최근 '뉴딜'로 새롭게 포장한 '김근태 구상'은 노사 양측의 한발 양보를 정치권이 책임지고 이끌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정부도 헤매고 있는, 이 쉽지 않은 일에 김 의장이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셈이다. 그러니 승부수다.
  
  시간도 많지 않다. 정기국회 전까지의 뉴딜 투어에서 합의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야 한다. 정기국회가 열리는 연말까지 관련 입법을 성사시켜 내년 초쯤 사회적 대타협의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 성공하면 대권 도전의 든든한 자산으로 남겠지만, 실패하면 대권 후보군에서 낙마하는 상황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1차적으로 내디딘 재계와의 뉴딜 투어에서 김 의장의 절박감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여론의 거센 반발을 감수하고 재계의 비리 경제인들에 대한 대규모 사면 건의 요구를 수용한 게 대표적이다.
  
  김 의장의 한 측근은 이를 "십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고 했다. "기업 금고에서 잠자고 있는 돈이 80조 원이다. 잠재성장률을 적어도 1%포인트 이상 끌어올리려면 이를 투자 부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경제인 사면이 '떡밥'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것.
  
  출총제 폐지, 경영권 보호장치 강구 등의 발표에 쏟아지는 '우향우', '친(親)기업 행보'라는 '예견된' 비판에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김 의장의 측근은 "사회적 대타협에 대한 비판 치고는 논점이 어긋나 있다"고 일축했다.
  
  脫노무현 구상?
  
  이런 반응 속에는 개혁-실용, 민주-반민주 등 다분히 이데올로기적인 이분법을 뛰어 넘은 시대 의제를 선점하려는 의지가 섞여 있다. 김 의장이 "정권교체와 정권 재창출로 민주화운동은 보상을 받았다"며 "이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한 대목은 민주화→양극화 담론으로 이동한 그의 관심사를 반영한다.
  
  일자리 창출과 복지 확충 등 국민들의 실생활과 관련된 현재적, 미래적 요구에 비전을 내놓지 못하는 이상 대권 게임은 해보나 마나라는 것이다. 김 의장의 측근은 이런 맥락에서 "노무현 정부까지 정권창출의 동력이었던 민주화 혹은 개혁 담론을 넘어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컨대 김 의장의 '사회적 대타협'은 박정희식 개발독재와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기조를 함께 겨냥한 '경제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촉구한 것이자, 그 안에는 노 대통령과의 '정치적 차별화'라는 또 다른 의미가 응축돼 있는 셈이다.
  
  이는 노무현 정부의 각종 사회적 대타협 모델이 실패로 끝났거나 지지부진한 대목과 무관치 않다. 노무현 정부는 초기부터 네덜란드 모델, 아일랜드 모델 등을 내걸었지만 구체적 정책과제 도출에 실패했다. 스웨덴의 잘츠요바덴 협약을 모델로 삼은 '국민통합연석회의' 역시 흐지부지됐다. 그러다보니 최근 동반성장 전략이라며 명명된 '해밀턴 프로젝트' 또한 "지겹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근태 '뉴딜'이 '좌파 신자유주의'가 아니려면
  
  따라서 김근태식 '뉴딜'의 성공 여부도 '미래'에 관한 장밋빛 청사진 제시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노무현 정부의 숱한 프로젝트와 달리 구체적인 성과물을 도출해 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장이 재계와 노동계에 풀어내는 선물보따리보다 동전의 뒷면에 해당하는 어떤 양보를 얻어내느냐가 더욱 중요한 포인트라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김 의장이 노사 양측으로부터 '정직한 중재자'라는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1차적으로 중요하다.
  
  일단 재계는 김 의장의 선물에 반색했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무엇을 양보할 것인지는 아직 내놓지 않았다. 재계와의 접촉 뒤에 노동계와의 2차 뉴딜 투어가 예정돼 있지만, 노동계는 김 의장의 구상 자체를 의심하고 있다. 그 동안 노동계는 현장에서 합의와 약속이 배반당한 경험이 누적됐기 때문이다.
  
  결국 김 의장의 '뉴딜'이 그의 대권 행보에 자산으로 작용하려면 입법과 정책으로 구현돼 그 처방이 적확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내고, 노사 양측이 테이블에 마주 앉은 모습까지도 만들어내야 한다.
  
  효과 역시 마찬가지다. 예컨대, 촐총제 폐지에도 불구하고 재벌의 순환출자 폐해가 극복돼야 하고,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도 국토의 균형개발이라는 대명제를 훼손하지 말아야 하며, 인위적 경기부양책을 사용해도 우리경제의 체질 개선과 서민들의 체감경기 상승효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두 마리 토끼몰이에 성공하면 정치인 김근태는 두말할 나위 없이 '대박'이다. 실패하면? 김 의장의 '뉴딜 구상'은 노무현 대통령의 '좌파 신자유주의'와 동의어로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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