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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ㆍ鄭 합의, 한국정치 계산법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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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ㆍ鄭 합의, 한국정치 계산법 바꿨다

<분석> '단일화 넘어선 그 무엇' 만들어낼까?

역시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것이었다. 또 누군가의 명언대로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었다.

16일 새벽 극적으로 타결된 노무현 정몽준 두 후보간의 단일화 합의는 이렇게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두 사람이 첫 만남을 가진 밤 10시 30분까지만 해도 단일화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리고 그러한 부정적 전망은 그간 한국정치를 지배해 온 논리적 근거에 기초한 것이었다.

***한국정치 기존 계산법으론 단일화 합의 어려워**

우선 노 후보는 자신의 지지율이 정 후보에 비해 현저치 뒤쳐져 있던 당시 여러차례에 걸쳐 정 후보와 자신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당내의 반노파에게도 포용력을 발휘하기보다는 분명하게 선을 긋는 행보를 계속했다.

물론 이것은 지지율이 뒤쳐진 노 후보 입장에서 단일화논의에 휩싸일 경우 자신에게 유리할 게 없다는 전술적 판단에 기초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설령 대선에 패배하더라도 민주당을 개혁세력 중심의 노선이 분명한 정당으로 탈바꿈시켜 미래를 도모하겠다는 보다 장기적인 전략에 기초한 행보로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연장선상에 선다면 단일화 합의는 상상하기 어렵다.

게다가 최근 노 후보 지지율이 상승하고 정 후보 지지율은 하락해서 거의 엇비슷해진 상황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이런 추세를 유지할 경우 조만간 노 후보가 정 후보를 제치고 이회창 후보와 대결하면서 승부를 겨루고, 또 패배하더라도 2위를 차지, 2004년 총선에서 강력하고 선명한 야당을 건설해 차기를 도모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기 때문이다.

한편 정몽준 후보 측은 그간 자신이 양보해도 그 표가 노 후보에게로 가지 않는다는 점을 줄곳 강조해 왔다. 이것은 노 후보로의 단일화는 대선 패배가 명백하며 그렇다면 자신이 노 후보에게 양보해야 할 아무런 현실적 이유가 없다는 논리였다.

독자적인 정치적 세력기반을 갖지 못한 홀홀단신 정 후보의 정치적 미래를 감안할 때 질 것이 뻔한 후보에게 양보한다는 것은 아무런 정치적 미래를 담보하기 힘들다. 따라서 반드시 정 후보 자신에게로 단일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해 온 것이다.

그리고 이 주장은 만약 정 후보로 단일화되지 않을 경우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고려한다면 노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전망으로 연결됐다. 그것보다는 이회창 후보 지지, 혹은 3위라도 감수하겠다는 독자행보, 또 그것도 아니면 아무런 지지선언도 없는 포기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점쳐져 왔다.

***양보와 모험으로 계산법칙 바꿔낸 단일화합의**

그러나 두 후보는 이러한 논리적 틀을 깨고 단일화에 전격 합의했다. 대선의 승패 여부를 떠나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 어떤 선택이 더 좋으냐만을 따지는 차원의 논리를 벗어던지고 과감한 모험의 승부수를 선택한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사람'이 하는 정치요, '살아 움직이는 생물'로서의 정치다.

여기서 후보단일화의 시대적 옳고 그름을 논할 수는 없다. 상대방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있기 때문에 정당성을 논의한다는 자체가 어느 한쪽 편을 드는 편파적 행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후보가 그간 한국정치를 지배해 왔던 논리의 틀을 깨뜨리고 극적 합의를 이끌어낸 점만큼은 얼마든지 의미를 부여해도 지나침이 없다.

87년 양김의 분열, 경우는 전혀 다르지만 97년 이인제 후보의 탈당과 독자 출마 등의 행동은 철저히 자기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매몰된 전형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번 경우 두 후보의 표현 그대로 '자신의 운명을 국민에게 맡기는' 파격적 정치행보를 보여줌으로써 이번 대선정국 전체의 판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독선, 아집, 당리당략, 이해타산 등의 용어로 점철되어 온 기존 계산의 법칙을 타협, 양보, 모험, 도전 등의 새로운 계산법칙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단일화를 넘어서는 그 무엇,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제 이번 대선결과는 단일화 협상의 진행과정, 그 이후 두 후보의 행보에 전적으로 좌우된다.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인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 16일자 보도에 의하면 정 후보로 단일화되었을 때 39.3% 대 36.1%, 노 후보로 단일화되었을 때 41.4% 대 33.2%로 두 경우 모두 이회창 후보가 승리하는 결과가 나왔다.

게다가 노·정 두 후보의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저연령층이고 이들의 투표율이 낮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두 경우 모두 여론조사 결과에 나온 차이보다 실제 투표에서의 차이는 더 벌어질 개연성이 크다는 점까지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단일화만으로는 안되고 단일화 이상의 그 무엇을 만들어 내야 대선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는 얘기다.

향후 협상의 난제도 많다. 여론조사기관마다 결과가 다를 경우, 오차범위 이내의 차이가 나왔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또한 단일화 이후 낙마한 후보가 단일후보를 위해 어떤 역할을 담당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반면 단일화의 극적 합의에 따른 반대급부도 크다. 우선 그간 세 후보 가운데 어느 쪽도 지지의사를 표명하지 않던 부동층의 향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자민련, 민주당 탈당파, 이한동 등 공동교섭단체를 통해 중부권신당을 만들려던 세력의 행보가 정지하면서 단일후보 쪽으로 가담, 충청권을 비롯한 중부권 표의 향배를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민주.자민련에서 탈당 한나라당으로 옮기는 움직임도 정지, 이른바 '이회창 대세론'을 멈추게 하는 효과도 크다.

심지어 지난 97년 DJP 연합과 같은 호남+충청 연합의 구도가 만들어지고 수도권과 영남의 노·정 두 후보 지지층이 추가로 결집하는 구도가 짜여질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결국 협상의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가면서 단일화의 극적 합의에 따른 플러스 알파를 얼마나 키울 수 있느냐가 대선의 승패를 좌우한다.

전망은 간단치 않다.

하지만 노·정 두 후보가 지난밤 보여준 행동, 즉 한국정치의 계산법칙을 바꾸어내는 식의 '사람 냄새나는' 정치를 계속 보여줄 수만 있다면 그 파괴력은 엄청날 것이란 점만은 분명하다.

대선정국 막판, 재미있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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