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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기금 대책ㆍ예술인회관 건립 등 재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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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문예기금 대책ㆍ예술인회관 건립 등 재검토해야"

민예총 포럼 '한국 예술진흥정책 주요 현안'

한국은 문화·예술 후진국의 오명을 벗을 때가 됐는가. 우리나라 문화예술 진흥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점검하는 문화정책포럼이 30일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문화정책연구소 주최로 민예총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은 '우리나라 예술진흥 정책의 세 가지 주요 현안'에 대한 것으로 '문화예술진흥기금 모금폐지와 그 대안' '예술인회관 건립 재검토의 필요성' '예술인복지 및 사회보장제도의 현실과 대안'을 주제로 진행됐다.

<사진 김명곤 국립극장장>

김명곤 국립극장장은 포럼에 앞서 기조강연을 통해 "미흡하나마 순수예술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과 지원이 이뤄지는 단계까지는 온 것 같다"며 '기업의 문화참여 전통이 희소한 우리나라에서는 세금우대와 기부절차의 간소화 등으로 78년부터 98년 사이에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액이 24배 증가한 영국의 예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극장장은 최근 공연문화에 대해 "최근 (정부) 지원이 늘어나면서 지원 의존적인, 더 나아가서 지원 종속적인 공연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며 "장기적으로는 예술의 자립성을 기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정진 팀장 "예술지원 위한 문화진흥세 신설하자"**

'문화예술진흥기금 모금폐지와 그 대안'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장정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기금개발운영팀장은 "1973년부터 극장, 공연장, 문화재 등의 입장료에 부가해 모금한 문예진흥기금은 현재까지 3천3백94억원을 조성하여 각종 예술지원 사업에 충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지난 해 제정된 '부담금 관리기본법'에 따라 2004년 모금제도 폐지가 기정사실화됐다며 "적립금 이자수익은 줄고 문예기금의 수요는 늘어가는 상황에서 대체재원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장 팀장은 예상되는 대체재원의 조건과 유형으로 ▲경륜·경정의 수익금 배분 ▲문화진흥세의 한시적 운영 ▲온라인 문화복권의 발매 ▲실명제 기부금의 활성화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장 팀장은 구체적으로 경륜·경정과 복권사업은 도덕성에 대한 논란이나 수익분배에 대한 갈등이 생길 수 있고 실명제 기부금의 경우 현재 우리 실정에는 현실성이 적다며 "교육세와 같은 목적세 성격의 '문화진흥세' 신설이 바람직한데 이는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명헌 위원 "예술분야에 대한 정부 재정출연 약속이 더 합리적인 방안"**

이명헌 한국조세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장 팀장의 제안에 대해 "사회의 전체적인 흐름이 점차 새로운 목적세를 만들기 힘든 추세"라고 지적하고 "현실적인 방안은 징세제도 등 자금의 조달방법보다는 정부의 예술분야에 대한 재정출연 약속이 더 합리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라는 조직은 전통적으로 조세징수 방법에 대한 간섭이나 의견을 수렴하기보다는 모은 세금을 쓰는 일에 상대적으로 융통성을 보였다"며 "지금이 정권교체기인 만큼 치밀하고 합당하게 소요예산을 산정하여 예산반영비율 등의 형식으로 후보들의 공약을 이끌어 내는 것이 더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예술인회관 건립 재검토의 필요성'에 대한 발제에서는 92년 대선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 목동에 부지를 선정하여 98년 완공을 목표로 96년부터 현재까지 총 공사비 4백24억1천5백만원 중 170여억원을 지출했으나 현재 자금부족으로 공사가 지연중인 '예총예술인회관'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지금종 사무국장 "'예술인회관' 특혜성 사업으로 변질될 우려"**

발제를 맡은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국장은 "당초 사업취지가 '종합문화예술인회관' 건립이던 것이 한국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예총)가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예총예술인회관'으로 건립공사 명칭이 정해지는 등 특정단체에 대한 특혜성 사업으로 변질될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 사무국장은 특히 현재 정부와 예총의 합작형태인 건립사업에서 실제 예총의 부담금은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자금은 국고보조와 공익자금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소유는 정부가 하되 그 운영은 특정단체가 아닌 운영합의체나 위원회를 구성하고 예총은 그 지분에 맞는 공간이나 운영상의 권리를 주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포럼>

지 사무국장은 다른 예술단체들이 국민들 눈에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까봐 이 논쟁을 껄끄러워 하고 있다며, 예총이 지금까지 정부지원이나 문예진흥기금 분배에서 특혜를 입은 것이 사실인 만큼 예술정책의 형평성에 관한 문제로 이해해 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주최측은 예술인회관 발제 관련 지정토론을 애초 예총소속의 예술인회관 건립본부장에게 의뢰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역별 소규모 문화예술진흥센터'설치가 바람직**

대신 지정토론자로 나선 이무용 공간문화센터 연구부장은 "예술인회관 건립문제는 단순히 문화단체간의 알력다툼으로 볼 수 없다"며 "예술인회관 사업은 예총의 건의에 의해 92년 대선을 앞두고 실행된 '정치적 사업'이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부장은 "지역주민과 괴리된 섬과 같은 구실을 한다면 문화센터는 지속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며 "막대한 자금을 들인 거대한 예술회관이 왜 목동에 있어야 하는지부터 재검토가 돼야 하다"고 예술인회관의 입지 자체가 잘못됐다는 문제점도 제기했다.

이 연구부장은 대안으로 "지역문화와 밀접하게 관련을 맺을 수 있는 '지역별 소규모 문화예술진흥센터'의 설치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소설가 송경아 "독일의 '예술가 사회보험법'이 모델될 수 있다"**

'예술인복지 및 사회보장제도의 현실과 대안' 발제자인 소설가 송경아씨는 "예술인은 무밭에서 무 뽑듯이 양성되는 것이 아니다"며 "현대사회에서 문화와 예술은 사회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공공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송씨는 예술가들을 위한 기초적인 4대 보험 지원이나 사회보장제도가 전혀 없는 열악한 한국 현실에서는 독일 '예술가 사회보험법'처럼 분담금의 절반은 본인이 부담하고 나머지 절반은 연방(중앙)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예술가의 노후나 실직상태를 대비하는 제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또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예술관련 지원행정을 장기간 책임지고 수행할 '예술전문행정가'의 양성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김언환 문화관광부 예술진흥과 사무관은 송씨의 의견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며 "발제자가 제안한 복지제도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문화·예술계의 폭넓은 의견수렴과 국민적 합의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순수예술에 대한 정부지원은 98년 9백70억원에서 2002년 1천9백52억으로 2배 이상 증가했으나 이를 현장에서 체감하는 예술인은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정부지원은 특성상 예술가 개인에 대한 직접지원보다는 창작활동을 위한 인프라구축이나 간접지원의 형태를 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화관광부 "예술행정전문가 필요성 공감"**

김 사무관은 '예술전문행정가'에 대한 지적에는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며 "공무원의 기계적인 순환근무제를 보완할 새로운 업무주기의 개발이나 별정직 공무원의 채용을 통해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포럼 사회를 진행한 박인배 민예총 사무국장은 토론회 총평을 통해 "몇몇 사안에 대한 이견은 있었으나 예술계 현안에 대해 실제 관계자들이 대부분 참석하여 어느 때보다 심도 깊은 토론을 나누고 현실적인 대안도 오간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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